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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남구에서 해외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28일 하루에만 6명이 무더기 발생했다. 코로나19가 창궐하고 있는 유럽과 북미 지역 학교들이 일제히 휴교에 들어갔고, 이 지역에 유학중인 한국인들의 ‘피난귀국’이 본격화 하고 있는 만큼 유학생이 새로운 감염집단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유럽과 북미 지역에 있는 한국인 유학생은 11만명 수준이다.

28일 서울 강남구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유학생 3명 등 모두 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이날 긴급 브리핑을 갖고 “이들을 포함 3월 들어 발생한 유학생 확진자 가 11명에 이른다”며 “그 외 입국자 등 모두 17명이 해외에서 들어온 확진자”라고 말했다.

서울시 전체를 놓고 보면 27일 0시 기준, 전날보다 19명이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는데, 이중 14명이 해외서 귀국한 한 확진 받은 예다. 이로써 해외 접촉 관련 확진자 수는 98명으로, 유학생 중심의 해외 입국자들이 수도권 최대 감염집단으로 부상했다. 구로콜센터 관련 확진자는 96명이다.

◇급증하는 유학생 확진자

미국 뉴욕에서 유학 중인 A(24ㆍ여)씨는 학교 휴교로 지난 25일 오후 4시 20분 뉴욕발 대한항공 KE082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 외부 출입을 하지 않고 도곡동 집에서만 지냈다. A씨는 특이한 증세가 없는데도 유학생이라 걱정돼 27일 낮 강남구보건소에서 검체검사를 받았고, 이날 이 양성 판정을 통보 받았다.

영국 런던의 한 대학에서 유학 중인 B(19ㆍ남)씨는 학교 휴교령으로 27일 오전 7시 런던 히드로공항발 아시아나항공 OZ5223편으로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이후 특별한 증상은 없었지만 곧장 강남구보건소를 찾아 검체검사를 받은 결과 28일 양성판정을 받았다.

이 외에도 미국 중부 캔자스주 소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C(16)군, 유학생 자녀와 함께 런던에서 입국한 D(43ㆍ여)씨, 개인 사업차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D(56ㆍ남)씨 등 모두 6명의 해외 입국 및 관련자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구 관계자는 “해외입국자 5명에 대해 인천공항검역소에 비행편 등을 통보하고 이들 확진자들에 대한 역학조사를 실시했다”며 “아파트와 동선에 대해 방역소독과 함께 접촉자에 대한 자가격리를 시켰다”고 말했다.

◇대표적 부촌들, 때 아닌 ‘유학생 포비아’

강남구에 유학생 등 해외 입국 확진자들이 몰리고 있는 것은 대표적인 부촌으로, 해외에 유학생을 보내놓고 있거나 해외 사업을 하는 주민들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게 배경으로 분석된다. 대치동에 사는 정모(24)씨는 “미국에서 최근 휴교령이 떨어지면서 살던 집을 단기임대로 내놓고 귀국하는 유학생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이들의 귀국이 늘면서 유학생들이 많은 서울 강남 일대 주민들의 불안도 커지고 있다. 입국자에 대한 자가격리 지침이 의무가 아닌 권고 수준에 머물고 있는 탓이다. 송파구 잠실동 주민 송모(36)씨는 “자가격리 지침을 어겼는데 나중에 확진 판정이 나온 유학생이 바로 옆 동네에 있었다”며 “모국으로 들어오는 것까지 막을 수 없지만, 온 국민이 전시수준으로 총력전을 펼쳐 만든 ‘코로나 청정국’을 휘젓고 다니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활보 유학생 감싼 ‘구청장’

본가로 들어오는 일부 유학생과 그 가족들이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활보하면서 구민 뿐만 아니라 이들이 방문한 지역의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자체장이 이들의 옹호하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미국에서 귀국 후 지난주 제주도 여행 중에 감염 증세가 발현한 모녀 사건과 관련 정순균 강남구청장은 27일 기자회견을 갖고 “이들 모녀에 대해서 비난이 쏟아지고 있고 또 제주도에 손배소 제기 방침이 알려지면서 현재 치료에 전념해야 될 이들 모녀가 사실상 정신적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고 밝혀 원성을 사고 있다.


◇‘모녀 비판 심하다’ VS. ‘철없는 행동’ 누가 책임지나

또 다음카페의 ‘제주맘- 제주어멍 제주도부모카페’에는 강남구에 대한 강한 항의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미국 유학생 모녀를 처벌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에 동의하자는 글과 심지어는 정 구청장의 파면 청원의 글도 있다.

이 같은 의견에 대한 반대 의견이 없는 것은 아니나, 모녀의 제주 여행으로 많은 인원이 자가 격리되고 대형 숙박업소 및 음식점 등 자영업자들이 받은 타격을 들어, 철없는 행동으로 큰 피해가 반복될 수 있다면 그 피해는 누가 감당해야 하느냐는 의견이 주를 이룬다.

정 구청장은 27일 ‘제주여행 이후 확진판정 받은 강남구민에 대한 구청장 입장’을 통해 “강남구에서 최초로 미국 유학생 확진자가 발생한 것은 23일부터였다. 강남구에서는 24일부터 재난문자를 통해 14일간 자가격리해 달라고 당부했다”면서 이런 과정을 보면 이들 모녀는 당시 자가격리에 대해 사실상 충분한 이해나 경각심을 갖고 있지 않지 않았나 하는 판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