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간 ‘진중권 뉴스’ 128건 쏟아낸 조선일보]


“<한겨레>가 오피니언 콘텐츠를 강화합니다. 칼럼 규모와 필자를 대폭 늘려 관점과 사유의 깊이를 더합니다.
61명에 이르는 새 필자와 칼럼을 소개합니다.”

지난 5일 <한겨레>는 이 같은 소개와 함께 61명 새 필진의 면면을 공개했다. 강우일 천주교 제주교구장을 필두로,
원로 칼럼에 문정희 시인, 서명숙 제주올레 이사장,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 등이 새로 합류한 가운데 소설과 김훈과 같은 기존 필진을 포함해 다수의 신선한 얼굴이 이목을 끈다.

이철희 전 의원 등이나 기존 금태섭 전 의원과 같은 전직 의원부터, 로버트 파우저 전 서울대 교수,
정병호 한양대 명예교수 등과 같은 학자, 이충걸 전 <지큐> 편집국장 등 언론인, <벌새> 김보라 감독이나
유명 번역가인 정영목 교수, 장편 소설 으로 화제를 모은 정대건 감독 등 문화예술인,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나 권일용 프로파일러와 같은 범죄학자 등도 눈에 띈다. 빌런>


필진이 그 언론의 정체성을 대변하고 수준을 상징한다는 점에서, 언론들이 매년, 또 반기별로 교체하는
새 필진의 얼굴은 독자들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다. 대구경북 유력지 <매일신문> 역시 최근 새로운 필진을 영입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다.
진 전 교수는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매일신문에 다시 칼럼 연재를 시작합니다. 3년만인가? 2주에 한 번”이라며
<권언유착과 공작정치>라는 제목의 첫 글의 주요 내용을 소개했다.

“수사지휘권 발동 사태로까지 이어진 이 사건의 발단은 사기꾼 지모씨가 최강욱-황의석과 꾸민 ‘작전’이었습니다.
이들의 음모론을 현실로 둔갑시키는 데에는 MBC가 동원됐죠.
저들의 프레이밍 작업은 대개 MBC와 뉴스타파로 시작됩니다. 김어준의 뉴스공장은 주로 '변명'에 사용되고.
MBC와 뉴스타파가 공격수라면, 뉴스공장은 대체로 수비수에 가깝습니다.

이 사건의 본질은 ‘검언유착’보다는 외려 ‘권언유착’에 가깝습니다. 저쪽에 물리량에서 밀리다 보니,
프레임 싸움 한번 제대로 못하고 당하는 겁니다. 게다가 저쪽은 권력까지 잡고 있어, 그 음모론을 장관의 권한으로
관철시키거든요. 그러니 압도적으로 밀리는 거죠. 그래서 현실이 자꾸 대안현실로 대체되는 겁니다.”

대구경북 지역 독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둘째 치고,
“저쪽(언론들)에 물리량에서 밀리다보니”란 주장의 근거가 무엇인지 온라인으로 이 글을 접하는
지역 외 독자들이 궁금해 하지는 않을지 의문이다. 올해 들어 진 전 교수가 글을 기고하는 매체는 총 네 곳. 헌데,
그 매체의 면면이 꽤나 흥미롭다.

경향’에 이어 ‘한국’, ‘주간동아’, ‘매일신문’ 섭렵 


“(<경향신문>) 유희곤 기자의 그 취재가 사실이라고 어떻게 확신하세요.” (정준희)

“제가 만나서 확인했습니다.” (진중권)

“만나서 확인하면 사실이 됩니까?(정준희)

“만나는 봤어요?” (진중권)

올해 새해 첫날 ‘역대급’ 어록을 탄생시킨 JTBC <뉴스룸> 신년토론의 한 장면이다.
정준희 한양대 겸임교수와 진 전 교수간의 이 설전은 결국 “제가 아니까요”라는
진 전 교수의 역대급 어록을 언론사에 남기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아니 최성해 총장님이 말한 것을 갖다가 레거시 미디어들이 보도를 했구요. 디테일은 틀렸지만,
그분이 말한 실체, 표창장이 왜곡됐다는 것은 사실입니다” (진중권)

