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더힌두 등 인도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인권운동가와 페미니스트 등 5천200여명은 최근 공개 편지와 청원 서명 등을 통해 샤라드 A. 봅데 대법원장의 즉각 사임을 요구했다. 봅데 대법원장은 지난 1일 보석 요청 관련 심리에서 성폭행 혐의를 받는 남성에게 피해자와 결혼하면 도와주겠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여성과 결혼하지 않을 경우 감옥에 갈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며 이같이 발언했다. 공무원인 이 피고인은 한 여성을 여고생 시절부터 수년간 스토킹하고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상태였다. 인권운동가 등은 편지에서 대법원장은 이런 제안을 통해 피해자가 가해자의 손에 평생 성폭행당하는 상황으로 몰아가려 했다고 주장했다.

















봅데 대법원장은 그날 또 다른 청원 심리에서는 지속적인 동거 기간에 이뤄지는 섹스는 성폭행이 될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봅데 대법원장은 "두 사람이 남편과 아내로 살아갈 때 남편이 잔혹하고 실수를 저지를 수 있다"며 "하지만 이들 사이의 섹스를 성폭행이라고 부를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부부간 성적 학대를 인정하지 않는 듯한 봅데 대법원장의 이 발언 역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이에 대해 인권운동가들은 "이 코멘트는 남편에 의한 성적, 육체적, 정신적 폭력을 정당화 했을 뿐만 아니라 인도 여성이 결혼 생활에서 맞닥뜨려야 하는 고문을 정상화했다"고 비난했다. 네티즌 라빈데르 카푸르도 트위터를 통해 "봅데 대법원장은 성폭행범이 피해자와 결혼하는 게 호의인 것처럼 말했다"고 지적했다. 인도에서는 2012년 '뉴델리 여대생 버스 성폭행·살해 사건' 발생 후 성폭력 근절 목소리가 커지고 처벌도 강화됐지만, 관련 범죄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실정이다. 특히 부부 간 성폭행은 범죄로 인정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