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츠 완결화와 테라포마스 연재본까지의 스포일러가 은연중에 담겨 있습니다. 조심하세요. 



 0. 글을 쓰게 된 계기

 

 자극적이다.

 저는 누군가 '왜 이렇게 잔인한 걸 보니?'라고 묻는다면 딱히 대답할 말이 저정도 밖에 없어요. 심리학적으로 인간은 스트레스를 풀기위해 쾌감을 필요로 한다던가, 대리만족이라던가.. 찾으면 참 길고 다양한 이유가 나오지만 자극적이라는 말로 요약하고 싶네요. 

 여기, 비슷한 성격의 두 작품이 있어요. '간츠'와 테라포마스'. 전자는 완결이 난 작품이고 후자는 아직 꾸준히 연재중에 애니메이션도 나온지 얼마 안되는 따끈한 작품이지만 이 두 작품을 한데 모은 이유는 다음과 같아요.

 '간츠'가 마지막까지 들고가지 못한 것들을 '테라포마스'는 가져가길 바란다. 

 마치 상경길에 주머니에 꼬깃꼬깃 접혀있던 쌈짓돈을 꼭 쥐어주는 어머니마냥 두 작품을 모두 좋아하는 제가 서로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비교하면서 앞으로의 테라포마스에게 작은 말을 건네는게 이 글의 핵심이에요. 

 간츠의 완결을 본 사람들은 모두 아쉽다... 가 아니라 몇 년 동안 본 작품이 이따위로 완결난 점에 대해 많은 불만을 표하죠... 저도 그중에 한 명이고요.. 카타스트로피 편에서 도저히 재미가 없어서 안보다가 완결이라서 몰아본 점은 있지만..



 1. 두 작품은 어디가 닮아있을까, 그리고 어느게 다를까

  1.1. 외계인

 
     우리 집에 왜 왔니 왜 왔니~ 

(바퀴벌레의 입장에서)                            (인간의 입장에서)


 
   두 작품 모두 과학적 세계관과 설정으로 SF라는 장르 속에 속해있고 그 중에서 절대적으로 강한 외계 생물을 등장시켜 절대적으로 강한 존재에 대해서 느끼는 공포인 '코스믹 호러'를 강조하는 점이에요. 

- '테라포마스'에서는 코스믹 호러를 일으키는 존재로 바퀴벌레 인간(사진 왼쪽)이 등장합니다. 

 사람이 살기 위한 테라포밍의 목적으로 이끼와 성기사 바퀴벌레를 먼저 보내고 500년 후에 테라포밍을 확인하러 갔는데 반기는건 인중이 정~말 길고 몸매가 우락부락하고 '죠'와 '지'로  의사소통을하는 바퀴벌레 인간들이었죠. 

 바퀴벌레 인간은 마치 주말에 심심찮게 심어온 텃밭을 구경하러온 회사원 같은 인간들에게 '우리집에 왜 왔니..'라는 표정으로 화성에서 500년간 길러온 힘으로 인간들을 무참히 짓밟습니다. 

- '간츠'는 '성인'이라는 존재가 등장합니다. 

 '간츠'는 작품의 중심인 검은 구체를 의미하는 단어입니다. 주인공인 쿠로노 케이는 카토 마사루라는 친구와 함께 전철에 떨어진 노숙자를 구하다가 지하철에 치어 죽게되고 간츠에 의해 부활을 해서 4대보험이나 퇴직금도 없는데 엄청나게 위험한 '성인' 소탕 알바에 합류하게 됩니다.

 '성인'은 말 그대로 외계인으로 지구에 살기 위해서 지구에 있는 것들과 비슷한 형태를 취하고 살고 있었으며 성인들 끼리는 공통 언어도 있으면서 서로만의 고유한 언어도 있어요. 그래서 '성인'들은 누라리횬 같은 모습이나 천사 조각상, 불상 등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죠.

