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전역'과 '퇴역'은 다른 말이다. 전역은 한자로 역이 바뀐다는 뜻이다. 즉 현역에서 예비역으로 역이 변경되어 유사시 다시 국가를 위해 복무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전역이다. 반면 퇴역은 역에서 물러난다는 뜻으로 유사시에도 다시 현역으로 복귀하지 않는, 복무가 아예 끝났다는 뜻이다. 그러므로 예비역에서 현역으로 복귀가 자주 일어나는 미군과 같은 경우 이 전역과 퇴역을 엄격히 구분하여 사용한다.

하지만 우리 군은 통상 '퇴역'이란 표현을 사람에게 쓰지 않는다. 예비군에 의무 편성되는 남성 의무 복무자/단기 복무자들은 당연히 전역이 맞지만, 계급 정년을 꽉 채운 장기 복무자/여군 등 예비군에 의무 편성되지 않는 사람들, 심지어 복무 중 부상이나 여러 개인 사정이나 비위로 인해 군문을 떠나 다시 현역으로 돌아올 일이 없는 사람들조차 의병 전역/의가사 전역/불명예 전역이라 하지 절대 퇴역이라 하지 않는다. 국가를 위한 복무가 끝나지 않았다는 뜻으로 개인의 헌신에 의미와 명예를 부여하는 우리 군의 관습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예비군 끝난 지 한참 된 아저씨, 할아버지들이 군 관련된 공적인 자리에서 스스로를 '예비역 병장 ×××'와 같이 칭해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군에서 먼저 '예비역 간부 @@@'과 같이 불러주기도 한다. 그것이 사람 알기를 싸구려 껌딱지로 아는 이 빌어먹을 군에 마지막으로 남은, 사람에 대한 존중이기 때문이리라.

그런데 지금 그 흔한 '예비역' 호칭조차 붙지 못 하는 한 군인이 있다. 잘나신 군에 의하면 그는 군인이, 사람이 아니기 때문인가? 비통함과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우리만이라도, 그를 변희수 전 하사가 아닌 '예비역 하사 변희수'라 불러줬으면 좋겠다.

필승, 편히 쉬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