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화는 아이돌을 꿈꾸면서 부풀렸던 마음과 진정한 현실 사이의 간극을 마주 보는 화였습니다. 그리고 간극에 휘청이는 위기의 상황을 다 함께 헤쳐나가며, 미지근하던 무리에게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공하고, 아직 부족한 무리에게는 마음가짐을 새로이 다지게 해줬죠. 2화와 마찬가지로 위기를 마주 보면서 하나 되는 정형화된 아이돌 구조를 따랐습니다. 개그 코드도 이전 회에서 보여줬던 슬랩스틱 코미디의 형태를 유지했죠. 

 다만, 좀비라는 특성을 살려낸 <좀비 랜드 사가>만이 표현 가능한 고유한 행동이 없었다는 게 정말 아쉬운 부분이었습니다. 좀비를 돋보여주는 효과음이 더욱 귀에 들어왔으나 미비한 수준이었고, 다른 과격한 개그 요소는 여타 다른 개그 애니메이션에서도 엇비슷한 걸 쉽게 볼 수 있었던 거였죠. 그럼에도 연습실의 밝은 분위기로 더욱 부각되는 좀비의 피부색이나 성우의 훌륭한 연기가 겹쳐지니까 그럭저럭 넘길 만한 수준은 되었습니다. 그래서 스토리나 연출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는 회였죠. 


▲이런 개그는 사실 그네를 타다가 박히는 등 다른 곳에서도 쉽게 볼 수 있어서 식상했다.




▲피부색과 연습실의 환한 분위기는 좀비의 특성을 그나마 살려주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성우의 연기는 할 말이 없는 이때라도 일단 짚고 넘어가야 할 정도로 좋았습니다. 스토리가 좋지 않아도 성우의 연기가 출중하니까 캐릭터의 분위기에 손쉽게 휩쓸릴 수 있었죠. 그중에서도 특히, 좀비 아이돌을 이끄는 막무가내 프로듀서인 타츠미 코타로가 가장 돋보였습니다. 텐션의 변화가 자유자재로 정신없어서 소화하기 어려운 캐릭터의 개그 코드를 완벽하게 소화해냈고, 특히나 타츠미 코타로의 밉살스러운 말투를 너무 생생하게 잘 살려내는 덕분에 다른 캐릭터의 어처구니없을 감정이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정말 잘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타츠미 코타로가 중심이 되는 이번 회 도입부가 가장 재미있었죠. 


▲타츠미 코타로의 이랬다 저랬다한 분위기를 완벽하게 소화해낸 연기력이 재미를 더한다.





3D 그래픽, 생각 이상으로 좋았다.



 성우의 연기가 출중하다고 해서 할 말이 생기는 것도 아니니, 바로 우려를 끼쳤던 라이브에 대해서 언급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개인적인 예상이었지만, 아마도 이번 화에서는 2화에서 보여준 예고의 3D 그래픽이 가장 큰 논란을 가져다줬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아무래도 허접한 3D 그래픽과 2D인 작품의 평면적 그림이 서로 섞여들지 못했던 경우가 정말 많았고, 또 그러한 부정적인 사례가 3D 그래픽이 주연 캐릭터를 망쳐버리는 경우라서 다른 안 좋았던 점 보다 더욱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죠. 

 그리고 우려와 같게도 <좀비 랜드 사가>는 2화에서 보여줬던 예고처럼 3D 그래픽이 그대로 활용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려의 시선과는 다르게 3D 그래픽에는 충분히 합격점을 줘도 될 정도로 생각보다 괜찮았죠. 그리고 그 이유에는 세 가지 정도가 있습니다. 

 우선 캐릭터 모델링이 정말 좋다는 겁니다. 지금까지 애니메이션에서 안 좋았던 3D 그래픽은 싸구려 모델링을 사용하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흔히들 말하는 목각인형이었죠. 그래서 2D에서 그려지는 각 캐릭터의 특징을 살려내지 못하고, 3D와 2D가 서로 부조화를 일으키며 이질감을 줬습니다. 그렇게 작품의 몰입감을 박살 냈었죠. 하지만, <좀비 랜드 사가>의 캐릭터는 나올 때는 나오고 들어갈 때는 들어가면서 인간 다운 최소한의 모습을 갖췄습니다. 게다가 각 캐릭터와 2D 작화의 특징을 잘 담아내기까지 한 덕분에 3D 그래픽을 보자마자 샘솟는 거부감이 줄어들었죠.



▲각 캐릭터의 특징을 잘 담아낸 모델링이 정말 좋았다.


 두 번째로는 <좀비 랜드 사가>의 2D 작화가 그렇게 좋은 게 아니었다는 겁니다. <좀비 랜드 사가>의 작화는 큰 작붕은 없지만, 코를 그리지 않는다든지, 턱을 비현실적인 V 턱을 그리는 등 사실적이고 디테일한 묘사보다는 각 캐릭터의 구별만 가능할 정도의 인물 특징만을 살려냈었습니다. 그렇기에 3D 모델링으로 작화에 그려낸 캐릭터의 특징을 담아내기 쉬웠고, 퀄리티 있는 모델링을 뽑아낼 수 있었죠. 그러니 시청자에게 두 차원의 간극을 줄이면서 이질감과 거부감까지 덩달아 줄여줄 수 있었습니다.



