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7일 정세균 국무총리가 주재한 비공개 관계 장관 회의에서 전자 손목 밴드 도입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일부 자가격리 이탈자 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다양한 수단 중 하나로 손목 밴드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손목 밴드는 자가격리자의 스마트폰과 연동해 10m 이상 떨어지면 모니터링단에 경보를 전송,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출동, 이탈을 확인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것으로 알려졌다. 손목 밴드는 기존 '자가격리 애플리케이션(앱)'보다 더욱 강화된 자가격리 이탈 방지 수단이다. 자가격리 앱은 자가격리자가 격리 지역을 벗어나면 경고 신호를 보내 이탈을 막는다. 그러나 최근 무단으로 외출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보강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졌다. 이달 초 동남아 국가에서 입국한 서울 노원구의 20대 남성은 자가격리 중 지난 6일 외출해 지하철을 타고 돌아다닌 것으로 조사됐다. 이 남성은 경찰 조사에서 '집 안에만 있기 답답해서 바람을 쐴 겸 나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천에서는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60대 여성이 자가격리 중이던 40대 아들과 인근의 사찰을 방문한 것으로 파악됐다. 자가격리 중 무단으로 이사했다가 지자체에 적발된 경우도 있었다. 지난달 23일 프랑스에서 입국한 30대 남성은 송도국제도시에 살다가 경기도 파주로 집을 옮겼다.

















이런 무단이탈자들은 휴대전화를 격리장소에 두고 외출하거나, 휴대전화의 위치추적 장치를 끄고 나가는 방식으로 관리망을 피했다. 심지어 아예 자가격리 앱을 설치하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해외 입국자들은 입국 절차상 자가격리 앱을 반드시 설치하지만, 국내 발생 자가격리자들의 앱 설치율은 약 60%에 불과하다. 이에 정부는 국내 발생 자가격리자에게도 앱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무단이탈 등으로 자가격리 지침을 어겨 감염병예방법 또는 검역법 위반으로 처벌 절차에 있는 사람은 75명(67건)에 이른다. 방역 당국과 경찰은 자가격리 위반자에 대해 엄중 처벌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자가격리 수칙을 위반한 사람은 개정된 감염병예방법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게 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손목 밴드 착용이 자가격리 대상자들의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부는 자가격리 대상자들의 동의를 받아 손목 밴드를 부착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전자팔찌'가 범죄자들이 착용하는 '전자발찌'를 연상케 한다는 점 등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손목 밴드 착용을 피하려고 유증상자들이 코로나19 검사 자체를 회피해 방역에 차질을 줄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방역 당국은 "자가격리를 철저히 관리해야 방역에 도움이 된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고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