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은 2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북 현대와의 하나원큐 K리그1 2021 개막전을 마친 뒤 취재진 앞에 섰다. 소속팀은 0-2로 졌지만, 기자회견을 자청한 것이다. 그는 “일단 인터뷰는 제가 먼저 요청했다. 이유는 잘 알다시피 제가 초등학교 때 성폭행을 했다는 것 때문”이라며 “저는 이미 성폭행범으로 낙인이 찍혔다. 뒤에 숨고 싶지 않다. 당당하게 이 일에 대해서 해결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증거가 있으면 빨리 증거를 내놓기를 바란다. 왜 증거를 얘기 안 하고 딴소리하며 여론몰이를 하는지 알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인터뷰는 지난 26일 피해를 주장하는 이들의 법률대리인인 박지훈 법무법인 현 변호사가 “충분하고 명백한 증거를 확보하고 있다”며 “기성용 선수 측의 비도덕 행태가 계속된다면 부득이 공개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한 것에 대한 반박성이었다. 앞서 박 변호사는 지난 24일 보도자료를 내고 축구 선수 출신인 C씨와 D씨가 전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축구부 생활을 하던 2000년 1∼6월 선배인 A선수와 B씨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A 선수를 ‘최근 수도권 한 명문구단에 입단한 국가대표 출신 스타플레이어’로, B씨는 ‘짧은 기간 프로선수 출신으로 현재 광주 지역 한 대학 교단에 서고 있는 외래교수’로 표현했다. 실명을 밝히진 않았지만 A 선수가 기성용이라는 사실은 쉽게 특정됐다.

















기성용의 매니지먼트사인 C2글로벌은 곧장 사실을 부인하고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기성용도 폭로 다음 날인 25일 SNS에 “긴말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보도된 기사 내용은 저와 무관하다. 결코 그러한 일이 없었다. 제 축구 인생을 걸고 말씀드린다”고 반박했다. 한 온라인커뮤니티에 폭로자들이 되레 학교폭력 가해자였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상황이 반전되기도 했다. 기성용은 “끝까지 갈 것이다. 모든 걸 총동원해서 꼭 진실을 밝힐 것”이라며 “자비란 없다. 성폭행범으로 보여지는 것에 대해 참을 수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 변호사는 기성용의 인터뷰 직후 연합뉴스에 진심 어린 사과를 원한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기성용이 원하는 대로 해 주겠다. 조만간 증거 전체를 공개하겠다”고 맞섰다. 양측 주장이 공방을 넘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