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와 남부 주요 도시에서 24일(현지시간) 오후 미군 철수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주요 외신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바그다드에서는 이날 이슬람 금요 대예배를 마친 시민 수십만명이 도심에 모였다. 이들은 '미국에 죽음을', '이스라엘에 죽음을', '점령자는 떠나라'와 같은 반미 구호를 외치면서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시위대는 미국 대사관이 있는 그린존으로 향할 예정이다. 이라크 군경은 그린존으로 이어지는 도로와 다리를 모두 봉쇄했다. '100만의 행진'으로 이름이 붙여진 이날 반미 시위는 이라크 의회에서 최다 의석을 확보한 알사이룬 정파의 지도자 무크타다 알사드르가 제안해 이뤄졌다. 알사드르는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뒤 반미 무장투쟁을 이끈 강경 시아파 성직자로, 한때 친이란 성향으로 분류되기도 했으나 미국과 이란의 개입을 모두 반대하는 반외세·민족주의적 인물로 평가된다. 이날 시위에는 알사드르를 지지하는 세력과 미국에 반대하는 친이란 진영이 규합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분석했다. 이들은 이란과 관계에 대한 관점이 다르고 이라크 정계에서는 경쟁관계지만 강한 반미 성향이고 종파적으로 시아파라는 공통점이 있다. 알사드르는 24일 낸 성명에서 "이라크 정부는 미국과 맺은 안보협정을 취소하고 미군 기지를 폐쇄해야 한다"라며 "미군뿐 아니라 미국의 민간 경호회사도 영업을 중단하고 이라크 영공에 대한 미군의 접근도 차단하라"라고 촉구했다. 이어 "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마지막 한 명의 미군이 이라크 영토를 떠날 때까지 저항하겠다"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