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9개월 만에 서울에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졌죠. 
그랬더니 언론에서 ‘중국발 미세먼지 다시 왔다’고 썼어요. 
참 안타까운 게, 2013년 환경부 장관이 미세먼지가 중국에서 온다고 했어요. 
그 다음엔 미세먼지를 피하려면 집에서 공기청정기 틀고 밖에 나갈 땐 마스크를 쓰라고 했죠. 
환경관리의 기본은 오염물질 발생을 줄이는 건데, 미세먼지를 실제로 해결하는 데 하나도 도움이 안 되는 걸 하면서 우리가 최소한 5, 6년을 허비한 거예요.”

장재연(63) 재단법인 숲과나눔 이사장의 한탄이다. 그는 국내 미세먼지 연구 권위자 중 첫손에 꼽힌다. 1988년 미세먼지에 발암물질이 48가지나 들어 있다는 내용을 담은 논문으로 서울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대기오염 정책에 미세먼지가 포함돼야 한다는 주장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제기했다. 아주대 의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를 지내며 환경 문제를 연구하는 동시에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실천가이기도 하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 숲과나눔 사무실에서 장 이사장을 만났다. 그는 ‘미세먼지=중국산’이라는 프레임에 대해 답답함을 토로했다. “대다수 국민들이 미세먼지는 중국에서 온 것이고, 우리는 피해만 보고 있다고 믿게 됐어요. 저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에 초점을 맞춰서 국내 미세먼지 절감을 위해 노력하자고 얘기하는 건데 중국 편을 든다면서 ‘매국노’라는 비난이 쏟아지고요.”

-미세먼지가 지난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사회조사 결과’에서도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환경 문제 1위로 꼽혔습니다. 방사능, 유해 화학물질, 기후변화 등이 40%대의 응답률을 보인 데 비해 73%로 압도적이었는데, 이사장님은 그동안 꾸준히 칼럼과 저서, 강연을 통해 미세먼지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공포가 과도하다고 지적하셨습니다.

“미세먼지가 괜찮다는 말이 아니에요. 저는 1980년대에 다들 미세먼지가 나쁜 줄 모를 때 정말 건강에 해롭다고 논문 쓰고 강연하고 환경운동을 했어요. 그래서 지금처럼 국민들이 지나치게 걱정한다는 인터뷰를 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어떤 대상이든 잘 모르면 불안하고, 알게 되면 공포는 사라집니다. 집집마다 가스불 쓰는 게 사실은 굉장히 위험하잖아요. 그렇지만 우리가 위험을 컨트롤하면서 유익하게 쓰는 거고요. 미세먼지도 우리가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 무서운데 내가 손쓸 수 없는 다른 나라 때문이라고 생각하니까 공포가 커지는 거예요. 그렇게 해서는 미세먼지가 안 줄고, 그러니까 더 불안해지고. 충남 당진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증설하려고 할 때 저와 환경운동연합이 기후변화 때문에 하면 안 된다고 했지만 잘 통하지 않았어요. 그런데 국민들이 미세먼지를 걱정한다고 지적했더니 성공했거든요. 불안과 걱정이 미세먼지를 줄이는 동력이 된 경우죠.”




-미국이나 유럽의 주요 도시에 비해서 우리나라가 미세먼지 농도가 두 배 높다고 칼럼을 쓰셨으니 근거 없는 공포는 아닌 것 같은데요.

“대기오염 문제를 대부분 해결한 선진국보다 우리나라가 두 배쯤 높고, 아주 나쁜 나라들에 비하면 절반 수준이에요. 중국은 우리보다 두 배 가까이 나빴는데 지금은 조금 나쁜 수준까지 접근했고요. 우리는 70, 80년대에 비해 4분의 1로 줄였지만 아직 절반을 더 줄여야 한다, 이렇게 설명하면 이해가 쉬우실 거예요.”

-‘미세먼지’라는 용어 자체가 외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많이 쓰지 않는 과학 전문용어이고, 미세먼지 농도를 시간 단위로 체크해서 발표하는 나라도 우리나라뿐이라고 들었습니다.

