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로마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다큐멘터리 '프란치스코' 내 인터뷰에서 동성애자들을 거론하며 "그들도 주님의 자녀들이며 가족이 될 권리가 있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버려지거나 비참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시민결합법(Civil union law)이다. 그것은 그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다. 나는 이를 지지한다"고 밝힌 것으로 보도됐다. 이는 가톨릭계가 용인하지 않는 동성 간 시민결합을 지지한 것으로 해석돼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이탈리아를 비롯한 일부 유럽 국가들과 미국의 몇몇 주(州)가 채택한 시민결합법은 동성 결혼 합법화의 대안으로, 동성 커플에게 이성 부부와 동등한 법적 권리를 인정한다. 이와 관련해 프랑스에 본사를 둔 온라인 가톨릭 매체 '알레테이아'(Aleteia)는 인터뷰 내 교황의 발언 일부가 잘리고 합쳐지는 짜깁기 과정에서 전체 맥락이 왜곡됐다고 지난 2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관련 발언은 작년 5월 멕시코 최대 방송사인 텔레비사의 교황청 출입 기자 발렌티나 알라즈라키와의 인터뷰에서 나왔다. 교황과 기자의 모국어인 스페인어로 진행된 이 인터뷰는 장장 1시간 20분에 걸쳐 동성애를 비롯해 광범위한 가톨릭 교계 및 사회적 이슈를 다뤘다고 한다. 동성애 이슈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즉위 직후인 2013년 7월에 한 발언을 둘러싼 논쟁으로 시작됐다. 당시 교황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방문한 뒤 바티칸으로 돌아오는 전용기 내 기자간담회에서 동성애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지의 질문에 "그들이 주님을 찾고 선한 의지를 갖고 있다면 내가 누구라고 그들을 심판할 수 있겠는가"라고 말했다. 동성애자들도 인간적 존엄과 권리를 지닌다는 점을 에둘러 강조한 것으로 지금도 회자하는 유명한 말이다. 하지만 알라즈라키 기자는 이에 대해 동성애 옹호 발언 아니냐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고, 다소 격앙된 교황은 "동성애 성향을 가진 사람들도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동성애자들도 가족이 될 권리가 있다. 동성애 성향을 가진 사람도 가족이 될 권리가 있다. 부모들은 동성애자 아들과 딸을 인정할 의무가 있다.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누구도 가족으로부터 버려지거나 비참해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알레테이아는 이것이 원래 교황의 발언이며, 다큐멘터리 인터뷰 상에 있던 '그들도 주님의 자녀'라는 문장은 삽입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매체가 소개한 전체 발언의 취지는 동성애자들도 한 가족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져야 하며 부모들은 그들을 하나의 자녀로 사랑할 의무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시민결합법 지지' 발언도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 동성 간 시민결합 또는 동성 간 가족 구성의 권리를 지지한다는 게 아니라 그들이 한 가정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도록 법적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점을 설명한 것으로 연결지을 수 있다. 아울러 교황은 '시민적 공존(스페인어로 convivencia civil)을 위한 법'을 만들어야 한다고 표현했는데 영어권 매체의 번역 과정에서 시민결합법이 됐다고 알레테이아는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