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가족부 산하기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양평원)이 공무원 대상 성인지 사이버교육과정 동영상에서 대구 지하철 화재참사 생존자의 증언을 다음과 같이 인용해 논란이다.

"입을 막고 낮은 자세로 가야 한다는 것을 한 번도 배우지 않아서 탈출하면서 연기를 많이 마셨어요. 그래서 기관지를 다쳤죠. 나중에 보니 남자들은 다 알고 입을 막고 낮은 자세로 갔다고 하더라고요."

대구 지하철 화재참사는 지난 2003년 중앙로역에 진입한 하행선 전동차 내에서 일어난 방화로 인해 343명(사망자 192명·부상자 151명)의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이다.

온라인에서는 여성가족부 산하 기관이 이 사건의 생존자 말을 인용해 되레 남녀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또 대구시민들의 뼈아픈 사건을 사례에 넣었다는 건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도 함께 나온다.

지난 1일 페이스북 페이지 '실시간 대구'에는 "여성부가 대구의 아픔을 이용하는 방법"이라며 "도대체 이 인간들은 지하철참사의 아픔을 알기나 하는걸까. 이해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는 걸까"라는 글이 올라왔다. 김모 씨는 댓글에 "대구 사람들조차도 감히 입에 올릴 수도 없는 고통이고 아픔"이라며 "당신들이 하는 행동이 살인자와 다를 게 없다는 거 그거 하나만 평생 기억하라"고 했다.

이 교육 동영상이 인용한 지하철 참사 화재 생존자 말은 마치 남성은 재난 시 생존 매뉴얼을 교육받아 살거나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여성은 그렇지 못해 죽거나 크게 다쳤다는 뉘앙스로 읽혔다. 사례가 적절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누리꾼들은 "건드려서는 안 될 게 있다", "재난교육은 남녀 가리지 않고 다 받는 것 아닌가" 등의 반응이 나왔다.

국민신문고에 민원도 제기됐다. 민원인은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에서 '대구 지하철 화재 참사'를 이용해 남녀갈등을 조장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내용으로 온라인 교육을 실시한 이 기관의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 수준과 실상에 참담한 심경이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양평원 측은 "성 역할 고정관념이나 사회경제적 지위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그 피해양상이 다를 수 있음을 해당 사례를 통해 강조하고자 했다"고 해명했다. 아울러 "관련 당사자에게 다시 그 고통을 상기시킬 수 있음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한 점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앞으로는 콘텐츠 제작 시 맥락이 보다 잘 드러날 수 있도록 구성하고 내용전달에도 면밀히 주의를 기울여 제작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