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는 내년 1월 7∼8일 필기시험 이후 1∼3월 중으로 실기시험을 시작해 5월에는 신규 의사들을 수련병원에 배치하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내다본다. 통상 의사면허를 취득한 후 군의관이나 공보의 등으로 3년 3개월간 군 복무를 마친 사람들은 5월에 인턴 근무를 시작한다. 익명을 요청한 서울 소재 의과대학 교수는 "3월에라도 필기시험 기회가 만들어진다면 제대자들과 함께 5월에 병원에 들어올 수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사 국가시험을 주관하는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은 "올해 안에 시험 응시 신청을 받는다고 해도 내년 3월까지 시험을 마무리하기 위한 여건을 마련하는 게 쉽지 않다"고 선을 그었다.

























국민 여론도 좋지 않다. 사립대·국립대 의료원장들이 의대생들을 대신해 대국민 사과에도 나섰지만, 정작 의대생들은 '국시 응시에 대한 의사를 표한다' 외에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묵묵부답이다. 누리꾼들은 "2번이나 기회 줬는데 본인들이 안 본다고 한 것 아니냐", "고3이 수능 재시험 보게 해달라는 모양새다"라며 의대생들의 실기시험 재응시는 원칙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의대생들의 국시 재접수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약 57만2천명이 동의했다. 이에 앞서 의대생들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설립 등 정부의 보건 의료정책에 반발해 의사 국시를 거부했다. 이들은 대한의사협회와 정부, 여당이 해당 정책들을 원점에서 재논의하기로 합의한 후에도 국시 접수를 거부했다.

















신규 의사 2천700여명이 배출되지 않으면 내년도 '의료공백'뿐 아니라 내후년에는 '의사과잉'을 면치 못하게 된다. 올해 제85회 의사 국가시험 실기시험에는 전체 응시대상자 3천172명 중 446명만이 응시원서를 냈다. 이 중 12명은 접수 후 취소했고, 11명은 당일 결시해 총 423명이 최종 응시했다. 시험은 응시대상자의 13%가량만 응시한 채 이달 10일 끝났다. 매년 3천여명씩 배출되던 의사가 400명대로 대폭 축소될 위기에 놓이자, 병원계에서는 내년에 수련병원에서 근무할 젊은 의사가 심각하게 부족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인턴이 하는 역할의 일부를 레지던트와 전문간호사들이 대체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입원 전담의를 대폭 늘려서 의료공백을 채운다는 대책을 내놨다. 다만 내년 의료공백을 메꾼다고 해도 내후년 기존 정원의 두 배 가까이 되는 의사가 나오는 문제가 남아있다. 본과 4학년생들이 현재 본과 3학년생들과 1년 뒤에 함께 시험을 보면 오는 2022년에는 6천여명이 넘는 의사가 배출된다. 의료계는 이런 '의사 과잉' 문제가 향후 4∼5년 넘게 누적될 것으로 내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