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은 이와 같이 이르노라.


아! 국가가 의지하여 보장을 삼는 것은 오직 수군뿐인데, 

하늘이 아직도 화 내린 것을 후회하지 않아 흉한 칼날이 다시 번뜩여 마침내 삼도의 수군이 한번 싸움에 모두 없어지니 

그 뒤로 바다 가까운 여러 고을들을 그 누가 막아주랴..... 

한산을 이미 잃어버렸으니 적이 무엇을 꺼리리오. 


눈썹이 타는 듯한 위급이 바로 닥쳐온 지금 눈앞에 당장 세워야 할 방책은 

다만 흩어져 도망간 군사들을 불러들이고 또 배들을 거두어 모아 급히 요해에 웅거하여 엄연히 큰 진영을 짓는 것밖에 없나니 

그러면 도망갔던 무리들이 돌아올 곳 있음을 알 것이요. 또 한창 덤비는 적들도 막아낼 수가 있을 것인데 


이일에 책임질 사람이야말로 

위엄과 은혜와 지혜와 능력이 있어 평소에 안팎으로부터 존경을 받던 이가 아니면 어찌 능히 이 책임을 이겨낼 수 있을 것이랴. 

생각건대 그대는 일찍 수사 책임을 맡기던 그날 벌써 이름이 들어났고 

또 임진년 승첩이 있은 뒤부터 업적이 크게 떨치어 변방군사들이 만리장성처럼 든든히 믿었는데 

지난번에 그대의 직함을 갈고 그대로 하여금 백의종군하도록 하였던 것은 

역시 사람의 모책이 어질지 못함에서 생긴 일이었거니와 그리하여 오늘 이같이 패전의 욕됨을 만나게 된 것이라 

무슨 할 말이 있으리오. 무슨 할 말이 있으리오.


이제 특히 그대를 상복을 입은 채로 기용하는 것이며 또한 그대를 평복 입은 속에서 뛰어 올려 

도로 옛날같이 전라좌수사 겸 충청전라경상 등 삼도수군통제사로 임명하노니 

그대는 도임하는 날 먼저 부하들을 불러 어루만지고 흩어져 도망간 자들을 찾아다가 단결시켜 

수군의 진영을 만들고 나아가 요해지를 지켜 군대의 위풍을 새로 한번 떨치게 하면 

이미 흩어졌던 민심도 다시 안정시킬 수 있으려니와 

적도 또한 우리 편의 방비 있음을 듣고 감히 방자하게 두 번 쳐 일어나지는 못할 것이니 그대는 힘쓸지어다. 


수사이하는 모두 다 지휘 관할하되 일에 다다라 규율을 범하는 자가 있다면 일체 군법대로 처단하려니와 

그대의 나라 위해 몸을 잊고 시기 따라 나가고 물러옴 같은 것은 

이미 다 그 능력을 겪어보아 아는 바이니 내 구태여 무슨 말을 많이 하리요....



어허! 저 오나라 때의 장수 육항이 국경의 강 언덕을 두 번째 맡아 군략 상 할 바 일을 다 했으며 

또 저 왕손이 죄수의 명목에서 일어나 능히 적을 소탕하는 공로를 세운 것 같이 

그대는 충의의 마음을 더욱 굳건히 하여 나라 건져주기를 구하는 나의 소원을 풀어주기 바라면서 

이에 조칙을 내리노니 그렇게 알지어다.


1597년 7월 23일  - 선조임금 -














하성군의 애걸하는 편지를 받은 이순신은

고문 후유증으로인해 혼절까지 하는 몸을 이끌고

13척으로 수백척과 싸워

단 한척의 피해 없이 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