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5년차를 맞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바퀴를 다시 굴리는데 마지막 정책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21일 청와대에서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에 맞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다. 문 대통령이 NSC 전체회의를 주재한 것은 무려 22개월만으로, 그만큼 정체 국면에 빠진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에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크게 작동한 것으로 분석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올해를 "우리 정부에 주어진 마지막 1년"이라고 표현하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는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가야만 하는 길"이라고 강조하는 등 절박한 심정을 드러냈다. 올해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내지 못할 경우 판문점선언·평양공동선언 등 문재인 정부가 이뤄낸 성과들이 무위로 돌아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내년에는 대선정국으로 정치권이 정쟁에 파묻힐 수밖에 없다는 현실적 판단도 깔려 있다. 정치권에서는 결국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 양측의 평화의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대형 이벤트가 절실하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근 여권에서 2018년 평양정상회담에서 약속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한국 답방이 계속 거론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언제든, 어디서든 만나고, 비대면의 방식으로도 대화할 수 있다는 우리의 의지는 변함없다"며 조건 없는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열어두기도 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보건협력의 중요성이 커지는 점이 남북 대화의 물꼬를 트는 하나의 계기로 작동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공공연하게 흘러나온다. 나아가 여권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취임이 꽉 막힌 한반도 정세의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이 나온다. 물론 그동안의 남북미 대화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끌고 온 '톱다운' 방식에 기대왔다는 점에서 미국 행정부의 교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많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 지명자가 최근 기존 대북 정책 전반의 재검토를 시사하는 등 바이든 행정부가 트럼프 행정부 스타일의 '과감한 접근'을 지양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남북미 대화의 속도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문 대통령은 신년회견에서 "바이든 행정부와 한국 정부는 이른바 코드가 같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이 있다"며 "김대중 정부 시절에도 미국 민주당 정부와 잘 협력해 남북관계에서 큰 진전을 이룬 경험이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