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노동자들이 생활하는 숙소의 욕실과 화장실, 옷방에서 불법 촬영 카메라가 잇따라 발견됐습니다.

알고 보니, 함께 일하는 한국인 농장 관리인의 짓이었는데 불법 촬영 말고 성추행 의혹도 있습니다.

고재민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충북 보은의 한 버섯농장.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내는 숙소 욕실에서 한 남성이 씻고, 속옷을 갈아입습니다.

누군가 설치한 불법 카메라에 촬영된 겁니다.

여성 직원이 씻는 모습도 고스란히 찍혔습니다.

불법 카메라를 발견한 건 작년부터 일해온 말레이시아 노동자 A씨.

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와 숙소에서 같이 지내고 있던 중, 최근 욕실과 화장실, 옷 방 등 무려 세 곳에서 불법 카메라를 발견했습니다.

[A씨/불법 촬영 피해 외국인 노동자]
"메모리카드를 휴대폰에 꽂아서 확인해보니 내가 샤워하는 영상이 있었어요. 아내 영상 세 개, 나는 두 개."

카메라를 설치한 사람은 농장에서 같이 일하는 한국인 관리인 문 모씨였습니다.

A씨가 우연히 문 씨의 차량에서 충전중인 카메라를 발견했는데 영상을 확인해보니 문 씨가 욕실에 몰래 설치하는 장면이 찍혀 있었던 겁니다.

영상 속에서 문 씨는 자신의 휴대폰으로 찍힌 영상이 잘 전송되는지 재차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A씨/불법 촬영 피해 외국인 노동자]
"문 씨 차량에 몰래카메라가 충전 중이었어요. (문 씨가) 음란 동영상에 미쳐 있는 사람이란 걸 알았기 때문에 (확인한 거예요.)"

문 씨의 악행은 이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A씨는 문 씨가 작년 초부터 여자친구를 성추행해왔다고 주장했습니다.

[A씨/불법 촬영 피해 외국인 노동자]
"내가 쇼핑 나가면 여자친구 허벅지 만지고…여자친구가 요리할 때 뒤에서 끌어안고 목에다 입 맞추고 했어요."

수차례 농장주를 찾아가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달라지는 건 없었습니다.

[A씨/불법 촬영 피해 외국인 노동자]
"(문 부장은) 절대 바지 안 입어요. 속옷만 입고 아내를 잡고 방으로 끌어당겼어요. 농장주한테 문자 보냈어요. 제발 어떻게 해달라고…"

결국 A씨는 자기 돈을 들여 숙소에 ccctv를 설치했고, 그제서야 문 씨의 추행은 멈췄습니다.

하지만 문 씨는 그 이후에도 식사 시간에 음란 동영상을 틀어놓으며 성희롱을 해왔고, 이번에 불법 카메라까지 발각된 겁니다.

증거 영상을 확보한 A씨가 경찰에 신고하자 농장주는 그제서야 문 씨를 해고했습니다.

[농장주]
(해고조치 하신 거예요 아니면 그분이 알아서 그만둔 거예요?)
"어느 분이요?"
(불법카메라 설치한 분이요.)
"저희 직원 아닙니다."
(성추행 있었다고 얘기했을 때 어떤 조치 해주셨어요?)
"형사한테 물어보세요. 다 진술했으니까."

하지만 농장주는 오늘 A씨와 여자친구에게 둘다 농장에 들어오지도 말고 숙소를 떠나라고 통보했습니다.

한국에서 새로운 가정을 꾸릴 꿈에 부풀어 있던 두 사람.

경찰 신고로 성추행과 불법촬영에서 겨우 벗어나나 했지만, 하루아침에 일터와 집을 모두 잃게 됐습니다.

[A씨/불법촬영 피해 외국인노동자]
"나는 외국인이라 화내는 것 밖에 아무것도 할 수 없어요."

MBC뉴스 고재민입니다.

https://imnews.imbc.com/replay/2021/nwdesk/article/6148364_3493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