▲2화에서 웨스트 샷과 3화에서 3D 그래픽이다. 별로 차이는 없다.


 세 번째로는 극적 상황의 몰입을 유지시킨 연출이 있습니다. <좀비 랜드 사가>는 라이브로 춤을 추고 있을 때와 추지 않을 때를 2D, 3D로 구분 지으면서 잦은 차원 변화를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아무리 모델링이 좋다고 하더라도 몰입을 일순간 저해시키기 때문에 상황의 고조를 방해하는 결정적인 요소가 돼버리죠. 그런데 <좀비 랜드 사가>는 매끄러운 장면전환으로 차원의 변화를 주는데 일정한 간격을 뒀고, 덕분에 이질감을 줄이면서 몰입을 유지시켰습니다.



▲매끄러운 장면 전환이 3D와 2D에서의 차원 변화를 부드럽게 연결해줬다.
 여담이지만, 이때 색상변화도 좋았고, 노래의 가사와 상황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것도 좋았다.



▲설명한 김에 주인공의 암담하고 절망적인 상황을 색상의 변화로 잘 묘사해준 것도 좋았다.



 그리고 이건 연장선인데, <좀비 랜드 사가>에서는 2D와 3D를 조합했던 게 이색적이었습니다. 한 꼬마 아이가 주인공 그룹이 추는 춤을 보고 따라 추는 구간인데, 이때 2D로 그려진 꼬마 아이의 등 뒤에서 보는 구도로 이 장면을 잡아주죠. 이 장면에서 3D의 주인공 그룹과 2D인 꼬마 아이 사이의 동떨어진 감각이 마치, 관객과 무대에 선 아이돌의 경계선처럼 느껴지게 해줬습니다. 또한 시청자는 꼬마 아이가 보는 시선을 같이 하면서 또 한 명의 관객이 되어버렸고, 그러면서 꼬마 아이의 즐거운 감정에 동조되고 전염돼버렸죠.



▲2D인 꼬마 아이와 3D인 주인공의 이색 조화가 재미있었다.


 이처럼 <좀비 랜드 사가>의 3D 그래픽은 좋았습니다. 처음에 왜 사용했는지 의문을 가졌으나, 라이브를 할 때 저지르는 실수를 입체감이 주어지는 3D 그래픽 표현하니, 평면적인 2D보다 훨씬 매력적으로 묘사되었습니다. 그걸 본 순간 제 안에 싹텄던 그 의문이 불식되었죠.

▲라이브 중의 충돌을 훨씬 매력적으로 담아낸 게 어째서 3D를 채택한 건지를 보여준다.





▲뭐, 꼭 좋았던 것만 있었던 건 아니지만서도........



▲춤도 좀비의 특징을 담아냈지만, 솔직히 약간 이상하고........






그래픽이 좋았지만, 사실 별로였던 이번 화.



 성우의 훌륭한 연기는 캐릭터의 감정에 빠르게 녹아들게 했습니다. 3D 그래픽은 훌륭하게 소화해냈고, 2D와의 조화도 재미있었죠. 하지만, 저는 이번 화를 되게 안 좋게 봤습니다. 그건 전형적인 스토리 때문이었죠. 

 낯간지러운 스토리에는 새로움이라고는 눈 씻고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자신만의 소재를 살려내려는 무언가도 보여주지 못했죠. 특히, 도입부의 마지막 순간에 갈등의 계기를 처음부터 그대로 노출시켰기 때문에 다른 요소에 악영향을 끼치며, 작품의 몰입을 일순간 삐걱대게 한 게 제일 좋지 않았죠. 

 하지만, 제가 예민하게 반응한 것도 없지 않아 있기에 그런 얘기는 쏙 뺐습니다. 뭐, 스토리 때문에 보는 작품이 아니니까요. 다른 개그 요소도 그럭저럭 받아들일 만했다는 것도 주원인이었습니다. 

 어쨌든, 이번 화에서 보여준 3D 그래픽은 정말 좋았고, 노래도 생각보다 좋았던 걸로 보이니, 일단은 다음 화도 기대하고 봐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다음 화는 부디 소재의 참신함을 잘 살려내기를 간절히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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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언제나 부족한 리뷰글과 언제나 비슷한 멘트로 찾아뵙고 있네요!!!!!

 이실직고 하자면, 솔직히 이번 <좀비 랜드 사가> 리뷰는 스토리가 너무 별로였던 까닭에 쓸까 말까 고민을 엄청 많이 했던 화였어요. 그래서 다른 기존의 리뷰글보다도 글을 썼던 시간이 상대적으로 적은 4~5시간 정도 걸렸죠.

 하, 이번 신작 중에서 유일하게 리뷰 쓰려고 잡았는데, 제발 참신한 소재 활용으로 애니를 마무리 해줬으면 좋겠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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