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북한마저도 중국인 입국을 금지하는데 춘절(중국의 음력설)기간 동안이라도 한시적 입국 금지를 요청한다"는 내용의 '중국인 입국 금지 요청' 글이 올라오자, 5일만인 28일 오후 4시 현재 53만7천11명이 동의를 표했다. 심재철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야당 정치인들도 가세해 "중국인 입국 금지를 검토해야 한다"며 정부를 압박했지만, 정부는 "입국 금지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에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한국과 일본, 북한, 대만, 홍콩 등 인접 국가들은 중국과 인적 교류가 훨씬 많다. 인접 국가들이 더 반응이 즉각적이고 예민한 것이 당연하다"거나 "(잠복기 감염자의 경우) 무증상으로 공항에서 걸러낼 수가 없는 상황인데 중국인 입국을 아예 막아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우선 외국인의 입출국에 관한 사항은 영토국의 주권 사항이며, 우리 헌법·법률과 법원의 법 해석상으로도 전염병 예방을 위한 선제적 조치로서 중국인 입국 금지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리 헌법은 "대통령은 공공의 안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긴급한 조치가 필요하고 국회의 집회를 기다릴 여유가 없을 때 법률의 효력을 가지는 명령을 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전염병 방역을 위해서 대통령에게 법률과 동일한 강력한 효력을 갖는 조치를 내릴 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또 현행 '출입국관리법'은 감염병 환자나 공중위생상 위해를 끼칠 염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며, '전염병예방법'은 국민 보호를 위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전염병 예방과 방역 의무를 지도록 한다. 우리 법원도 외국인 출입국과 관련한 정부의 폭넓은 재량권을 인정하는 입장이다.
























하지만 국가 간 자유로운 인적·물적 교류를 중시하는 국제관계와 국제 인권 규범을 고려하면 사정이 한층 복잡해진다. 우선 우리나라가 가입한 '국제보건규칙'(IHR)은 '감염은 통제하되, 불필요하게 국가 간 이동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전염병 감염자가 아닌 외국인의 입국까지 금지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지난해 7월 '콩고 에볼라바이러스 사태'와 관련해 국제공중보건위기상황(PHEIC)을 선포하면서 '국경 폐쇄, 여행 및 무역 제한을 둬서는 안 된다'고 권고한 바 있다. PHEIC은 전염병이 국제적으로 공중보건에 미치는 영향이 심각한 경우나 국가 간 전파 위험이 큰 경우에 국제사회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WHO가 선포하는 국제비상상황을 의미한다. 앞서 2009년 신종인플루엔자 사태, 2014년 파키스탄 폴리오 사태, 2014년 라이베리아 에볼라바이러스 사태, 2016년 브라질 지카바이러스 사태 때도 선포된 바 있다. 이번 우한 폐렴의 경우 더욱이 WHO가 PHEIC을 선포하기 전이라는 점에서 중국인 전체에 대한 전면적 입국 금지 조치를 할 경우 자칫 국제 인권규범 위반 논란과 함께 중국과의 외교·경제적 마찰을 불러올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28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우한 폐렴이 심각한 위험이라는 것은 틀림없지만 이와 무관한 일반 여행자의 출입을 막는 것은 국제법상 문제가 발생한다"며 "합리적이지 않은 이유로 전체 중국인 입국을 막으면 중국과의 국제통상규범 및 외교적 마찰을 불러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국민 보건상의 이유로 한 국가 내 '특정지역 거주자'의 입국을 일시적으로 제한하는 식의 조치는 국제법상 허용 범위 안에 있다는 전문가의 견해도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