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전지법 구창모 부장판사는 최근 상해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정당방위에 해당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5월께 자녀 문제로 격앙된 B씨와 몸싸움을 한 적 있는데, 이 상황을 문제 삼은 B씨 고소로 상해 혐의 피고인이 돼 재판을 받았다. 모든 증거를 살핀 구 판사는 사건 전모에 대해 "B씨가 때리려는 듯 들어 올린 손을 피고인이 밀쳐냈고, 이를 폭행으로 인식한 B씨가 피고인 머리채를 잡았다. 피고인은 그 손을 풀어내려고 발버둥 쳤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머리채를 잡힌 피고인이 저항하는 과정에 있었던 만큼 그에게 상해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 구 판사는 "상해죄 보호법익인 신체의 완전성에 대해 원칙적으로 손상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전제한 뒤 "부당하거나 불법적인 공격이 있을 경우 그걸 방어하는 것이 폭넓게 허용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B씨가 피고인을 때리려고 하거나 머리채를 잡아 흔든 것은 명확한 침해행위로 봐야 하기 때문에 A씨 행동을 방위행위로 평가해야 한다는 게 요지다.

















구 판사는 "우리 사회에서는 '싸움이 나면 무조건 맞아라'라는 말이 마치 상식처럼 통용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며 "지극히 후진적이고 참담한 법률문화 단면이 노출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당방위를 인정하는 데 너무나 인색한 실무 판결의 영향이라는 뜻이다. 이어 "피고인에게 상대방이 머리채를 잡건 어찌하건 국가 또는 법이 알아서 해결해 줄 테니 아무 저항도 하지 말라고 말할 수 있을까"라며 "피고인의 행위는 부당한 공격에서 자신을 보호하려는 소극적 저항수단으로서 정당방위에 해당한다"고 덧붙였다. 형법 21조 1항은 '자기 또는 타인의 법익에 대한 현재의 부당한 침해를 방위하기 위한 행위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벌하지 않는다'고 규정해 정당방위를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판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김병수 박사(법학)는 2014년 발표한 '정당방위의 확대와 대처방안'(한국형사정책연구원 형사정책연구)이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1953년 형법이 제정된 이후 60여년의 역사 속에서 법원이 정당방위를 인정한 사례는 고작 14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