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아주 어렸을적 겪었던 일이다.


이 글을 쓰면서 그때 일을 다시 생각하려니 너무나도 두렵다.

당시 내가 살던 아파트는 조금 오래된 아파트였는데, 이 아파트는 계단이 홀수 순으로(1층 3층) 안쪽으로 계단이 나있어서 밖에서 1층과 3층 을 볼수 있었다. 계단이 안쪽 깊숙히 들어가는 구조라 물론 3층은 잘안보였지만 1층의 경우에는 낮에도 어둡고 밤엔 입구의 전등이 안들어오면 1층인데도 불구하고 유독 어둡게 보이는 구조였다.

옛날 아파트라 엘레베이터도 없었고 경비실도 입구에서 많이 떨어진 공동 경비실 하나만 있어, 밤에는 오직 복도의 그리고 현관의 전등만을 의지해야됐다.

2003년 한 여름 주말 이었다. 그날은 다른 날과 다르게 낮인데도 구름이 많이껴 유독 어두운 날이었다.

어차피 비오면 나가놀기도 그래서 동네 슈퍼에서 요기거리로 과자나 좀 사둘까해서 우산을 챙겨 슈퍼로 가서 과자를 몇봉 집었다. 2000원을 내니 주인 아주머니의 그 무표정한 거스름돈 세는 모습과 그리고 그 어두운 낮이 겹쳐 묘한 느낌이 들었다. 아주머니는 돈을 다 셌는지 잔돈을 거슬러 주면서 인상을 찌푸리더니 이런말을 하셨다.

아가, 오늘 같은날은 밖에 나가면 안돼. 뭔일 일어날지도 모르니 집으로 얼른 들어가.

걱정스런 말들이 그 무표정한 아주머니의 입에서 나오니 어색해졌는지 나는 네! 비도 올거 같으니 얼른 들어가야죠 하고 슈퍼를 나섰다.

점점 날씨가 어두어지고 비가올거 같아 서둘러 101동.. 그리고102동을 거쳐, 내가 살고 있는 103동으로 갈려는 찰라에 102동 입구의 전등이 깜박이는 것을 보고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었다.

불이 이내 꺼졌는지 102동 입구는 다시 어두어졌었는데,  그 음산하고 소름끼치는 기분이 드는 입구가 마치 나를 잡아먹을듯 아가리를 벌리고 있었다. 이상한 기분이 들어 고개를 돌리려고 하는순간 나는 다시 고개를 돌릴수 밖에 없었는데, 그 어둡던 계단에서 아주 이질적인 물체를 얼핏본것 같아서였다. 고개를 돌려보니, 작은키지만 화창한 날에나 쓸법한 챙이 긴 모자와. 거의 핏빛에 가까운 붉고 검은 원피스를 입고 신발은 슬리퍼를 신었는지. 마치 아무것도 안신은 것마냥 그 하얗고 그리고 푸른끼마저 드는 피부를 들어내고 있었다.

그 사람 아니 그 소녀는 나를 보고 있었던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이를 기다리고 있는것인지, 정면을 보고 있었다.

그 장면이 너무 묘해 정신팔려 보고 있는중 누군가 갑자기 뒤에서 내 어깨를 치는 바람에 고개를 돌렸다. 아까 그 아주머니였고, 내가 놓고간 우산을 건내 주셨다.

그러면서 아가 비올거 같은데 곧장집으로 가야지 여기서 뭐하고 있어? 하며 날 등떠밀듯이 보냈다.

나는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다시 아까 102동을 봤지만 그 소녀는 온데 간데 없어졌고, 슈퍼 아주머니만 102동으로 고개를 돌리고 뚫어져라 보면서 천천히 다시 슈퍼로 가고 계셨었다.

그걸 한참이나 본 나는 그 알수없는 소름돋는 그 느낌과 그리고 무서운 느낌이 내 전신을 휘감는것 같아 죽기살기로 전력을 다해 집으로 뛰어갔다.

집앞에 무사히 도착하니, 그 복도의 불들이 내가 지나온 흔적을 따라 하나 하나 꺼져가며 어둠을 몰고 왔다.

나는 너무나도 두려운 나머지 문을 두들기면서 얼른 열어달라고 소리쳤다.

문을 벌컥 열며 그 짜증스런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동생이 그렇게 반가울줄은 몰랐다.

그리고 얼굴을 빼꼼 내밀더니 누구 있어? 왜 그렇게 소리를 질러대라고 하며 두리번거렸다.

