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 명의를 도용해 빌린 렌터카로 무면허 운전을 하다가 20대 여성을 치고 달아난 10대 청소년들에게 최근 중형이 선고됐다. 가해자가 시속 100㎞가 넘는 속도로 몰았던 차량은 '도로 위 흉기'였고, 추석을 맞아 고향집을 찾았던 피해자는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일당 중 한 명은 뺑소니 사망사고를 낸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또다시 무면허 운전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광주지법 형사4단독 박상현 부장판사는 19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모(18)군에게 장기 7년에 단기 5년을 선고했다. 불법 대여한 렌터카를 김군에게 넘겨주고 운전을 시킨 정모(18)군도 유기방조 등 혐의로 함께 기소돼 장기 2년 6월에 단기 1년 6월을 선고 받고 법정구속됐다.

끔찍한 사고는 추석 당일인 지난해 10월 1일 오후 11시 40분쯤 발생했다. 김군은 렌터카에 정군 등 친구 4명을 태우고 달리다가, 전남 화순군의 교차로에서 횡단보도를 건너던 안예진(21·여)씨를 치고 도주했다. 시속 30㎞ 제한속도 구간이었지만, 김군은 시속 100㎞ 이상으로 질주하다가 사고를 냈다.


이들은 무면허 운전도 모자라 뺑소니까지 했다. 사고 직후, 정군은 “(피해자가) 잠깐 기절한 것일 수 있다. 숨을 곳을 알아봐 줄 테니 일단 가자”고 김군을 종용했다. 세계적인 안무가가 되겠다며 상경했다가 추석에 잠시 집에 들른 스물한 살 예진씨의 꿈은 그렇게 멈췄다.

이들의 범행이 가능했던 것은 ‘비대면’ 카셰어링(차량 공유) 서비스의 허점 때문이었다. 정군은 당일 오전 2시쯤 브로커 A씨에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돈을 주고 30대 남성 명의의 계정을 받아, K5 차량을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정군은 이후 자신이 몰고 간 차량을 김군 손에 맡기며 "차 좋다. 운전 한번 해봐"라며 무면허 운전을 시켰다. 경찰은 브로커 A씨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위반 혐의로 수사 중이다.

더욱 충격적인 건 뺑소니 차량에 탑승했던 정군이 사고 발생 한 달도 안 된 지난해 10월 28일 반성의 기미도 없이 또다시 무면허로 아우디 A7 운전대를 잡은 것이다. 재판부는 "정군은 무면허 운전 및 도주치상 비행을 저지른 적이 여러 차례 있다"면서 "그럼에도 자숙하지 않고 또 무면허 운전을 해서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질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