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랑 나는 정말 행복하게 살았다
대학생때 만나 연애 6년 하고 결혼했는데도 자주 산책하고 영화보면서 연인처럼 살았다
합쳐서 600 넘게 벌며 돈 걱정도 없었다
밥은 퇴근이 빠른 아내가 하고, 설거지는 내가 했다
청소는 내가 하고, 빨래는 아내가 했다
정말 잘 맞았다


 아내는 연애때부터 아이는 이뻐하는데 임신하기 싫어하던 여자였다
왜냐고 물어보면 몸 망가지고 커리어에 지장 있다는 이유였다
사실 아내는 초등교사라 출산 휴가가 비교적 보장되있는 편이었다
하지만 아내는 임신하면 수업연구에 신경을 못쓰게 되고 출산휴가로 인해

담임이 바뀌는다며 애들한테 못할 짓이라고 했다
항상 자기반 아이들을 많이 예뻐했다


 내가 다니는 회사는 돈도 많이주지만 일도 많이 시킨다
5일 근무는 확실하지만 5일중 3일은 열시에 퇴근해야 한다
나는 아이를 낳자고 했고, 아내는 돈은 반토막 나도 되니 퇴근시간이 빠른 곳으로 이직하면 임신을 생각해 보겠다고 했다
나는 아내를 사랑했다 지금도 사랑한다
아이보단 아내가 훨씬 중요했다 그런데 그냥 아이를 낳아 키우고 싶었다


 내가 불행한 집에서 자라서 행복을 주는 아빠 역할을 아주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었다
이직만 하면 생각해 볼거야? 라고 묻자 아내는 임신중에 몸이 무거우니 5개월 넘어가면 나눠서 하던 집안일 내가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 정도 쯤이야.. 나는 알겠다고 했다
이직을 준비했다
직업 특성상 일이 잘풀렸다
결혼 2년차인 작년, 아내에게 이직하겠다 이야기를 해놨다 준비중이고 곧 될거라고.
그때부터 아내는 피임약을 먹지 않았다
아내랑 길을 걷다가 아기를 보면 둘이 마주치며 웃었고 서로 마음속으로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딩크를 강력히 원하던 아내가 나로 인해 생각이 바뀌었다는게 고마웠다
내가 믿음을 준것만 같았다
화사일은 많았지만 사람들은 형제같았다
그래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말씀드렸다


 저, 퇴사하겠습니다
사장님은 내가 필요하다고 하셨다
연봉을 150프로로 주시겠다고 하셨다. 기뻤다
일주일에 세번 야근이 있는것만 빼면 사람들도, 일도, 좋았다
나는 보류해보겠다고 했다
그리고 회사를 계속 다니기로 결심했다
그러던 와중에 올봄에 아내가 임신을 했다
너무나 기뻤다
아내는 할말이 있는 듯 했다
그리고 몇일 뒤에, '아직도 준비할게 많아? 직장 구하는게 늦어지나봐' 하고 물어봤다
나는 직장을 계속 다니고 싶다고 했다


 개발자로 처음 시작했던 이 직장에 정이 많이 들었다고 했다
내 말을 듣는 아내의 눈빛이 바뀌었다
나보고 그럼 거짓말을 한거냐며, 소름돋는다고 했다
8년동안 처음 보는 눈빛이였다
아내는 울었다
울지 않는 사람이었는데. 결혼하고나서 처음으로 울었다
나는 무서웠다 뱃속 아기 걱정보다 아내가 날 미워할까봐 걱정이 됐다
다행히 아내는 다음날 예전의 모습으로 웃어주었다
어색한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예전의 우리가 됐다
산책도 하고, 영화도 봤다

아내의 입덧이 시작함과 동시에 날씨가 더워졌다
아내는 힘들어했고 나는 하루종일 아내가 먹을만한 음식을 찾았다
가끔 아내입에 맞는 음식을 사오면, 아내는 칭찬했고 나는 기뻤다
확실히 일찍오는 날과 야근을 한 날을 달랐다
아내는 다섯시에 퇴근을 했고 늘 배가 고팠다
5개월이 넘어가니 녹초가 된다고 했었다
내가 저녁을 챙겨주지 못하면 밥을 굶고 잠을 잤다
교사는 서서 일하기 때문에 조산이 많다는 소문을 들었다
애기 초음파를 보면서 생각했다
'임신해도 이렇게 힘든데 애기 낳으면 더 힘들거야'

다시 이직을 알아보았다
직장은 또 쉽게 구해졌고 회사에는 큰 프로젝트가 남아있었다
나는 프로젝트를 끝나면 옮기겠다고 말을 해놨다
사장님은 소주를 따라 주시며 그동안 고생했다고 하셨다 좋은 아빠가 되라고 하셨다
감사해서 눈물이 났다
아내에게는 확정되면 말해주려고 했다

아내는 이제 임신 7개월이 됐고, 하루종일 서있느라 발이 부어서 한 사이즈 크게 신발을 사기 시작했다
안쓰러웠다
하지만 이번 프로젝트는 잘 끝내고 싶었다
아내는 배때문에 잠도 잘 못이뤘다
나는 아내에게 미안해 족욕기를 사고 발을 주물러줬다
주말에는 밀린 빨래 청소 설거지를 다 했다

추석에 아내는 처가에서 쉬었다
나는 연휴동안 일을 했다
연휴 마지막인 한글날, 그날 하루 쉬었다

아내는 그날 이혼을 통보했다
나를 믿고 살수 없을것 같다고 했다
아내의 머리속에 나는, 임신하자고 꼬시기위해 이직 생각도 없으면서 이직하겠다고 거짓말을 한 파렴치한 놈이었다
난 아니라고, 정말 이직할 생각이었다고, 그런데 회사가 너무 잘 맞아 남기로 했고, 너에게 말해주려고 했는데 그때 마침 임신을 하게 됐다고, 했다
아내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아내는 자기가 서러웠던 점을 말했다
병원에 혼자다녔다고 한다. 혼자 다녀와서 서러워 울었다고 한다. 하루 종일 서있느라 다리에 감각이 없었다고 한다. 아이들 급식지도를 위해 급식소에 가서 토할것 같은 것을 참고 아무 음식이나 쑤셔넣었다고 한다. 일하고 와서 내 얼굴을 보고 싶었는데 나는 집에 없었다고 했다. 혼자 침대에 앉아 울다지쳐 잠들었다고 한다. 새벽에 배가 뭉쳐와 잠에서 깨면 옆에서 너무나 잘자는 내가 증오스러웠다고 한다. 가끔씩 목을 졸1라 죽여버리고 싶었다고 한다. 내 얼굴을 보기 싫으니 이혼해달라고 한다.
아내는 친정에 가있겠다고 했다. 출산이 끝나면 바로 이혼하겠다고 했다.
아이는 자기가 키우겠다고 했다.
나는 무릎을 꿇고 빌었다.
나 사실 이직을 다시 준비하고 있었어, 나 서프라이즈로 말해주려고 했었어
하면서 울면서 빌었다
하지만 아내는 그 날 저녁 바로 떠났다

아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프로젝트는 이번주 수요일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아내가 떠난지 열흘이 됐다
열흘전만해도 어떻게든 합쳐보라는 장모님께서는, 본인 딸이 너무 확고하다며 어쩔수 없을것 같다고 하셨다
우시는데 마음이 좋지 않았다
인생이 끝난것같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잠을 자려고 하면 꿈에서 아내가 나온다
내이십대, 서른 초반의 전부였던 여자였다
죽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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