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중의 소리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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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작년 1월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사법농단 관련 직권남용 등 혐의로 기소하면서 ‘사법행정권 남용’ 사례 중 하나로 판사들에 대한 ‘사찰’을 공소장에 적시했다.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의 직무배제 조치 및 수사의뢰 핵심 근거인 ‘법관 사찰 보고서’ 내용을 두고 윤 총장을 필두로 한 검찰 내부에서 ‘사찰이 아니다’는 기류가 흐르는 것과는 배치되는 사실이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 총장의 지휘를 받던 사법농단 수사팀은 공소장에 양 전 대법원장 지휘를 받던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두 번째 항목에 ‘대내외적 비판세력 탄압’이라고 명시한 뒤,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 방침과 정책을 비판하거나 반대하는 법관들, 대법원의 입장과 배치되는 이른바 ‘튀는 판결’을 하는 법관들의 성향과 활동을 ‘사찰’하고”라고 썼다.

이어 “국제인권법연구회 내 소모임인 인사모가 사법행정 정책에 대한 비판적 논의를 지속하자, 법원행정처는 이들을 사법행정의 장애 요인으로 인식하고, ‘인사모의 동향, 구성원의 성향 등을 파악’하며 인사모 와해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작성했다”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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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총장 측 변호인인 이완규 변호사는 26일 기자들에게 문제의 ‘사찰 보고서’ 전문을 직접 공개하며 “(우리는) 사찰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게 사찰인지 국민들이 보고 판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윤 총장 측은 사찰이 아니라는 근거로 해당 문건을 공개했으나, 실제 문건에는 검찰의 재판 업무와 관련 없는 판사 개인의 취미나 근태와 관련해 물의를 빚었던 내용, 여러 경로로 탐문 조사해 정리한 세평 등이 담겼다. 문건은 각 사건 재판부 구성원의 ‘출신’과 이념 성향 추론의 근거인 ‘주요판결’, ‘세평’, 가족관계 등 개인정보 관련 ‘특이사항’으로 구성됐다.

이는 검찰이 공소장에서 양 전 대법원장의 중대한 비위의 일환으로 지적했던 판사들에 대한 ‘사찰’ 행위와 다르지 않았다. 당시 법원행정처가 사찰로 파악한 내용은 ‘법관 블랙리스트’의 근거로 쓰였고, 검찰은 이를 위법한 행위로 규정했다.

국가 공권력의 정보수집 업무는 그 자체로 조사이고 사찰에 해당하므로, 법령에 근거한 것인지, 그에 따른 정상 업무 범위에 있는 것인지 여부로 합법적 조사와 불법적 사찰을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 법조계의 해석이다.

김용민, 이탄희, 김남국 등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은 27일 국회 정론관 공동 기자회견에서 “검사가 정보를 수집하는 것은 검찰청법 어디에도 근거규정이 없다”며 “(문건 내용이) 검사들이 ‘수사정보’라는 논리로 공판유지를 위해 참고자료로 사용하는 정보라면, 누구든지 사찰하고 정보를 수집해도 된다는 말과 다를 바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