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랜드 사가> 8화는 릴리와 얽힌 사건이 진행된 화였습니다. 릴리의 죽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후회로 점철되며, 그 시간에 멈춰버린 릴리 아버지와 죽었기에 아버지 앞에 나타날 수 없는 릴리 사이의 갈등 양상을 보여주고 있죠.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좀비 랜드 사가> 8화 스토리텔링은 가히 완벽에 가까웠습니다. 

 릴리 아버지가 릴리를 만나게 되는, 사건에 진입하게 되는 발단은 굉장히 매끄럽고, 릴리 아버지가 무엇을 후회하고, 어째서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지와 릴리의 아버지를 위한 감정은 명확한 동시에 개연성을 갖추면서 공감하기 좋았습니다. 그리고 각 인물의 고뇌를 드러낸 대화는 에피소드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뚜렷하기에 시청자를 숨겨놓은 에피소드의 주제로 자연스럽게 인도했죠. 에피소드가 늘어지지 않도록 병맛 요소를 이용한 완급 조절은 시청자가 릴리와 아버지의 고충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심지어, 이전 화에서 갈등의 중심이었던 준코와 아이가 릴리의 갈등 해결에 큰 기여를 하면서 둘의 성장을 살펴보는 재미도 주었죠. 

 그래서 <좀비 랜드 사가> 8화 리뷰는 어떻게 써야 하는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스토리텔링이 너무 잘 짜여있어서 메시지 전달이 좋았기에 딱히 스토리로는 뭔가 설명해줄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6화와 7화에서 준코와 아이의 군상극으로 두 인물의 갈등 양상이 교차하는 지점을 잡아줘야 하는 다소 복잡한 구성과는 180도 다르게, 릴리의 단일 구성이라서 갈등 원인과 해소를 파악하는 것도 쉬웠기에 더더욱 그랬었죠. 

 그렇기에 이번 리뷰는 스토리를 더욱 생생하게 전달해준 연출적 표현에 대해서 얘기해보고자 합니다. 참고로, 장면 전환 같은 몰입을 돕는 소소한 부분이나 주제를 가리키는 인물의 대사 등은 쉽게 찾을 수 있기에 생략했습니다.




 아버지의 크기: 아버지는 슈퍼 히어로지만, 속은 여린 사람이었다.




 혹시 데포르메라는 용어를 알고 계신가요? 데포르메는 대상이나 소재가 되는 자연물을 사실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일부 변형, 축소, 왜곡을 가하여 표현하는 미술 기법을 말합니다. 눈을 크게 그리거나 코를 작게 그리는 다양한 애니메이션 속 캐릭터의 그림체를 데포르메라고 생각하시면 편할 겁니다. 

 데포르메는 작가의 주관에 따라서 그려지는 방식이 천차만별로 틀려지는 기법입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일반적으로 개성이라는 이름의 차별화한 그림체로 통용되고 있습니다만, 더 나아가면 캐릭터의 감정 상태나 스토리의 흐름, 작가의 의도를 시각적으로 그대로 드러내서 관객이 작품에 몰입을 돕는 기능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 가장 큰 예시로 들 수 있는 게 <건어물 여동생! 우마루짱>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건어물 여동생! 우마루짱>은  데포르메를 이용해서 여주인공의 정신 상태를 다르게 묘사합니다. 바깥을 돌아다니는 꾸며진 상태일 때는 평범하게 그리지만, 귀차니즘 본성이 드러날 때는 SD로 그려내며 여주인공의 상태에 차이를 주죠. 그러면서 시청자에게 작품의 개성을 돋보여주고, 아울러 해당 에피소드의 스토리 흐름과 캐릭터의 감정 상태를 쉽게 파악하여 감상을 도와주게 됩니다. 



▲왼쪽과 오른쪽이 동일인물이지만, 정신 상태의 변화에 따라서 차이를 주고 있다. 그로 인해 시청자는 인물의 감정과 스토리의 흐름을 직관할 수 있게 된다. 심지어, 데포르메를 이용한 변화는 주인공인 우마루의 내적 성장을 보여주는 데에도 활용된다.