“가스 종류는 짧은 시간에도 건강에 피해가 생기기 때문에 8시간 평균, 심할 때는 1시간 평균을 따질 때도 있어요. 그런데 미세먼지는 순간순간 변화가 굉장히 커서 그렇게 짧은 시간에 측정할 수가 없어요. 그건 정말 간이 측정 데이터거든요. 일단 데이터 자체가 신뢰성이 낮고, 한 시간 단위로 미세먼지가 높아졌다 낮아졌다고 해서 건강 피해가 한 시간 단위로 나타나지도 않죠. 그래서 학술적으로 미세먼지의 제일 기본단위는 하루 24시간이에요. 그래서 외국에선 시간 단위로 데이터를 내보내지 않죠. 아주 예외적인 경우에만, 예를 들어 대규모 산불이 나서 급속도로 오염도가 변할 때는 3시간 단위값을 내보낼 때가 있지만 한 시간 단위로 측정치를 공개하고, 국민들이 그걸 보고 창문을 닫고 여는 데는 우리밖에 없을 거예요.”

-그린피스가 지난해 낸 자료로는 2018년 우리나라의 초미세먼지 농도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칠레 다음으로 두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왔습니다.

“OECD 국가가 아니라 전 세계를 놓고 비교할 때도 항상 경제나 교육 같은 다른 분야에 비해 환경이 제일 취약한 것으로 평가돼요. 국어 영어는 잘하는데 수학이 안 좋은 학생처럼 우리도 환경 점수가 잘 안 나왔던 거죠. 옛날에는 별로 안 중요한 과목 점수가 나쁜 걸로 넘길 수 있었는데 이제 환경이 세계 공통으로 중요한 과목이 됐잖아요. 그럼 우리도 공부하면 되는데 지금 우리는 공부는 안 하고 옆에 앉은 애 때문에 공부를 못했어, 이런 식이에요. 그런데 어느 날 보니까 옆에 앉은 애는 계속 공부해서 이제 오히려 나보다 더 잘하게 생겼어요. 이건 잘못되고 있는 거잖아요?”

-미세먼지에 관해 가장 큰 논쟁 중 하나가 ‘옆에 앉은 애’ 중국의 책임 문제인데요.

“2013년 세계보건기구(WHO)가 미세먼지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면서 관심이 커졌는데,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계속 한반도 대기 질에 미치는 중국 미세먼지의 기여율이 평소에는 30%, 고농도일 때는 60~80% 수준이라고 발표했어요.
남 탓이 한 번으로 그치지 않고 반중정서와 만나서 민족주의적 감정이 악화되는 쪽으로 가버렸어요. ‘전부 남의 나라 잘못이니까 우리가 노력할 게 없네’ 이렇게 됐어요. 그러면 중국과의 협력과 외교를 통해서 중국 미세먼지를 줄이는 쪽으로 중심이 옮겨가니까 우리나라 오염물질의 원인은 규명이 안 되고 오염물질 배출량을 줄일 필요도 없게 되는 거죠.”



-지난해 한·중·일 3국이 발표한 ‘동북아 장거리이동 대기오염물질 국제공동연구’에서 한국에서 발생하는 연평균 초미세먼지 기여율은 한국 자체적 발생이 51%, 중국 32%라고 했습니다. 신뢰할 만한 결과가 아니라고 보시나요?

“보고서가 나오기 전에 이미 우리나라의 답은 중국 탓으로 정해져 있었어요. 중국에 대한 언론과 네티즌들의 반감이 어마어마했잖아요. 보고서도 공동연구가 아니라 한·중·일이 각자 연구한 걸 합친 거예요. 일본은 어떤 입장인지 일본 환경성 자료를 봤는데 결론이 우리나라가 발표한 것과 달라요. ‘한·중·일 대기 오염의 주원인은 각기 자기 나라의 것이다. 그러나 이웃나라에 영향을 주므로 오염원을 줄이도록 함께 노력하자’였어요.”

-지난 19일에는 여러 언론이 천리안 위성에 ‘중국발 미세먼지’가 포착됐다고 보도했는데요.

