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화,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지은이가 반일 민족의식을 표현한 대표적인 시로 비탄과 허무, 저항과 애탄이 깔려 있다.

일제강점기 민족 현실을 ‘빼앗긴 들’로 비유한 지은이는 국토는 잠시 빼앗겼을망정

우리에게 민족혼을 불러일으킬 ‘봄’은 빼앗길 수 없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다.


초기 시에서 볼 수 있는 까다로운 한자어를 피하고 순한글로 썼고

각 연의 2,3행을 길게 했는데 이러한 의도적인 시어 사용과 행 배열은 가락을 힘차게 하고

독자로 거센 격정을 느끼게 한다.

 김소월이나 한용운의 현실 감각과 비슷하지만, 보다 더 비장하고 절망적이다.


1926년 “개벽” 6월 호에 발표되었다.


이상화 (李相和)

고희동 네번째 유화 '시인 이상화 초상' 첫 공개


지금은 남의 땅 -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나는 온몸에 햇살을 받고
푸른 하늘 푸른 들이 맞붙은 곳으로
가르마 같은 논길을 따라 꿈속을 가듯 걸어만 간다.

입술을 다문 하늘아 들아
내 맘에는 내 혼자 온 것 같지를 않구나
네가 끌었느냐 누가 부르더냐 답답워라 말을 해다오.

바람은 내 귀에 속삭이며
한 자욱도 섰지 마라 옷자락을 흔들고
종다리는 울타리 너머 아가씨같이 구름 뒤에서 반갑다 웃네.

고맙게 잘 자란 보리밭아
간밤 자정이 넘어 내리던 고운 비로
너는 삼단 같은 머리털을 감았구나 내 머리조차 가쁜하다.

혼자라도 가쁘게나 가자
마른 논을 안고 도는 착한 도랑이
젖먹이 달래는 노래를 하고 제 혼자 어깨춤만 추고 가네.

나비 제비야 깝치지 마라
맨드라미 들마꽃에도 인사를 해야지
아주까리 기름을 바른 이가 지심매던 그 들이라도 보고 싶다.

내 손에 호미를 쥐어다오
살찐 젖가슴과 같은 부드러운 이 흙을
발목이 시도록 밟아도 보고 좋은 땀조차 흘리고 싶다.

강가에 나온 아이와 같이
쌈도 모르고 끝도 없이 닫는 내 혼아
무엇을 찾느냐 어디로 가느냐 우스웁다 답을 하려무나.

나는 온몸에 풋내를 띄고
푸른 웃음 푸른 설움이 어우러진 사이로
다리를 절며 하루를 걷는다 아마도 봄 신명이 지폈나보다.
그러나 지금은 들을 빼앗겨 봄조차 빼앗기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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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일민족주의를 표방한  시의 문구를...과연

미X통X당 에서 슬로건으로 내걸 수 있는 자격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