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제목은 무조건 사망자 숫자로 뽑아야 직성에 풀리는 것이 현재 적지 않은 언론의 백신 관련 보도 논조다.
이런 논조가 확대되면 어떤 기사가 나올까.
6일 <연합뉴스>의 <김천서 백신 접종한 50대 쓰러져 중환자실로 이송> 기사를 보자.
제목만 보면 백신 접종으로 인해 긴급하고 심각한 증세가 발생해 중환자실로 이송되는 상황이
두둥실 떠오를 수밖에 없어 보인다.

해당 기사에서 <연합뉴스>는
“경북 김천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을 맞은 50대가 쓰러져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며
“5일 방역 당국에 따르면 이날 새벽 김천의 한 병원 화장실에서 50대 A씨가 쓰러진 채 발견돼
다른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져 치료를 받고 있다. A씨는 지난 4일 오전 9시 30분께 기존에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았으며 기저질환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1시간 후 포털에 송고된 <뉴시스>의 <경북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환자 또 쓰러져> 기사를 보자.
<연합뉴스>와 제목은 대동소이했으나 결정적인 차이가 있었다. 김천의 한 병원이 요양병원도 아닌
정신병원이었다는 사실이다.

○ 엄중식 교수 “백신 언론보도 굉장히 악의적”

“경북도에 따르면 5일 새벽 김천의 한 정신병원 화장실에서 이 병원에 입원한 50대 환자 A(여)씨가
쓰러진 채 발견돼 다른 병원 중환자실로 옮겨졌다.
A씨는 전날 오전 9시 30분께 입원해 있던 병원에서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을 맞았다.
경북도는 백신접종과의 상관 여부에 대해 조사하고 있으나 판단에는 시간이 많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기사를 접한 독자들이 알 수 있는 정보는 무엇일까. 없다.
해당 기사들은 해당 환자가 어떤 기저질환이 있었는지,
정신병원에서 쓰러진 병명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려주지 않는다.
다만, 아스라제네카 백신을 맞았다는 이유 하나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환자’라고 제목을 달았다.

잘 알지 못하면, 즉 팩트가 정확하지 않으면 기사를 쓰지 말아야 하는 것이
기자들이 가져야 할 일종의 직업윤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백신 관련 기사에선 특히 그런 기자 윤리가 거의 실종되다시피 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독감 백신 보도와 같은 양상이다. 오로지 클릭수를 위해 불안과 공포만을 조장하는 기사들 말이다.

5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이러한 보도에 대해
“인과관계가 없을 것”이라며 요양원, 요양병원 내 사망자 발생을 “일종의 착시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일평균 사망자 중 요양원, 요양병원 사망자 발생을 고려하면 고개를 끄덕일 만한 설명이었다.

“저는 인과관계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고 실제로 지금 나오는 패턴이 비슷합니다.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계시면 중증의 기저질환이 있는 분들 중에 사망이 일어났다는 보도거든요.
실제로 사망 과정이 백신과 관련된 아주 특이한 그런 관련성이 있다라는 내용은 없고
실제로 사망한 사실만 지금 보도가 되고 있죠.

그런데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에 가족이 계신 분들은 불편하게 들리시겠지만,
어쨌든 이 요양원이나 요양병원은 원래 일정한 비율로 사망자들이 계속 나오는 곳이거든요.
우리나라 일평균 사망자 통계를 보면은 적은 날은 한 700명, 많은 날은 900명에서 한 1000명까지 사망을 하는데
이중에 적어도 한 10~20%는 요양원, 요양병원에서 사망이 발생을 하죠.”

그렇다면 언론들은 왜 이런 보도를 양산하는 걸까. 엄 교수는 “악의적 보도”란 표현을 서슴지 않았다.

요양시설의 사망자 비율이나 빈도와 백신과의 연관성을 분석하는데
적어도 2주에서 1달 정도 시간이 걸리는 걸 악용한 보도라는 것이다.
엄 교수는 그러면서 이런 설명을 덧붙였다. 감염병 전문가로서 언론을 향한 분노가 느껴지는 인터뷰였다.

“그 실제로 이런 보도를 하는 기사나 데스크가 이런 상황을 모를 리 없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모른다면 정말 실력이 없고 자격이 없는 것이고요. 알면서도 보도를 한다면은
굉장히 악의적일 수밖에 없다고 판단을 하는 거죠.

그 목적이야 제가 정확하게 알기 어렵죠. 그렇지만
최근의 상황을 보면 어떤 이유로든 이 백신 접종과 관련된 부정적인 보도를 통해서 정치적인 목적이나 아니면
언론보도의 어떤 클릭 수를 늘리고 이런 걸 통해서 관심을 유도하려는 그래서
해당 언론이 많은 기사를 읽게 하려는 그런 의도가 아닌가 생각이 됩니다.”

○ 코로나19 시대의 공공의 적들

“어떤 방법이든 불안을 감소시키고 이런 근거 없는 소문을 잠재우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쓸 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백신접종을 한다고 해서 그런 불안요인이나 낭설들이 근거 없는 소문들이 사라지겠느냐.
오히려 조금 더 정확한 정보, 그리고 근거가 충분한 정보들을 언론이나 이런 데서 계속해서 전달해주시는 것이
훨씬 더 유용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전날(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엄 교수는
최대집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국민 불안감 해소를 위해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장 접종해야 한다고 주장한 데 대해
위와 같은 ‘현답’을 내놨다.

그러니까 이런 거다. 이미 정답은 나와 있다.
코로나19 ‘집단 면역’으로 가는 길에 중차대한 갈림길이 될 백신 접종의 성공과 국민 불안과 공포의 조장은
상극이라 할 수 있다. 오로지 정치적 목적과 제 이익을 위해 그 불안과 공포를 조장하고
방역당국과 정부를 흔드는 이들 역시 그 정답을 잘 알고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해소됐다고 봐도 무방한 지금까지
그 불안과 공포에 매달리는 이들이야말로 코로나19 시대가 알려준 최대의 ‘공공의 적’들이라 할 수 있다.
그 ‘공공의 적’들이 오늘도 제 경제적‧정치적 이익을 위해 활개를 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