▲해당 장면은 <타마코 마켓 극장판>에서 등장하는 장면 중 하나다. 마을의 풍경이 데포르메를 이용하여 뒤죽박죽 난잡하게 섞인 색채로 왜곡돼서 캐릭터의 혼란스러운 감정 상태를 직관하게 해준다. 이러한 데포르메를 이용한 표현은 시청자가 캐릭터의 감정을 이해하고 상황에 몰입하는데 큰 도움을 준다.





 이와 같이 데포르메를 활용은 작품의 특정 캐릭터가 가진 의미와 감정을 효과적으로 드러내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좀비 랜드 사가> 8화에 등장하는 릴리 아버지의 비정상적인 크기도 마찬가지이죠. 

 릴리 아버지의 무지막지한 크기의 몸체는 <좀비 랜드 사가> 특유의 병맛(개성)이 묻어나면서 코믹한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걸을 때의 건담 같은 땅울림, 험악한 외모와 초췌한 표정, 몸이 작은 릴리와 완전히 상반된 크기는 시청자에게 실소를 터트리게 하면서 작품의 흥미를 유도하죠. 

 그리고 작품이 진행될수록 릴리 아버지의 과장된 외모는, 시청자에게 작품의 몰입을 돕는 역할 수행을 톡톡히 해냅니다. 릴리와 비교되는 거대한 몸체를 통해 릴리에게 있어서 아버지의 든든함을 체감하고, 험상궂은 외모와는 상반되는 릴리를 대하는 언행으로 서로를 생각하는 둘의 감정을 쉽게 파악하며 공감하게 해주죠. 그렇게 거대한 몸체는 릴리 아버지와 릴리 사이의 관계를 단번에 이해하고, 몰입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수행하여, 시청자에게 둘의 비극과 감정을 더욱 극적으로 다가가게 해줬습니다. 




▲아버지의 무지막지한 크기가 릴리와 아버지의 가족애와 서로를 위한 마음을 직관하는데 큰 기여를 한다.





▲거대한 몸체 덕분에 소파의 빈 공간이 더욱 부각되면서 릴리의 빈자리와 아버지의 극심한 후회를 직관하게 해준다. 그렇게 데포르메는 둘의 감정 상태를 더욱 생생하게 느끼도록 도와준다.






릴리의 충격적인 진실이 작품에 끼치는 영향:
<좀비 랜드 사가> 특유의 향신료를 에피소드 전체에 흩뿌리다.






 <좀비 랜드 사가> 8화를 안 보신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스포일러를 밝히고 가야 할 것 같습니다. 릴리의 진실을 말이죠!!

 릴리는 충격적이게도 마사오 ‘군’으로, 여장‘남자’였습니다. 여자를 그려놓고서 남자라고 빡빡 우겨 되는, 아주 심보 더러운 꼴이었죠. 다른 한편으로는 맛만 좋으면 그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하지만, 릴리의 충격적인 진실은 냉혹하게 말해서 강렬한 인상에 비해 <좀비 랜드 사가> 8화의 스토리 전개에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얘기였습니다. 릴리가 여장남자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아버지와의 관계에 영향을 끼치는 건 전무한데다가, 스토리의 클라이맥스인 라이브에 관여하고 있는 것도 사실상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8화가 진행하면 진행될수록, 여장남자라는 진실은 스토리의 뒷전으로 밀려나면서 묻히고 맙니다. 오히려, 스토리 전개로는 서사 진행 중간에 불필요한 설명이 추가되면서 스토리의 맥락과 시청자의 몰입을 끊어놓고 말았죠.