 
 '간츠'의 마지막 대단원인 '카타스트로피' 편에서는 카타스트로피 성인들이 위압감 넘치는 배틀 크루저를 타고 오는 모습을 통해 '아, 얘네들은 이렇게 간지나게 이사 오는구나.'를 볼 수 있습니다. 완결난 시점에서 보자면 나머지 성인들은 어떻게 왔는지에 대한 묘사 등은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 점은 뒤에서 간츠의 결말부를 예로 들어 이야기할 예정입니다. 


 테라포마스가 화성에 정착한 바퀴벌레를 인간이 찾아가서 소탕하는 내용이라면 
 간츠는 지구에 정착한 성인들을 인간이 찾아내서 소탕하는 내용입니다. 


 
  1.2. 코스믹 호러와 인간 찬가 사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인간이 어찌 할 수 없이 강력한 존재에게 무릎을 꿇고 꿈도 희망도 모두 잃어버리는 '코스믹 호러'와 인간다움, 인간이라서 가능한 것들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인간 찬가'는 마치 동전의 앞면과 뒷면처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최종병기 그녀'같은 세카이계 작품이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주변 세계와 주변 인물을 소거하는 점이나 몇몇 신문 기사들이 통계의 수치라는 진짜같은 거짓말을 내세우고 수치 비교를 통해 강조를 하는 것처럼,

 말하고 싶은 것을 더 확실히 말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이 사용을 하죠. 그래서 이 둘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미지의 존재에 대한 엄청난 절망과 고통 (코스믹 호러)

 을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인간다움으로 하나하나 이겨낸다. (인간 찬가)                         이렇게요. 



 두 작품도 마찬가지로 거의 절대적이라고 할 수 있는 외계인들의 공포에서 벗어나기 위해 인간이 인간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것들로 인간다움을 강조하면서 하나하나 난관을 해결하죠. 


왜 간츠는 실사판이냐는 질문은 안받겠어요.


 -'간츠'에서는 성인들에게 대항하기 위해 간츠에서 다양한 무기와 강화복을 제공해줘요. 
 
파 성인이나 오사카 성인 까지는 기본으로 주어지던 
 
피스톨과 같은 용도인 X건,  (사진의 무기) 
성인을 포박하기 위해 만들어진 Y건이   (포획은 보너스 점수가 있다지만 사용 빈도도 성능도 쓰레기)
 

 자주사용되고 얘들은 성능이 나쁜건 아닌데, 간츠 미션에 투입된 사람들 자체가 '불려온 입장'이다보니 혼란스러운 점도 있고 다양한 이유로 성인들에게 찢기고 짓눌리는 코스믹 호러를 강조하는 동시에 인간 찬가적인 면도 보여주죠.

 중반에는 뒤에서 뿅뿅 쏘는 것보다 훨씬 간지난다고 느껴지는 '간츠 소드'
 오사카 성인 편 부터 등장해서 파워 인플레에 따라 난이도가 높아진 오사카 편에서 처음 등장해 독자들의 눈을 호강시킨
 중력으로 성인을 짓누르는 Z건    (점수로 얻는 고급 총이지만 카타스트로피 편에서는 그냥 퍼줍니다.)

 그리고 남자의 로망을 보여주는 거대 로봇! (좋아하니까 빨간 글씨입니다.)

 강화복의 성능을 최대한 활용해 격투기로 성인을 잡아내는 인물도 있긴합니다.  





 - '테라포마스'에서는 BUGS(1부), M.O (2부) 수술을 통해 마치 전대물처럼 필요할 때 마다 주사 한 대 놓고 자기가 수술한 벌레나 생물의 능력으로 바퀴벌레들을 잡습니다. 

 위의 사진은 아돌프 라인하르트 라는 등장인물의 M.O 능력입니다. '전기뱀장어'의 특성을 몸 속에 수술을 해서 피카츄처럼 번개를 사용하죠. 

 창작물에서 전격계가 가지는 능력이 늘 그렇듯, 화성으로 간 인물들 사이에서 톱 클래스 안에 듭니다. (E위에요. E위) 
 [ 미코토, 피카츄 등... 아, '레드 핫 칠리 페퍼'도 나름 전개상으로는 부보스라구요!]

