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을 엘 듯한 강추위로 한강이 꽁꽁 얼어붙었다. 한겨울의 맹추

위가 기승을 부리면 서민들은 바깥출입을 하지 않는다. 방에 군불

을 때고 새끼를 꼬는 작업 등으로 시간을 보냈다. 그러나 한강 주변

에 살고 있는 강촌 사람들의 겨울은 그렇지 못했다. 강촌 사람들은

날씨가 혹독하게 추우면 강제로 동원되어 일을 해야 했다.



서빙고 앞 한강이었다.

한양 사람들이 용산강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얼음이 네 치가 넘게 두껍게 얼자 수많은 장정들이 몰려와 얼음을 캐기 시작했다.

얼음을 일정한 규격으로 캐어 저장고로 보내는 일을 하는 것이다.



한강의 얼음은 어떻게 채취할까? 10㎝가 넘는 두꺼운 얼음이니

사각형으로 선을 그리고 선을 따라 징으로 깨야 한다. 사각형의 크

기는 한 사람이나 두 사람이 들어야 하기 때문에 길이가 2자에서 3자,

폭이 2자 이내여야 한다. 징으로 얼음을 깬 뒤에는 갈고리로 걷어 올려

달구지에 싣고 둔지산 얼음창고로 옮긴다.

달구지도 수십대가 동원되어야한다.



한강이 꽁꽁 얼어붙을 정도의 맹렬한 추위니 얼음을 채취하는

장정들에게는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솜으로 누빈 옷을

겹겹이 껴입고 머리에는 방한 모자를 잔뜩 눌러 쓰고 눈만 남겨 놓

고 천을 얼굴에 감았다. 얼음 위 곳곳에 모닥불을 피웠으나 추위를

감당하기는 쉽지 않았다.


자료출처 : 한강이 말걸다 스토리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