▲스토리 전개에서 여장남자는 아무런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




 그렇다면, 릴리의 충격적인 진실은 8화 내에서 많은 시간을 허비하면서까지 들춰낼 필요가 있었을까요? 스토리 전개로는 군말이 나올 수 있지만, 당연히 필요했습니다. 릴리의 충격적인 진실이 <좀비 랜드 사가> 8화 에피소드에서 완급 조절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와 릴리 사이에 있었던 비극적인 사건은 작품의 분위기를 축 처지고 무겁게 만듭니다. 그건 이제까지 <좀비 랜드 사가>가 보여줬던 병맛 색깔과는 맞지 않았죠. 그래서 작품의 분위기를 한번에 풍비박산 낼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릴리가 여장남자였다는 병맛이 가득 담긴 사실이 비극적인 사건 중간에 투여되면서 작품의 무게감이 단번에 변화했고, 에피소드 전체에 비극을 희극으로 바꿔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시청자에게 서사의 긴장감을 한 번 놓으면서 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었고, 이는 이후에 중요한 내용인 아버지의 아픔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해줬습니다.




▲중간에 잠깐의 긴장감 완화는 순간의 몰입은 방해할지 몰라도, 시청자의 피로도가 쌓이는 걸 막아주는 덕분에 작품의 전체적인 몰입은 도리어 높여줬다. 그리고 사실 보기 좋은 떡이……. 어쨌든 보기 좋으면 그만이지 않을까?




▲참고로, 여장남자라는 사실은 2차 성장(수염이나 다리털 등)이라는 릴리의 고민과 직결되는데, 이를 죽음을 통해 해결되면서 <좀비 랜드 사가>안의 좀비가 주는 의미를 상기시켜주기도 한다.






클라이맥스인 라이브, 마음을 담아서 이별을 노래하다.






 <좀비 랜드 사가> 8화 라이브는 릴리가 좀비라는 현실에 가로막혀서 아버지에게 전할 수 없었던 마음과 작별 인사를 가사에 실어 전해주고 있기 때문에 노래 가사가 정말 중요한 무대였습니다. 그래서 라이브도 3D가 아닌 2D로 그려내며, 격한 움직임보다는 섬세한 손동작과 인물의 표정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덕분에 가사 한 문장 한 문장에 변화하는 인물의 표정을 시청자가 직시하게 되고, 인물의 감정에 동화하게 되었죠.

 이때의 장면 구도와 장면 전환, 섬세한 움직임, 무대 연출 등 여러 방식의 표현도 정말 좋았습니다. 그래서 여러 가지로 말할 건 정말 많지만, 가사와 연출이 서로 상보적인 측면이 강해서 그냥 개인적으로 정말 중요했다고 생각했던 연출을 꼽도록 하겠습니다.



▲섬세한 표정과 동작은 릴리의 감정을 더욱 생동감 있게 전달해준다.



 노래 간주 부분에서 릴리가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는 장면입니다. 릴리 아버지에게 서서히 클로즈업하면서 릴리의 감정에 동조하게 하죠. 이때 릴리의 대사가 굉장히 마음을 절절히 울리지만, 글 여건상 생략하겠습니다. 어쨌든, 이런 연출 덕분에 릴리의 과한 동작과 해맑은 미소가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오게 되죠.



▲릴리가 자신의 마음을 전달한 바로 다음 장면입니다. 씁쓸한 감정을 드러낸 섬세한 표정과 마음을 다잡은 듯이 격하게 고개를 드는 섬세한 동작이 마음을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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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장면에서 노랫말이 둘의 간절함과 이별을 정말 잘 표현하면서 가슴을 절절하게 울린다.



 장면 전환을 앞선 장면입니다. 릴리 등 뒤의 구도로 릴리가 보는 시야를 함께 나누게 됩니다. 이때 릴리 아버지가 관객 사이에서 빛나면서 아버지와 릴리의 관계를 상기시키고, 릴리 표정을 클로즈업하면서 둘의 행복했을 기억을 회상하게 되죠. 그렇게 둘의 행복했을 기억과 현재의 비극적인 상황이 맞물리면서 두 인물의 슬픔이 더욱 생생하게 전달되어 가슴을 울리게 됩니다. 





