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특이하게 애니가 아닌, 매체가 다른 뮤직앨범 한장을 들고 나왔다.
첨엔 글을 어디다 세팅해야할지 몰라 여기가 아닌 다른곳부터 먼저 살펴봤지만 앨범 지른지는 오래 되서 지름개봉 갤러리엔 맞지 않을거 갖고 음악이긴한데 애니랑은 관계가 없어 딱히 마땅한곳이 없는 곤란한 상황을 맞이하였다. 
잠깐의 고민을 거듭하다 아주 쪼끔이라도 문화예술계쪽과 가장 맞닿아 있다 여겨지는 이곳에 풀어보는것도 어떨까싶어 자리를 빌려보고자 한다.
처음부터 여기다 쓰려고 했잖아 정곡을 찔러온다면 부인하진 않겠다.
반쯤은 맞으니까...



과거부터 현재까지 수많은 기라성같은 뮤지션들이 존재하면서도 한편으론 사라져갔으나 호랑이가 가죽을 남기듯 아티스트는 앨범을 남기며 그것은 후세까지 영원하다...
오늘 소개할 것은 앨리스 쿠퍼의 웰컴 투 마이 나이트메어라는 앨범이다.
위 앨범은 롤링스톤즈 그레이티스트 앨범에도 올라있으며 앨리스 쿠퍼 팬들은 대부분 이 앨범으로 입문했을것이라 추측해본다.
본인도 마찬가지다.
단지 소극적인 팬일뿐...
앨리스 쿠퍼는 이미 락캔롤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렸으며 칠순나이에도 활동할 만큼 왕성하고 저력있는 아티스트.
짤 몇개 붙여볼테니 대충 이런 사람이구나 느끼는 정도로 족하다.
본인은 앨범에 초점을 맞추고 싶지 뮤지션에 맞추고 싶진 않았다.
아마 이 앨범을 들어보게되면 호감을 가질 분들도 생길듯하지만 그를 모른다고 해서 사는데 지장은 없으니 후루룩보고 넘어가자.



안농? 내가 앨리스 쿠퍼란다.



나를 찬양하지 않는 닝겐들에게...



비얌을 선사하겠다 캬캬캬~



어라리, 어디서 많이 봤던 사람들도 있네영.



따따블에프에도 진출하셨다더군요.
저도 첨 알았습니다.



동시대를 살았던 쌀바도르 달리와의 협업.
정말이지 만능엔터테이너로군요.

개인적으로 꼽은 앨범중 20세기 가장 위대한 앨범이라 생각한다.
(21세기까진 잘 모르겠다...)
왜?
본 앨범에 수록된 곡들의 특징은...
여태 들어보았던 곡들의 분위기완 전혀 다르다.
기괴하고 음산한 분위기가 곡의 대부분을 감도는 가운데 이를 배경으로 때론 사람의 심금을 울리며 슬프고도 격정적인 면이 뿜어져 나오며 사악한 보컬과 싸운드의 곡이 존재하는 반면, 사랑을 속삭이는듯한 곡도 같이 준비되있다.
기괴하고 음산한 가운데서?
어떻게 해서 인간의 감정을 흩뜨려 놓을수 있을까, 그런 곡이 어떻게 가능할까.
컨셉 참 희한하게 잡았다...
그러한 본 앨범의 곡들을 작곡할수있다는 그의 예술적 스펙트럼이 그저 놀라울뿐이다.
대체 무슨 정신으로 작곡할수 있었나 말이다.
앨범이 1975년에 나온걸보면 정말이지 쿠퍼의 천재성에 감탄밖에 할수가 없다.
그의 보컬도 참 기가 막힌데 보통 가수들 노래할때는 키와 톤을 일정하게 맞춰낸 자신만의 음색으로 부른다 생각하는데 이 앨범에선 그런 관념을 깬다.
한 곡내에서도 그렇고 여러 곡을 거치면서 시니컬하다가 또 어떤건 굵었다 갑자기 높았다가 낮았다가 아이, 어른의 보이스로도 뽑아내는데 여러 사람들이 돌아가며 노래하는듯한 착각을 준다.
(아, 이게 그 광역계 성우라는거냐?)

앨범의 수록곡은 다음과 같다.

1. Welcome To My Nightmare
2. Devil's Food
3. The Black Widow
4. Some Folks
5. Only Women Bleed
6. Department Of Youth
7. Cold Ethyl
8. Years Ago
9. Steven
10. The Awakening
11. Escape

