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에 ‘감원 태풍’이 불어닥치고 있다. 지난해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실적이 나빠진 마당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전망마저 어두워지고 있는 탓이다. 항공 여행 유통 등 코로나19의 영향을 직접 받는 기업뿐 아니라 정유·중공업 관련 업체까지 감원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20일 산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지난 10일 만 50세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계획안을 설명했다.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퇴직금 외에 최대 60개월치 기본급과 학자금 등을 추가로 지급하겠다고 회사 측은 제안했다.

1976년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검토하는 에쓰오일은 ‘꿈의 직장’으로 불릴 정도로 높은 연봉과 복지를 자랑한다. 에쓰오일의 평균 연봉(2018년)은 1억3700만원으로 시가총액 상위 100개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근속연수도 평균 17년으로 국내 정유회사 중 가장 길다.

이런 에쓰오일이 인위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가는 건 지난해 정유 부문에서 영업손실(253억원)을 내는 등 실적이 악화한 데다 올해 전망마저 좋지 않아서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중국의 경기 침체는 석유제품 수요 감소로 이어진다”며 “정유 및 석유화학 업체들의 실적이 급감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의 감원 움직임은 올 들어 더 확산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은 대한항공 등 항공사들은 이미 희망퇴직과 함께 무급휴직에 들어갔다. 두산중공업을 비롯해 LG디스플레이 현대제철 만도 등도 희망·명예퇴직을 시행했거나 계획 중이다. 전국 대형마트 점포 200여 곳을 줄이기로 한 롯데쇼핑에서도 협력사를 포함해 최대 5000여 명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불황·감염 공포 '도미노 악재'에…전방위 '감원 칼바람'
두산重 2천명 명퇴·아시아나 무급휴직·만도 주물공장 폐쇄…

아시아나항공, 에쓰오일, 두산중공업, 만도, 르노삼성자동차….

올해 희망퇴직 또는 무급휴직에 들어갔거나 계획 중인 기업들이다. 구조조정 한파가 정유, 자동차, 중공업 등 업종을 불문하고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경기 침체와 실적 부진으로 경영이 악화한 상황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란 돌발 악재까지 겹친 탓이다. 고용 효과가 큰 항공· 유통·관광업계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으면서 감원 바람은 더욱 거세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유통업계도 대규모 구조조정을 예고하고 있다. 업계 1위인 롯데쇼핑은 최근 대형마트 백화점 슈퍼마켓 등 점포 200곳 이상(약 30%)을 정리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이마트도 59개 점포를 폐점하는 구조조정과 함께 인력 재편을 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대형마트 1개 점포가 사라질 때마다 협력사를 포함해 일자리 300여 개가 사라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롯데의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최대 6000여 개의 일자리가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