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고(故) 최희석 경비원의 친형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경비가 맞고 억울한 일 당해서 죽는 사람이 없도록 해달라'는 동생의 유언 때문에 형은 난생처음 기자들 앞에 섰다. 서울 강북구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던 최씨가 '주민 갑질'에 시달린 끝에 5월 10일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오는 17일로 100일이 된다. 그동안 형은 끊임없이 동생의 억울함을 호소했다. 최씨의 친형은 "그렇게라도 하지 않았다면 경비원의 죽음이라는 건 말 그대로 '개죽음'이 될 뿐이고 잊히는 것"이라며 "도저히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최씨의 친형은 동생의 사망 이후 개인적으로 변한 건 없다고 했다. 그는 "아직도 가해자한테서 사과 한 번 못 받았다"며 "가해자가 나중에 보복할까 두려워 가족들은 전전긍긍하고 무서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해 주민 심모(49)씨에 대한 형사재판은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달 초 첫 재판이 예정됐으나, 수차례 기일이 변경된 끝에 열린 재판에서 심씨의 변호인이 사임하면서 또다시 지연됐다. 최씨의 형은 "이제 바라는 건 앞으로 을과 갑이 같이 살아갈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최씨의 죽음을 계기로 경비노동자의 노동 환경과 고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환기됐지만, 당사자인 경비노동자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안성식 노원노동복지센터장은 "현장에서 일하는 경비노동자들을 만나 이야기를 해보면 갑질 관련해 크게 달라진 부분은 없다고 한다"고 전했다. 안 센터장은 매월 경비노동자들과 자조 모임 등 자리를 열고 모여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지난달에도 경비노동자 80여명을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안 센터장은 "최씨의 사망 이후 입주민들의 태도가 조금은 조심스러워지고 갑질에 대한 경각심이 환기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최근에도 방문객에게 폭행당했다며 상담을 신청한 경비노동자 사례가 있다"고 덧붙였다. 최씨의 죽음 이후 달라진 부분도 있다. 경비노동자들이 가장 시급한 문제로 꼽는 고용불안을 해결하기 위한 제도적 노력이 첫발을 내디뎠다.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강북구갑)은 아파트 등 공동주택에서 일하는 경비노동자의 업무 범위를 현실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경비노동자 보호법'을 발의했다. 현행 경비업법에 따르면 경비용역회사 소속으로 아파트 등 시설경비를 맡은 경비원이 할 일은 '도난·화재, 그 밖의 혼잡 등으로 인한 위험 발생을 방지하는 업무'로 규정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