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문화관광부는 29일(현지시간) 밤 성소피아 박물관 일대에서 콘스탄티노플 함락 567주년 기념식을 열었다. 터키어로 '아야 소피아', 그리스어로 '하기아 소피아'로 불리는 성소피아 박물관 외벽에 콘스탄티노플 함락 당시를 표현한 애니메이션을 상영했으며, 승리를 기념하는 폭죽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이어 이슬람 성직자가 성소피아 박물관 내부에서 쿠란의 48번째 장인 '승리의 장'을 낭독했으며,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은 영상으로 이를 지켜봤다. 성소피아 박물관은 537년 동로마 제국의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의 명으로 수도 콘스탄티노플에 세워진 바실리카(대성당)로, 1453년 오스만 제국이 콘스탄티노플을 함락할 때까지 정교회의 총본산이었다.
























콘스탄티노플을 점령한 오스만 제국의 메흐메트 2세는 이곳으로 수도를 옮겼으며, 성소피아 대성당을 모스크(이슬람 사원)로 개조했다. 약 900년간 정교회 대성당이었다가 모스크로 운명이 바뀐 성소피아는 500년 뒤 터키 공화국이 들어서면서 다시 한번 옷을 갈아입었다. 터키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인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는 세속주의를 내세워 성소피아를 박물관으로 바꾸었고, 이곳은 연간 약 400만명이 방문하는 터키 최고의 관광 명소가 됐다. 그러나 집권 여당인 정의개발당(AKP)이 이슬람주의를 강조하고, 2016년 군부 쿠데타 시도 이후 터키 사회의 보수적 분위기가 커지면서 성소피아를 다시 모스크로 되돌려야 한다는 여론이 확대되고 있다. 지난 2016년 터키 종교청은 85년 만에 성소피아 박물관 내부에서 이슬람 기도를 낭송했으며, 매년 성소피아를 모스크로 복원하라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월 뉴질랜드의 모스크에서 총기를 난사해 50명의 목숨을 앗아간 테러가 발생한 직후 성소피아 앞에서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당시 뉴질랜드 테러범 브렌턴 태런트는 자신의 신념을 밝힌 '선언문'에 "성소피아의 미나렛(이슬람사원 첨탑)이 없어질 것이며 콘스탄티노플이 정당하게 다시 기독교의 것이 될 것"이라고 적어 터키 내 이슬람교도의 공분을 샀다. 에르도안 대통령도 "성소피아를 모스크로 바꾸는 것은 쉽게 할 수 있는 일이며, 그것은 비정상적인 의견이 아니다"라며 보수 이슬람 층의 의견에 찬성한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터키 최대의 관광 명소인 성소피아 박물관을 모스크로 바꿀 경우 관광객의 발길이 뜸해질 것이라는 반발도 만만치 않아 성소피아의 용도를 두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