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서 독극물 중독 치료를 받고 귀국한 뒤 구금된 러시아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의 석방을 촉구하는 지지자들의 시위가 23일(현지시간) 러시아 전역에서 벌어졌다.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나발니를 지지하는 비허가 시위가 극동 도시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트스키, 마가단, 유즈노사할린스크, 블라디보스토크, 야쿠츠크 등에서 시작됐다. 나발니 지지 단체들은 11시간대에 나뉘어 있는 러시아 전역에서 지역별 현지시간 23일 오후부터 데모를 벌인다고 예고했었다. 이에 맞춰 시간대가 빠른 극동부터 먼저 시위가 시작됐다.
















당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위험을 이유로 모든 지역의 집회를 불허하고 참가자들은 처벌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나발니 지지자들은 시위를 강행했다. 반정부 성향 신문 '노바야 가제타'에 따르면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선 이날 최대 3천명이 거리 행진 시위를 벌였다. 보안요원들은 행진이 시작되자마자 참가자들을 체포해 연행하기 시작했다. 페트로파블롭스크-캄차트스키, 마가단 등에서도 수백 명이 참여한 시위가 벌어졌다. 기온이 섭씨 영하 50도까지 떨어진 야쿠츠크에서도 약 300명이 시내 광장에서 시위를 벌였으며 경찰은 일부 시위대를 체포했다. 수도 모스크바와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비롯한 러시아 중부 지역에서도 이날 오후 2시부터 항의 집회가 예정돼 있다. 러시아 당국은 시위 며칠 전부터 젊은 층이 많이 이용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시위 홍보물 삭제를 지시하고, 시위 참가를 촉구하던 나발니 측근들을 체포하는 등 차단 조치를 취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최대 SNS 브콘탁테, 동영상 공유 애플리케이션인 틱톡,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에서 일부 시위 홍보물이 내려진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일부 하원 의원들은 불법 시위에 미성년자들을 끌어들이는 행위를 지금처럼 행정법이 아닌 형법을 적용해 최대 5년의 징역형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채택을 추진하고 있다. 러시아 외무부는 22일 모스크바 주재 미국 대사관이 자체 인터넷 사이트에 나발니 지지 시위 장소와 시간 등을 '지나치게 상세히' 소개했다며 항의했다. 외무부는 "이는 미국의 마음에 들지 않는 정부가 들어선 국가의 저항 시위를 자극하려는 워싱턴의 선동적 도발 책략과 일치한다"면서 "그것은 러시아의 내정에 대한 심각한 간섭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