▲장면 전환 이후의 장면이다. 이전 장면처럼 릴리의 등 뒤로 릴리와 같은 시야를 공유하지만, 릴리 아버지가 따로 빛나지 않고 관객 사이에 녹아들어 있다. 이는, 아버지와 좀비 릴리 사이의 특별한 관계가 끊어졌다는 걸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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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밤하늘에서 별이 떨어지는 장면으로, 라이브 막바지의 연출입니다. 이 연출은 두 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 가지는 릴리와 아버지의 내적 슬픔에 대한 감상적 묘사으로, 떨어지는 별똥별이 마치, 눈물을 흘리듯 물길을 그리며 떨어지면서 둘의 슬픔을 간접적으로 보여주었죠. 그리고 두 번째는 릴리의 완전한 죽음입니다. 릴리 아버지가 릴리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갇혀있던 과거에서 벗어났다는 걸 의미했죠.





▲릴리가 살아생전에 죽음을 맞이하자 별 모양 머리핀이 떨어지는 모습이다. 이를 통해서 위에 별똥별은 이때의 릴리 죽음을 나타내는 의미로, 당시 릴리의 죽음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아버지가 릴리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이겨내면서 진정한 죽음이 찾아왔다는 걸 뜻한다. 이는 곧, 릴리와 아버지의 완전한 이별을 의미하기도 한다.






마무리



 이번 <좀비 랜드 사가> 8화는 이전 화와 서사 연결이 굉장히 부드러웠고, 사건의 발단이면 발단, 전개면 전개, 해결이면 해결, 마무리면 마무리까지 전체적으로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진행을 보여줬습니다. 심지어, 인물의 성장은 매력적으로 드러내고, 주제 전달은 매끄러웠으며, 작품성과 어긋나는 무거운 분위기도 자신만의 매력을 담아내면서 소화해나갈 수 있는 능력을 보여줬죠.  OST 퀄리티나 배치는 말할 필요도 없었고, 라이브에서 입었던 인물의 의상까지 어쩜 그리 이쁠 수가 있는지……. 정말 완벽한 에피소드 진행을 보여줬다는 찬사만 계속해서 나올 정도로, 어떠한 부분에서도 흠잡을 곳 없는 화였습니다.

 그런 점 때문에 리뷰를 쓰기 어렵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높은 완성도의 작품은 시청자의 한 명으로서 정말 기분 좋았습니다. 앞으로도 <좀비 랜드 사가>가 이번 8화처럼 시청자를 울고 웃게 해줄 수 있는 퀄리티를 보여주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리뷰 때문에 눈물이 나와도 괜찮으니, 부디 좋은 작품성을 계속 유지하기를.....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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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처럼 부족한 게 많은 리뷰로 찾아뵙고 있네요!!!

 저번 주 주말 내내 감기로 골골대는 바람에 8화 리뷰가 굉장히 늦고 말았네요, 죄솝합니다!! 그래서 급하게 쓰는 바람에 검수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이번 <좀비 랜드 사가> 8화 리뷰는 평소보다 더욱 부족한 리뷰였던 것 같습니다. 특히, 서론 부분이....... 대충 휘갈기고, 올렸거든요..... 부디 설명이 부족하거나 애매한 부분이 없기를 간절히 빌게 되네요. ㅠ

 그리고 사실, 이번 리뷰에서는 번외로, 타에의 성장과 사쿠라의 떡밥을 묶어서 설명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많이 부족해서 그냥 생략하고 올려버렸네요. ㅠㅠ..... 오늘 새벽에 9화가 방영하거든요....... 어쩔 수 없어요. 나중에 시간이 되면 따로 정리해서 올려볼까도 싶기는 한데, 지금 하루카나 리시브 리뷰 쓰는 게 계속 밀리다보니까 다음 주 안에 쓸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네요. 안 되면 깔끔하게 포기해야죠, 뭐.....ㅠㅠ

 어쨌든, 애게 여러분, 많이 많이 부족한 리뷰글이지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네이버 블로그 링크: https://blog.naver.com/zkdlsk1/221408578212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