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어떻게 촉발되는가 
캐스 R. 선스타인 지음/ 박세연 옮김/ 열린책들

“당신이 민주당 지지자라면 자녀가 공화당 지지자와 결혼하는 것을 허락할 수 있는가.”

1960년 미국에서 실시한 설문조사 내용이다. 결과는 공화당 지지자 중 5%, 민주당 지지자 중 4%가 자녀가 정치적 성향이 다른 상대와 결혼한다면 ‘불쾌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50년 후 동일한 조사를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공화당과 민주당 지지자 각각 49%와 33%가 반대 의사를 밝혔다. 단순히 미국인들의 적대성이 늘어났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다른 인종 간 결혼에 대해서는 개방적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미국 사회의 핵심 문제로 당파주의 심화를 꼽는다. 당파주의에 빠진 사람은 지지 정당과 자신을 동일시하면서 상대 당에 깊은 적개심을 드러낸다. 책이 출간된 시기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임기 중인 2019년이다. 가짜뉴스, 필터버블 등 각종 문제로 정당 지지자 간 갈등이 무르익은 때였다. 트럼프를 겨냥하기라도 하듯, 행동경제학 서적 ‘넛지’로 유명한 저자는 당파주의를 완화할 수 있는 ‘부드러운 개입’을 찾아 나선다.

통념과 달리 ‘팩트’는 당파주의를 가라앉히지 못했다. 오히려 반대에 가깝다. 저자는 일련의 실험을 보여준 후 “강력한 정치적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은 객관적 사실에 직면해서도 기존 입장을 수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과 정체성을 공유하지 않는 사람들로부터 더욱 멀어졌다”고 지적했다. 가짜뉴스와의 지난한 전쟁이 실패한 까닭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