 그외에도 말벌, 전갈, 새등 정말 다양한 생물들이 등장해 독자들로 하여금 하드코어한 파브르 곤충기를 읽는 경험을 주죠. 정작 내용은 파브르가 살아서 보면은 웃다가 잠자리채를 놓칠 내용이지만요.



 

 인간 찬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면을 꼽아보자면

 - '간츠'의 인간 찬가적인 면은 전체적으로 드러납니다. (맨 오른쪽) 시작부터 죽고 나서 불려온 '토우마 케이'의 파 성인 미션 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생명의 중요성에 대한 고뇌와 간츠라는 존재가 인물들에게 주어준 삶 그리고 각 엑스트라들이 단편적으로 보여준 미션 이외의 삶 등.. 

 이에 안티테제적인 모습으로 등장하는게 오사카 성인 편에서 등장한 몇몇 인물들이에요. 성인을 노리개 삼는 모습이나 간츠를 악용하는 모습을 통해 생명을 경외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고 그 점은 크고 아름답고 강력한 오사카의 성인들에게 무참히 짓밟히죠.

 이탈리아 미션과 카타스트로피 편은 인간이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보여주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사진은 모든 간츠 독자를 멘붕시킨 마지막화 마지막 장면입니다.


 - 특별히 '테라 포마스'는 1부와 2부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1부 (맨 왼쪽)의 등장인물 중 '사막 메뚜기'의 능력을 사용하는 인물은 동료를 구하기 위해, 그리고 지구로 무사귀환 하기위해 BUGS 능력을 일깨우는 주사를 과도하게 주사해 결국에는 인간과 곤충 중 곤충에 가까운 무언가로 변해버리는 과정입니다. 
 
 그런 흉측한 그를 쇼키치는 껴안으면서 '인간'이라고 말해줍니다. 인간성 혹은 인간 다움을 보여준 예시라고 해야할까요.

 2부 (중간)에 이 떡대 좋은 남자는 조셉 구스타프 뉴턴이라고 합니다. 바퀴벌레로 산을 쌓아놓았는데요. 
 별의별 곤충에서 조류, 포유류 다 나오는데 이 남자의 능력은 무엇일까요?

 네, 생각해보니 이 글. 맨 위에서 이미 말해서 다 본 사람만 보는 거였죠. '인간'입니다. 인간 본연의 힘을 일깨워서 바퀴벌레를 이기는 점에서 저는 인간 찬가를 1부보다는 덜하지만 느꼈습니다. 
 

 
 2. '간츠'에서 부족했던 것들로 '테라포마스'를 채우다.

 딱히 이 기준에는 별다른 이유가 없고 그저 '간츠'는 완결작이라 더이상 개선의 여지가 없고, '테라포마스'는 연재작이니 일말의 가능성이 있어서 그렇습니다. 


 간츠에서 부족했던 점은 무엇이었을까요. 

 작정하고 '간츠' 한 작품만 놓고 비판했더라면 마치 양파처럼 까도까도 끝이 없겠지만, 결말이 다 나온 작품이니 크게 하나만 짚어도 될 것 같아요.

 떡밥 회수


 잠시 언급할게 맥거핀과 회수 못한 떡밥의 관계인데요. 맥거핀은 작품상에서 중요한 동기와 모티브가 되지만 그 자체로서는 별 의미없거나 제대로 된 설명이 없는 소재 이고 회수 못한 떡밥은 잊어먹은거라고 하면 간단할거 같네요.

  우라사와 나오키의 걸작 <몬스터>에서 등장하는 요한과 안나의 본명은 작품 전개에서 뭔가 중요하고 비중이 있게 나오나 결국에는 밝혀지지 않았죠. 맥거핀을 설명할 때 자주 예시로 들어요. 
  
