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리 진행을 위한 규칙 및 증거 채택 문제를 놓고 전날 한바탕 맞붙었던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이 22일(현지시간) 본격적인 변론 대결에 들어갔다. 하원 소추위원단과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이 이날부터 차례로 각각 3일에 나눠 하루당 8시간씩, 총 24시간씩 변론을 진행하며 '창과 방패'대결을 벌이는 방식이다. 이는 지난 1999년 1월 진행됐던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탄핵심리 당시의 변론 진행 형식과 동일한 것으로, 당시에는 각 팀이 24시간을 며칠에 나눠 배분하느냐에 대한 구체적 규칙은 사전에 정해지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양측의 치열한 기싸움 끝에 이러한 규칙이 정해졌다. 탄핵심리를 속전속결로 끝내려는 공화당은 소추위원단 및 트럼프 대통령 변호인단이 각각 이틀에 걸쳐 하루당 12시간씩 진행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민주당은 이에 대해 새벽까지 변론이 이어지도록 함으로써 미국 국민의 시청을 막으려는 것이라고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오후 1시 15분께 시작한 소추위원단 변론의 첫 마이크는 소추위원단을 이끄는 민주당 소속 애덤 시프 하원 정보위원장이 잡았다. 시프 정보위원장은 '미국 건국의 아버지'의 한명인 알렉산더 해밀턴의 어록을 인용하는 것으로 탄핵 정당성을 역설하기 위한 변론을 시작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보도했다.

















그는 국익보다 사익을 우선시하는 미래의 대통령이 생겨날 수 있다는 해밀턴의 시나리오를 거론, "개인사에 있어 절제돼 있지 못하고 부를 축적하는데 필사적이며 일상적 행동에 있어 독재적인, 그리고 자유의 원칙을 비웃는 지도자를 막기 위해 건국의 아버지들은 그 보호장치로서 탄핵을 고안했던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미국 대통령 역사상 겨우 세 번째인 이 엄숙한 조치가 이번에 취해지는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밀턴과 그의 동시대 인사들이 두려워한 모습 그대로 행동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시프 위원장은 "우리가 어떠한 종류의 민주주의를 해나갈지에 대해, 그리고 미국 국민들이 대통령의 행동에 있어 어떠한 것을 기대하는지에 관해 결정을 해야 한다"며 상원의원들을 향한 탄핵 동참을 호소했다. 이어 연단에 오른 민주당 소속 제리 내들러 하원 법사위원장은 "이것은 대사와 행정부 당국자들, 그리고 대통령실에 이르기까지 부패한 범정부적 시도에 대한 이야기"라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대선에서 부정한 행위를 하기 위해 도를 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맹공했다. 그러나 양측간 팽팽한 긴장감 너머로 '무대' 뒤에서는 느슨한 모습도 연출됐다. 변론 내내 전체 상원의원이 착석해야 한다는 규칙에도 불구, 시프 위원장이 두 시간 넘는 발언을 마쳤을 무렵 공화당 상원의원석 상당수 및 일부 민주당 상원의원석은 비어있었다고 WP는 보도했다. 일부는 다리를 펴기 위해 벽에 기대 서 있는가 하면 일부는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다는 것이다. 이번 탄핵심리의 판을 뒤흔들 '뇌관'으로 거론돼온 존 볼턴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증인 채택안이 전날 공화당의 반대로 무산된 가운데 증인 채택 공방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