그러더니 잠깐 멈칫 하더니 내 손을 강하게 끌어잡고 안으로 끌어당기며 문을 황급하게 닫았다.

동생에게 왜 이렇게 쌔게 당기냐고 물었더니 공포에 질린 얼굴로 불꺼진 그 복도에 빨간 옷을 입은 여자애가 우리쪽으로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놀라 얼른 문을 닫았다고 했다.
그렇게 주저 앉았는데, 복도 쪽으로 나있는 창문으로 그 챙이 길었던 모자가 보였고 한참이나 거길 서 있었다.

나는 공포에 이를 떨었고 이윽고 그 창문으로 아까 얼핏봤던 소녀의 빨간 눈이 나를 노려봤다. 그리고 나는 기절했고. 몇시간 뒤 돌아오신 부모님이 날걱정하는 눈빛으로 보고 계셨다.

손목을 보니 아까 동생이 끌어당긴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러고보니 동생이 보이지 않아 동생은 어딨냐고 물어봤다.

부모님은 날 이상하다는 듯한 눈으로 보시더니 네 동생은 과외받으러 갔디 않냐라고 말씀하셨다. 그럼 내가 기절했던 그 시간에 동생은 집에 없었냐고 했더니 오늘은 동생이 학교가 7교시까지 있던 날이어서 학교에서 끝나고 바로 과외가 있어 선생님 댁으로 갔다고 했다.

그럼 내 손목에 선명하게 남은 이 손자국과 문을 열어줬던 사람은 누구지??

난 그생각을 다시 해보니 너무나도 무서워 부모님의 손을 잡으며 좀 더 같이 있어달라고 말을 했다. 부모님은 다행히 같이 계셔줬고,
얼마안가 난 긴장이 풀리면서 그날은 그렇게 긴 잠을 자게 되었다.


다음날 일어나서 난 슈퍼 아주머니에게 갔다.
아주머니는 전에 없던 인자한 웃음을 지으시며, 아가 뭐 필요한거 있어? 라며 반겨주셨다.

어제의 그모습과 너무 다르고 그리고 그 소녀를 보고 있던것이 생각나 어렵게 입을 땟다.

아주머니, 혹시 어제 102동에서 빨간 옷을 입은.. 까지 듣더니 아주머니는 갑자기 표정이 굳어지며 내 입을 막았다.

아가, 어제일은 잊거라. 그 아이를 생각하지 말아라. 한번은 괜찮았지만 두번은 힘들꺼라는 알수없는 말을 하시며 천천히 내입에서 손을 때셨다.

그리고 그 아주머니는 이런말을 하셨다.

아가, 비오는 날 그리고 어제처럼 날이 험한날엔 돌아서 가더라도 102동 근처로 가지말아라. 그런날에 나갈일이 생기면 꼭 앞만 보고 집으로 곧장 들어가거라. 라며 손을 따뜻하게 잠시 잡아주시더니 놓아주셨다.

손을 펴보니 작은 하얀색 매듭을 한 끈이 있었는데. 아주머니가 이걸 내가 이 아파트를 이사갈때까지 가지고 있으라고 하셨다.

그렇게 말이 끝난 뒤 난 멍한 표정으로 우리집으로 다시 돌아갔다. 하늘은 언제 그랬냐는둥 아주 맑았고 정신차려보니 내손엔 그 끈이 그대로 쥐어져 있었다. 102동을 지나면서 고개를 돌릴까 하는 생각이 있었지만 어제 겪었던 섬뜩한 일을 생각하며 나는 얼른 집으로 돌아갔다.


그 이후론 한동안 아무런 문제없는, 점점 그일이 희미해질 무렵 우린 그 아파트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사하게 되었다.

이사를 하면서 이삿짐센터 분들이 하는 말을 들었는데 이 동네는 이상하게 102동 사람들만 이사를 가지 않는 다는 말을 했다.

들어보니, 어떤 아이가 나들이를 가다가 아파트 입구에서 누가 던진건질 모를 커다란 화분을 맞고 그자리에서 목이 꺽여 죽는사고가 났는데, 그 이후로 여기 사람들이 이사를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럼 내가 그때본 그 아이는 그때죽은 원혼이었을까?
하는 생각에 다시한번 소름이 돋아 얼른 차에 타 숨었다.

이사를 가서도 난 몇해가 지나도록 다시 그아이이가 나올까 벌벌떨었다.

지금 성인이 되어서는 이젠 기억이 되버렸지만, 여전히 그 아이의 섬뜩한 눈 빛은 잊혀지지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