 
 막말로 하자면 사실 '간츠' 작품 자체에는 떡밥이 거의 없었어요. 마치 게임처럼 1스테이지는 파 성인! 2스테이지는 다른 성인! 이렇게 분절적으로 있었죠. 그러다가 점점 카타스트로피라는 거대한 떡밥이나 사실 시작부터 있었던 '검은 구체'등 다양한 떡밥이 슬슬 생기기 시작했고 작품의 결말인 카타스트로피에 도달했죠.

 그리고 결론은?

 
'신'과 함께하는 '간츠!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토크쇼!
 
 자극적이고 묵직한 그림체의 맛에 카타스트로피 편에 들어서면서 뭔가 묘해진 간츠를 그나마 붙잡고 있던 독자들을 한 번에 뒤집어 엎어버린 '신'이라는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등장입니다. 

몇 화에 걸쳐 간츠의 멤버들은 '이거 궁금했어염. 신님! 대답해주세염!' 

그리고 신은 나름 신답게 모습을 묘~하게 바꿔가면서 '아~ 그건 요거란다. 몰랏징? 그러니까 너넨 닝겐이지.'


아 지금 보면서도 한숨밖에 안나와요. 

 이런 기분은 '에덴의 우리' 결말에서 똑같이 느꼈었는데.. 

 하드코어, 자극적인 면으로 입지를 세웠던 간츠의 위상이 와르르 무너지는 순간이었고 작가의 능력 부족이나 연재 종료 압박등 다양한 낭설이 오고 갈 정도로 논란이 많고 허무하고 답없는 등장이었습니다.

 이와 비슷한건 지금 '나루토'에서 '카구야'가 등장한 것과 비교 가능할 것 같네요.

 떡밥을 풀어놓고 회수를 하지 못한 채 그저 완결을 위해 절대적인 능력자, 아니 작가의 대체재를 등장시킨 점은 어느 만화든 그렇겠지만 반면교사로 삼아야할 점이고 


 '간츠'와 비슷한 성격을 가지고 있고 독자들도 그렇게 느끼는 '테라포마스'도 그렇게 변할까봐 괜시리 걱정하는 저입니다..


 결국 위에 말하던 긴 글을 번호로 만들어 요약해서 말하자면

 1. 떡밥 회수는 꼭 해라.
 2. 초심을 잃지말라.

 꼭 도덕책에 나오는 말 같지만. 그리고 여기까지 글을 읽은 사람이 마치 간츠에서 저 장면을 본 것처럼 허무할 수도 있지만.. 말하고 싶은 점은 이 두개네요.. 같은 장르, 비슷한 성격을 가졌지만 다른 매력을 가진 두 작품 중 하나는 완결이고 하나는 연재중이죠.. 연재중인 작품이 완결 작품을 따라가면 안되잖아요... 



 3. 마무리  

 테라포마스 TVA판은 애니메이션의 수위에 맞추다 보니 화면의 반이 검정화면입니다.. 안타깝... 

 
 사실.. 지금 테라포마스도 초반에 보여주던 이질적인 공포에 대한 극한의 공포와 인간 찬가적인 면은 많이 사라지고 
 
  '나는 이 능력을 가지고 있어, 이 능력은 이런 생물에서 따왔어. 멋있지? 이제 싸워야겠다.'

 라는 흐름을 타고 있어요. 그 중에서 국가간의 서로간의 밥그릇 싸움이나 화성에서 펼쳐지는 국가간의 갈등은 흥미로운 요소 중에 하나지만 점점 테라포마스도 같은 패턴 속에서 다른 인물만 등장시키는 느낌이 없잖아 들어 재미는 있지만 뭔가 씁쓸하네요.

 꾸준히 보던 장기 연재작들이 하나 둘 고목이 날바람에 우르르 쓰러지듯 떡밥 회수도 못하고 초반의 활기찬 모습도 다 잊어버린 채 망해가는 모습을 보는게 정말 싫더군요.

 특히.. <나루토>.. 아, 이건.. 정말.. 아.. 이씨...

 칼럼의 목적은 그정도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테라포마스'는 수작으로 미래의 오따꾸들에게 남도록 완결이 되었으면 합니다.. 


 그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