“그 보도자료를 찾아봤더니 ‘중국에서 발원한 황사 및 고농도 미세먼지가 유입되어 한반도 주변에서 관측됨’, 한 줄이 있는데 몇몇 언론에 ‘중국발 황사, 딱 걸렸다’ 이렇게 나왔어요. 황사가 관측됐다고 했는데 실제로 사진을 찍은 날짜에 황사가 오지도 않았고 미세먼지 농도도 거의 보통 수준이었어요.”

-중국이 한반도 대기에 악영향을 미치지만 절대적인 영향은 아니라는 말씀인 거죠.

“당연히 중국 영향이 있죠. 중국 학자들도 중국이 한국과 일본의 미세먼지에 영향을 미친다고 논문을 냈어요. 배경농도라는 게 있어요. 자연 상태에서의 오염을 말하는 건데, 동북아 대기질의 기본적인 배경농도에는 중국 것, 한국 것, 일본 것이 섞여 있지만 중국 것이 압도적으로 높겠죠. 그렇게 따지면 평상시에 중국의 영향이 클 수 있어요. 그런데 그런 정도가 아니라 정부에서는 고농도인 날 86%가 중국에서 왔다고 했어요. 로켓에 담아서 쏘는 것처럼 중국 게 넘어온 다음에 갑자기 공기 정체가 일어나서 갇히는 식으로요. 86%면 중국 공기가 거의 그대로 우리나라로 왔다는 얘기인데, 고농도일 때는 공기가 정체돼서 내부물질 때문에 오염도가 높아진다는 게 과학자들한테는 상식이거든요. 공기를 깨끗하게 하려면 자기 주변부터 깨끗하게 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건 경험적으로 과학적으로 물리적으로 다 입증된 사실이에요. 그런데 상식이 왜 미세먼지에만 안 통할까요.”

-올초 코로나19로 중국의 공장 가동이 중단됐기 때문에 올해 우리나라 대기가 깨끗했다고도 합니다.

“중국이 한때는 초미세먼지가 500을 넘어갈 정도로 지독하게 높았죠(151㎍/㎥ 초과가 ‘매우 나쁨’ 단계). 그때는 중국 탓이라는 말 한마디 안 하다가 중국이 5년간 40%를 줄였는데 중국 탓을 하니까 앞뒤가 안 맞죠. 박원순 전 시장이 2013년 중국에 갔을 때 베이징 시장이 서울한테 배우고 싶다는 얘기를 했어요. 그때 팔을 자르는 각오로 미세먼지를 줄이겠다고 그러더니 정말 많이 줄였죠. 중국이 한국을 배우겠다고 할 때 우리 경험과 노하우를 전달했으면 그 엄청난 환경산업시장을 선도할 수 있었을 텐데요.”

-환경부 발표를 보면 올해 초미세먼지 농도 평균값이 최근 3년간보다 25% 개선됐다고 합니다. 하지만 체감하기에는 63빌딩이나 남산타워가 잘 보이지 않는 날이 훨씬 많아진 것 같습니다. 국민의 90% 이상이 10년 전보다 미세먼지 농도가 더 나빠진 것으로 인식한다는 정부 조사도 있었고요.

“‘역대 최악의 미세먼지’라고 많이들 하는데, 지금 미세먼지 농도는 70, 80년대의 4분의 1 수준이에요. 88년 서울올림픽 때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대기오염 관리하라고 하면서 아주 급격하게 개선을 해왔는데 2013년을 기점으로 다시 미세먼지가 올라갔고, 다행히 2017년부터 그 추세가 꺾였어요. 2000년대 중반에 제가 ‘서울에서 별을 볼 수 있게 하자’는 운동을 했어요. 그때까지도 서울이 여름철 잠깐 빼고는 1년 내내 별 보기 힘들 정도로 대기오염이 심했거든요. 저도 설문조사를 해봤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지금 미세먼지가 더 나쁘다고 생각한다는 걸 알아요. 그렇지만 사실은 아니에요. 저는 그런 설문결과를 국민들이 요구하는 환경의 질이 굉장히 높아졌고, 대기오염 문제를 지금 수준에 만족하지 말고 선진국 수준으로 개선하자는 것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봅니다.”









'미세먼지' 라는 개념을 처음 국내에 도입한 최고의 전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