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 씨의 어머니이자 김 양의 외할머니인 주모 씨(84)는 22일 서울 자택에서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2008년 봄 무렵 만난 딸이 ‘서연이가 미국에 있다’고 말해 당시엔 죽었다는 걸 몰랐다”고 털어놨다. 김 양이 2007년 12월 23일 숨진 뒤에도 서 씨가 어머니 주 씨에게 그 사실을 숨겼다는 것이다. 

당시 주 씨는 딸 서 씨가 계속 전화를 받지 않자 서 씨의 경기 용인시 집으로 찾아갔다고 한다. 서 씨는 집 앞까지 찾아온 주 씨를 한사코 집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두 사람은 함께 인근 편의점으로 갔고 주 씨가 김 양에게 사줄 과자를 고르자 서 씨는 “서연이 과자 못 먹어”라며 과자를 상품 진열대로 다시 가져다놨다고 한다.

주 씨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나와 차를 타고 식당으로 이동하는 동안 서 씨는 “서연이가 다시 미국으로 갔다”고 말했다. 주 씨가 “간다고 얘기라도 해주지 어째 말도 없이 갔느냐”며 서운해하자 서 씨는 “그렇게 됐다”고 말한 뒤 입을 닫았다. 며칠 뒤 주 씨는 서 씨에게 전화를 걸어 “서연이가 보고 싶으니 사진이라도 보내 달라”고 하자 서 씨는 예전에 찍은 사진 2장을 보냈다.

얼마 뒤 주 씨는 김 양이 숨진 사실을 동사무소에서 연락을 받고 알았다고 밝혔다. 주 씨는 “‘죽은 서연이 앞으로 25만 원이 있는데 찾아가라’는 전화가 동사무소에서 걸려왔다”며 “믿기지 않아 동사무소에 가봤더니 딸(서 씨)이 서연이 사망신고를 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주 씨가 전화를 걸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자 서 씨는 “나중에 자세히 얘기해주겠다”는 말만 했다고 한다.

주 씨는 몇 달 뒤에야 서 씨로부터 김 양의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당시 서 씨는 “서연이가 죽은 날 새벽 나는 집 작은 방에 있었다. 큰 방에서 TV를 보던 서연이가 ‘목이 마르다’며 물을 달라고 해서 물 한 컵을 떠다줬다. 물을 마신 서연이가 거실 소파에 누운 지 얼마 안 돼 갑자기 바닥으로 툭 떨어져 119에 신고했는데 병원으로 옮기던 도중 숨졌다”고 설명했다는 것이다.

경기 용인 동부경찰서에 따르면 김 양은 2007년 12월 23일 오전 5시 14분경 용인시 집에서 쓰러졌다. 당시 서 씨가 김 양을 발견해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했지만 1시간도 안 돼 숨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김 양의 사망 원인은 급성 화농성 폐렴이었다. 당시 서 씨는 경찰에서 “딸이 닷새 전부터 인근 의원에서 감기약을 지어 먹고 진료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김 양의 체내에서 감기약 성분 외에 다른 약물 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점 등을 감안해 범죄와 관련이 없는 죽음으로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