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한 커피숍 아르바이트생 강모(25)씨는 ‘찰칵’ 셔터음 소리가 들릴 때마다 몸이 움찔한다. 손님들이 찍은 사진이나 영상에 자신의 얼굴이 나올까 걱정되어서다. 강씨는 “카메라 셔터음 소리가 들리면 신경이 많이 쓰인다”면서도 “사진을 지워달라고 하면 손님 기분을 상하게 할 수도 있고 매장 영업 매출에 영향이 갈 것 같아 별다른 말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1인 미디어의 발달로 누구나 카메라를 들 수 있게 되면서 고통받는 사람들이 있다. 유명 매장에서 근무하는 아르바이트 직원들이다. 분위기 있는 장소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이른바 ‘감성샷’이나 개인의 일상을 중계하는 ‘브이로그(V-log)’가 인기를 끌면서 아르바이트 직원들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자신의 얼굴이 다른 사람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라가지 않을까 불안해 할 수밖에 없다. 

아르바이트 직원들이 불편을 호소하는 이유는 온라인을 통해 얼굴이 알려지면서 피해를 입는 사례도 늘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 맛집으로 유명한 한 이태원의 음식점에서 일했던 김모씨는 “하루는 손님이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일부러 나를 찾아왔다’고 했다”며 “알고 보니 다른 사람이 자신의 SNS에 가게 사진을 찍어 올렸는데 거기에 내가 일하는 모습을 찍어 올려뒀던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괜히 불쾌하고 무서워서 그 가게를 그만뒀다고 한다. 김씨뿐만 아니라 괜히 맛집 소개하는 동영상에 얼굴이 찍혀 모르는 사람들에게서 ‘외모 평가’를 당하는 사례들도 빈번하다. 

간혹 일부러 아르바이트 직원을 겨냥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의 손님들은 의도하지 않은 채 ‘가해자’가 되곤 한다. 

이 때문에 아르바이트 직원들은 손님들이 사진을 찍을 때마다 눈치껏 피할 수밖에 없다.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일하는 김모(27)씨는 “단체손님 여럿이서 메뉴판 찍는다고 내 얼굴 나오는 높이에서 사진 찍은 적이 있는데 그때 옆에 있던 직원 동료 셋이 같이 놀라 무릎을 굽혀 자세를 낮춘 적이 있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두고 미디어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2000년대 이후부터 미디어교육 관련 법령과 기관을 갖춘 영국과 프랑스, 핀란드 등 유럽 국가들과 달리, 현재 한국은 미디어 교육과 관련한 법적 제도가 부재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