이제 한곡한곡 순회를 해보자.
본 앨범의 오프닝곡으로 클래식하면서 시니컬한 보컬의 1번 트랙으로 포문을 연다.
곡 마지막 부분의 짓궂은 장난이 기발해서 좋다.
그리고 2번 트랙은...
3번 트랙과 이어지는 즉, 2부곡이다.
2번은 쿠퍼의 사악한 보컬과 싸운드를 들려주면서 3번으로 넘어가는 간주 사이에 원로배우 빈센트 프라이스의 광기흐르는 나레이션이 흘러나온다.
동영상도 아닌 음반에 나레이션이 수록되 있다고?
트랙과 트랙사이에?
이런건 들어본적이 없다.
나레이션으로 대체 무얼 말하고자 하는가.
실험정신과 아이디어 만발한 앨범이 아닐수없다.
그것도 1975년 발매된 앨범에서...
블랙위도우란 거미종에 대한 의인화와 찬사의 내용인듯 싶다.
나레이션이 막차로 흘러 광기에서 히스테리, 발작까지 뻗어 올라가더니 3번 트랙으로 롱테이크하게 이어진다.
3번 트랙은...
가상의 블랙위도우란 싸이비교주가 있다 가정했을때 쿠퍼는 그 종교의 신자로서 그의 부도덕함과 비신성함을 열렬히 찬양하는데 독특한 음조의 반복적인 기타리프가 본 트랙의 사악함에 기름칠을 더한다.
약을 빤건가 진지한건가 이건 정말이지 들어봐야 알수 있다...
4번 트랙은 어딘지 모를 비일상적인 사람들의 모습(아마도 좀비나 인간이 아닌 것들...)을 짧은 뮤지컬 한편을 보는듯 노랫속에 풀어낸다.
쿠퍼의 광역계 보컬 처리가 돋보이는 곡.
이어지는 5번 트랙은 이 곡이 나온 이래 수많은 뮤지션들이 카바했던 유명한 곡이며 클래식한 서정적 멜로디가 흐르는 가운데 남편의 학대에 시달리는 여자의 일상을 노래하였다.
아니, 무슨 수록곡들이 일관성이라든가 균형을 이루지 못하는가.
이 앨범 하나만 봤을때 작곡자 쿠퍼옹의 정신 세계는 걸어다니는 케이오스와도 같아보이는데 마침 같은 나라에 동갑내기쯤 되는 사람이 하나 더 있다.
도널드 트럼프라고...
사실 이러한 부분이 이 앨범의 비범한 점이라 할수있지 않을까.
6과 7번 트랙은 그 옛날 그가 발표했던 스쿨즈 아웃을 보는듯 유쾌하다.
특히 6번 트랙은 학교합창단 아이들과 같이 녹음하였다고 한다...
8, 9, 10번 트랙은...
이 세가지가 하나의 3부곡이다.
2부곡이 나오니까 이젠 3부곡도 나오네? ㅋㅋㅋㅋㅋ
그러나 이번 3부곡은 이제까지 들어본적이 없는 희귀하고도 경이로운 싸운드로 듣는 이의 가슴을 시리게 만든다.
묘하게 몽환적인 특유의 싸운드가 사람의 기분 한편을 불쾌하게 만들며,
우울하게 가라앉은 분위기에 울먹이는 듯한 아이의 넋두리가 시작되더니 정신분열을 일으키는 스티븐의 이야기.
문득 지하실에서 깨어나 아내의 종적을 찾아 집안을 누비는 남자의 짧고도 섬찟한 이야기 한토막으로 3부곡이 마무리된다.
다 듣고나면 하나의 드라마랄까, 영화를 본것처럼 파란만장 하기까지하다.
바로 이 3부곡과 초반 2부곡, 5번 트랙이 본 앨범의 하일라이트이자 꽃이라 할수있겠다. 
마지막 트랙으로 어떤 의미에서 밝은 분위기를 만들어가며 앨범의 끝을 알린다.
앨리스 쿠퍼의 장르를 흔히들 쑉크록이라고 하는데 본인은 딱히 그리 생각하진 않는다.
더 넓은 의미의 무엇이랄까, 아직도 무어라 정의해야 할줄 모르겠다.
오랫동안 앨범 수록곡을 듣고나서도 그렇다.
하나의 장르로 묶어놓기엔 그의 쌓아올린 음악적 업적이 너무 넓고도 크다.
단순히 가수가 아니라 아티스트란 점을 주목하라.
본 앨범의 비범함도 그렇거니와 씽어에만 편중되진 않고 무대 퍼포먼스가 다른 의미로 아주 흥미롭고 볼거리를 자랑한다.
키스나 오지 오스본 저리가라 할것 같다...
노래하는 전위예술가라면 알맞겠다.
상기 적었듯이 이렇게 실험적이고도 상업적 성공을 거둔 본 앨범을 본인으로선 20세기 위대한 앨범이라 칭송하지 않을수없다.
특히 어둡게 가라앉은 분위기에 정신적 충격을 안겨주는 그런 장르는 본인이 선호하는 장르이기도 하니까.
(대체 어떻게 된 놈이냐 나는...)
무릇 애니만 볼게아니라 다른 영화, 음악도 감상하면서 견문을 쌓아야 애니를 보는 비전이 넓어진다 생각한다.
오늘날 애니에게선 그걸 찾기가 힘들어져서 아쉬움이 남지만...
끝으로 보충할만한 링크를 걸어둔다.


모처럼 가을날 스산한 날씨, 본 앨범의 곡을 듣기에 제격인듯 싶다...
오늘은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