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화폐 구매 비용이 액면가보다 10% 저렴한 점을 노려 유령업체를 차린 뒤 수십억원을 허위결제 해 차액을 챙긴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평소 알고 지내던 조직폭력배 등을 모집책으로 동원해 같은 지역 고등학생들을 비롯한 1천300여 명을 끌어들여 허위 결제에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사기, 보조금관리법, 지방재정법 위반 등 혐의로 총책 A 씨와 모집 총책을 맡은 조폭 B 씨 등 4명을 구속하고 중간 모집책 1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3일 밝혔다. 이들은 지난해 3월부터 5월까지 경기와 충남, 울산 지역에 각 2개씩 유령업체 6곳을 차려놓고 지역화폐 47억5천만원 상당을 허위 결제해 할인액 10%에 해당하는 4억7천500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 등은 최근 발행되는 지역화폐가 기존 상품권이나 실물 카드로 현장에서 결제하는 방식뿐 아니라 모바일 상품권과 QR코드를 이용해 매장을 방문하지 않아도 결제할 수 있다는 점을 노려 범행했다.

























비어있는 사무실에 10만원 남짓의 가계약금만 걸고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이들은 이 계약서를 토대로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증을 낸 뒤 곧바로 지자체에 지역화폐 가맹 신청을 냈다. 서류상 업종은 화장품판매업이었지만 이들의 유령 매장은 인테리어는커녕 재고 하나 없이 텅 비어있었다. 그러나 관할 지자체는 실사 등 절차 없이 이들이 낸 서류만 보고 가맹 허가를 내줬다. B씨 일당은 대전과 충남, 전북지역의 조폭들을 동원해 지인과 지역 후배 등을 다단계 방식으로 모아 고등학생 200여 명과 무직 청년 등 1천330여 명을 모집했다. 이어 이들의 휴대전화를 이용해 1인당 구매 한도액인 50100만원어치의 지역화폐를 사들였다. 결제에는 매장별로 부여된 QR코드가 사용됐다. 이들은 해당 QR코드 이미지를 복사해둔 뒤 매장 방문 없이 휴대전화로 모바일 상품권을 원격 결제했다. 동원된 학생 등은 지역 선배인 조폭들의 강요로 휴대전화를 빌려줬을 뿐 실제 범행에 가담하거나 금전을 빼앗기지는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화폐가 특정 가맹점에서 다수 이용자에 의해 최고 한도액으로 집중 거래된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은 이들의 계좌를 추적, 자금책의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지난해 8월 A씨를 검거해 구속하는 등 관련 수사를 이어왔다.

















A씨 등은 거둬들인 범죄이익 4억7천만원 중 총책과 자금책 등이 3억원을 나눠 갖고 하부 조직원들에게는 1억7천만원을 분배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범죄수익은 인터넷 도박과 수입차 렌트 비용 등으로 탕진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확인된 유령업체에 대한 지역화폐 가맹 등록을 취소하고 이들이 취득한 범죄수익에 대해 환수 조치할 수 있도록 지자체에 통보했다. 현재 QR코드를 이용한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지자체는 전국에 79곳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QR코드를 기반으로 한 지역화폐는 시간과 지역에 구애받지 않고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그만큼 철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이번 사건에서 범인들은 특정 가맹점에서 최고 한도액을 집중적으로 결제하는 등 비정상적인 거래를 했으나 시스템상으론 잘 걸러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지자체 등 관계기관에 공유하고 비슷한 범죄가 재발하지 않도록 수사를 확대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