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해설

여주와 과장은 불륜을 하는 사이였음. 어느날 과장의 아내는 병을 얻어 병원에 가게 됨. 뭐 때문인지는 몰라도 과장과 아내는 사이가 좋지 않았음. 과장과 그의 아내는 항상 서로 싸우고 있었다고 아이가 말해주니까.


아이는 여주와 오랫동안 알고지낸 사이로 보임. 아이가 누나의 집을 알고 있다는 것은, 과장과 여주 그리고 아이와 함께 자주 있었던 일이 많았었는 듯 함. 아내가 병원을 간 이후로 이런 식의 불륜이 더 가속화된 듯 보임.


과장이 폐암으로 죽은 이후, 아이는 아무도 없는 집에 홀로 남게 됨. 아이는 아빠 함께 갔던 여주의 집에 밤늦게 찾아가게 됨. 여주는 익숙한듯이, 하지만 오랫동안 사놓고 터놓지 않았던 '코코아 밀크티'의 '새 봉지'를 뜯으며 아이에게 타줌. 여주는 아이를 위해 자신이 먹지도 않는 밀크티를 사놨지만 아이는 그동안 오지 않았었던 것임. 즉 아이는 과장의 사망 이후 오랫동안 방문하지 않았었음... 무슨 일인진 몰라도 말임.


불륜 장면. 과장은 아이 사진을 보고 있음. 이때 이미 과장은 알고 있었음. 자신의 명이 얼마 남지 않았고, 아내 역시 병 때문에 병원에 입원했으니, '이 아이는 누가 돌봐주지?' 과장은 그런 고민에 한창 빠져있었 것임. 하지만 과장은 구제불능하게도 아무 생각 없이 여주와 몸을 섞음. 평소처럼.


이제 장면은 흡연실. 이전엔 흡연실에서 부사장과 과장 그리고 여주가 함께 담배를 피며 담소를 나눴지만, 이제 흡연실은 과장이 폐암으로 죽은 이후 꺼림칙해서 아무도 오지 않는 장소가 됨.


부사장은 셋이서 수다 떨 때를 그리워하며 담배를 핌. 그 흡연실의 세 사람은 '담배'라는 소재로 엮여있었음. 부사장은 아무도 일을 안 주는 늙은이라서 담배를 피고, 과장은 아내와 사이가 좋지 않아서 담배를, 여주는 왜 인지는 모르지만 내 추측으로는 승진하고픈 욕구의 스트레스가 아닌가 싶음. 승진하고 싶어서 과장과 몸을 섞었고, 결국 부사장과 겉치례없이 담소를 나눌 정도로 높은 자리 까지 올라온 것임.


여주는 과장과 같은 이름의 담배를 피게 됨. 아마 여주가 과장을 얼마나 진심으로 사랑했는지를 나타내는 묘사 같음. 승진하고픈 욕구 때문에 과장과 몸을 섞었는데 어느날부터 과장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됐다는 묘사인 것임... 진짜 함축적으로 잘 묘사한 것 같음.


여기 담배의 의미는 '자기파멸'임. 담배를 태우면 건강이 나빠지는 것처럼, 담배를 태움으로서 점점 나빠지는 인생을 비유하고 있음. 아마 여주는 죄책감에 시달리며 더 강박적으로 담배를 피고있는 것으로 보임. 휴식의 공간인 흡연실에서 과장의 장례식을 회상하고 있으니까. 분명 과장이 폐암으로 죽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을텐데도, 더더욱 담배에 집착하며 담배를 태우려고 하는 모습을 보임. 그런 모습은 마치 스스로 자기파멸을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함.
 

하지만 여주는 '아이'를 만나게 됨. 아이는 희망의 상징임. 그 아이가 자신이 사랑했던 과장과 닮은 모습임. 자신이 파멸로 몰아갔던 과장과 닮은 모습임. 여주는 여전히 죄책감과 강박에 시달리며 담배를 피고 싶어하지만, 동시에 자신탓에 홀로 버림받은 아이를 보며 담배를 참게 됨. 더이상 자기파멸을 하지 않고 아이를 껴안으며 눈을 감음. 마지막까지도 "결국 한 대도 못폈네" 이러면서 담배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지만, 아이를 껴안고 눈을 감은 여주의 모습은 영락없이 엄마의 모습임.


이걸 퇴폐적이고 기분 나쁜 이야기라고 생각할 수도 있음. 결국 엔딩은 '갱생'또는 '구원'으로 끝났기에 더더욱 기분나쁜 걸수도 있음. 한 가정을 파멸시킨 여주. 그리고 그런 여주 탓에 버려진 아이를 여주가 만나면서 아이러니하게도 여주의 삶이 구원받게 됐으니까. 흔히 알던 '권성징악'의 구조가 아니라, 악당인 '악녀'가 오히려 '해피엔딩'을 만나는 구조임. 그래서 기분 나쁜 거임.

 
하지만 난 저 여주가 잘 됐으면 함. 우리는 저 여주의 시각에서 이야기를 바라보고 있으니까 말이야. 저 여주가 아이로 인해 구원받고 갱생 되어서 더 나은 삶을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조금은 들 수밖에 없는듯. 여주야 이제 담배 좀 끊고 아이 잘 키우며 살아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