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기자회견의 의미: 6시 기자회견엔 생각보다 많은 의미가 있다


추미애 장관이 기자회견을 통해 윤석열 검찰청장의 직무를 정지한다는 선언을 했다.

이 선언은 다양하고 복합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추미애 장관이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의도했건 그렇지 않건 그 선언이 추미애 장관의 검찰개혁에 가장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당대표 시절, 군이 계엄령 선포를 하려고 한다는 기자회견을 통해 군의 쿠데타 기도를 사실상 저지한 점을 떠올려 보면, 추미애 장관은 이번 기자회견에도 그와 유사한 중대한 의미를 담았다고 본다. 그래서 이번 기자회견에 담겨있는 의미 중 가장 중요한 세 가지를 짚어보려 한다.

 

 

1. 추 장관은 왜 6시가 넘어 기자회견을 했을까 

 

추미애 장관은 왜 기자들이 퇴근할 시간이 됐을 때가 되어서야 기자회견을 했을까? 현 정부 들어 검찰개혁과 관련된 이슈에서 검찰은 늘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조국 장관의 사모펀드나 딸 표창장과 관련된 의혹 제기, 추미애 장관의 아들 군대 휴가 문제 등을 제기했고 그를 통해 주도권을 쥐고 이끌어 나갈 수 있었다. 

 

특히 언론사 내에서 주류에 속하는 법조팀과 호흡을 맞춰 여론전을 벌일 수 있었기 때문에 항상 이슈를 선점하고 우위에 서서 싸움을 벌일 수 있었다. 추미애 장관은 이런 상황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굳이 6시 근처의 시간을 선택한 것이다. 직무 정지가 급작스럽게 결정될 일도 아니고 기자회견이 분초를 다투는 일도 아니기 때문에 12시에 발표해도 그만이고, 2시에 발표해도 그만이다. 하지만 굳이 6시 근방을 선택해서 기자회견을 했다.

 

6시에 기자회견을 하면, 법조기자들이 검찰과 의논을 해서 보도할 수가 없다. 8시에 SBS, JTBC의 메인 뉴스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검사들과 보도내용과 톤을 조율할 여유 시간 없이 바로 리포트를 제작해야 빠듯하게 뉴스 시간에 맞출 수 있다. 제일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1보가 검찰의 시각이 아닌 추미애의 시각으로 나가게 된다. 이를 통해 추미애는 처음으로 검찰 개혁 이슈의 주도권을 완전히 틀어쥔 상태에서 국면을 전개해 나갈 수 있게 됐다. 

 

친검찰적인 보도를 지속해 온 법조기자들은 이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퇴근 시간에 기자회견을 하는 건 무례한 것 아니냐는 어이없는 소리를 한 것이다. 





그들의 본심은 퇴근 시간이 됐다는 불평이 아니라, 지금 기자회견을 하면 검찰과 보도내용에 대해 조율하고 검찰의 입장을 대변하는 보도를 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이었다. 그래서 실제로 기자회견 당일, 추미애 장관이 원하는 대로 보도가 나갔다. 또한 이를 통해 법조기자들이 그동안 얼마나 친 검찰적인 보도를 해왔는지도 많은 사람들이 알 수 있게 되었다.

 

이슈의 주도권을 쥐면 자신이 유리한 전장에서 유리한 방식으로 싸울 수 있다. 지금까지는 검찰이 계속 유리한 싸움을 할 수 있었지만, 추 장관이 주도권을 장악한 현 상황에서는 불리한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자신들이 칼을 휘두르던 상황에서 상대가 휘두르는 칼을 맞받아쳐야 하는 상황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2. 판사들이 참전하게 되었다

 

추 장관의 기자회견은 법원과 판사들이 싸움에 참전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동안 검찰개혁은 추미애 vs 윤석열 검찰과 언론의 구도로 전개되었다. 법원과 판사들은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자는 심정으로 둘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굳이 누구 편이냐를 정하자면 검찰 편에 가까웠다고 본다.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법원과 판사들에 들이대는 칼날이 불편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판사들의 성향을 조사했다는 정황이 드러난 이상 판사들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게 되었다. 법원과 판사들에 대한 도전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 이번 사안으로 나의 지인으로 있는 판사들에게서도 평소에 그들에게서 보기 어려운 거칠고 강한 감정표현을 하는 모습을 봤다. 

 

검찰개혁이 그동안 어려운 싸움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검찰의 권한과 힘이 막강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이해관계자들이 검찰과 소극적 혹은 적극적으로 같은 편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추미애 장관은 이런 상황을 기자회견 한 번으로 그야말로 멋지게 타개했다. 중요한 플레이어 중 하나인 법원과 판사들이 도저히 검찰의 편을 들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제 판사들은 검찰의 반대편에 섰다. 이것이 추미애 장관의 가장 중요한 의도였을 것이다.




3. 윤 총장과 검찰이 자살골을 넣게 했다

 

마지막으로, 윤석열 청장과 검찰이 스스로 발에 걸려 넘어지게 만들었다. 이건 추미애 장관이 의도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데, 만일 의도한 것이라면 추 장관은 정치 천재다. 직무 정지와 관련되어 가장 중요한 이슈는 판사들에 대한 사찰 행위가 될 수밖에 없는데, 검찰은 이를 해명하면서 큰 헛발질을 했다.

 

공개된 자료라 문제가 없으며 공소유지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고 해명을 했는데, 자료가 넘어간 반부패부는 공판부가 아니며 따라서 공소유지를 위해 판사들의 성향을 알아야 하는 부서가 아니다. 하지만 이게 중요한 게 아니다.

 

판사에 대한 자료 작성 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 그 자료를 검찰의 우두머리가 다른 부서에 넘기도록 지시했다는 사실 등을 통해 자신들이 얼마나 자의적인 기준으로 법을 적용해 왔는지, 자신들의 인식 세계가 얼마나 문제가 있는지를 그대로 드러냈다는 거다.

 

공소를 유지하는 것이 법과 증거에 따라서가 아니라 판사의 성향이나 가족관계 조사를 통해 이뤄졌다고 말하는 것이 뭐가 문제인지조차 모를 정도로 검사들의 인식이 비틀어져 있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그대로 드러내 버린 것이다. 이런 큰 헛발질을 하고 나서도 자신들이 결정적인 헛발질을 했다는 사실조차 인식을 못 하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나오는 청와대는 왜 침묵하고만 있냐는 기사는 추미애를 밀어내고

청와대 vs 검찰로 싸움의 구도를 바꾸어 다시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검찰의 의도다. 

 

법무부 장관이 법무부 소속 기관장에 대해 인사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청와대가 간섭하는 것이야말로 부적절한 일이며,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비판적인 기사가 쏟아질 것이다.

사단장이 자기 대대장 지휘하는데 참모총장이 왜 간섭을 해야 하나. 이런 수준 낮은 주장을 기사로 쓰는 기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뭐라 말할 수 없는 착잡함을 느낀다. 

 

이외에도 추미애 장관의 윤석열 청장 직무정지에는 다양한 층위의 다양한 함의가 담겨있지만, 이 세 가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주도권 확보, 법원의 참전, 검사들의 자승자박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검찰 개혁은

<페이즈1 - 조국 대전>,

<페이즈2 - 추미애vs윤석열>을 지나

<페이즈3>에 접어들었다고 본다.


앞으로 검찰개혁을 향한 재미난 일들이 많이 펼쳐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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