“왜곡됐다는 확인은 그것은 판결의 문제로 넘어갔기 때문에.” (정준희)

“판결의 문제가 아닙니다.” (진중권)

“어떻게 확신하시는데요? (정준희)

“제가 아니까요.” (진중권)


‘조국 사태’와 ‘동양대 표창장의 진위 여부’ 등을 놓고 설전을 벌인 진 전 교수는 이날 ‘레거시 미디어’의 권위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낸 바 있다. <경향신문> 법조기자였던 유희곤 기자의 실명을 거론한 것도 모자라 “만나는 봤어요?”라거나 “제가 아니까요”라는 두고두고 회자될 어록이 탄생한 날이었다.

이 토론 직후인 같은 달 5일, 진 전 교수는 <경향신문> ‘오피니언’란에 ‘진중권의 돌직구’란 제목의 연재를 시작했다.
그로부터 열흘 여가 지난 같은 달 16일 <한국일보>도 진 전 교수에게 지면을 내줬다.
‘진중권의 트루스 오디세이’란 제목이었다. 진 전 교수가 두 신문에 기고한 첫 칼럼은
JTBC 신년 토론회에서 열변을 통한 주장의 연장선상이었다.

진 전 교수에게 지면을 준 매체는 진보와 중도 일간지 뿐만이 아니었다.
진 전 교수는 지난 6월 초부터 주간지 <주간동아>에 ‘진중권의 직설’이란 연재를 시작했다. 진보와 중도 일간지와
보수 시사주간지와 최근 대구지역 일간지 <매일신문>까지, 지역과 이념을 넘어
진 전 교수를 스피커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어디 칼럼뿐인가.
<조선일보>를 필두로 숱한 매체가 진 전 교수가 매일 같이 쏟아내는 페이스북 글을 ‘받아쓰기’하며
‘클릭질’ 장사에 열중이다. 그런 진 전 교수의 페이스북 단문을 길게 이어 붙인 것에 불과한 주장들을
일간지 지면에서까지 볼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언론들은 그러한 ‘받아쓰기’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진중권 팔이’ 나선 언론들

“진보 논객 진중권씨의 페이스북 메시지가 요즘 언론계 ‘인기’다. 이는 기사량으로 드러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뉴스 빅데이터 분석시스템 ‘빅카인즈’를 통해 1월 1일부터 1월 28일 낮까지
‘진중권’이란 키워드로 검색된 기사는 54곳 주요언론사 기준 877건으로 나타났다.

2019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1년간 ‘진중권’으로 검색된 기사 건수가 849건인 점에 비춰보면 최근 한 달 사이
진중권씨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높아진 건 사실이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서 1월 1일부터 28일 낮 12시 현재까지
‘진중권’으로 검색된 기사는 2122건이었다.”

지난 1월 28일 <미디어오늘>의 <언론계 핫 플레이스, ‘진중권 페이스북’> 기사 중 일부다.
1월 한 달간 ‘빅카인즈’ 검색 기사만 900여건에 육박했다는 사실은 놀라움을 안겨준다.
5개월이 지난 7월 초 현재는 어떨까. 


지난 6월 6일부터 7월 6일까지 빅카인즈 검색 결과, ‘진중권’이란 이름이 인용된 기사는 총 2,222건,
‘진중권’ 관련 뉴스 기사는 총 810건이었다. 6개월 전과 비교해 별다른 변화가 없었다는 점이 놀랍다.
이 중 독보적인 매체는 <조선일보>였다.

지난 한 달 간 <조선일보>는 진 전 교수 관련 기사를 총 128건 쏟아냈다. 보수적으로 잡아도 하루 당 4건 꼴이다.

진 전 교수가 하루에 페이스북에 쓰는 글 대다수를 기사화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진 전 교수의 주장을 진보(<경향신문>, 중도<한국일보>), 보수(<주간동아), 지역지(<매일신문>)가 공히 같은 시기에 실어주고 있는 현실. 그저 ‘클릭수’만 높다면
어떤 필진이라도 수용하겠다는 준비가 됐다는 작금의 언론계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블랙 코미디 같은 상황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