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주팔아요.... 마주팔아요... [마력 주입] 팔아요..."



나스리아 성채의 구석진 음지. 

한 노쇠한 노인이 버프를 팔고 있었다




"저걸 누가사?"

"진자 애지간이 돈에 미쳤나보다. 늙으려면 곱게 늙지 쯧"




사람들은 조소를 날리며 노인을 지나쳤다.






'(귓속말) 노인네 거 가격이 얼마요?'


'20만골....'


'이 틀딱새기가 노망이 낫나'







노인이 20만골에 버프를 판다는 소문은 

게임을 넘어 커뮤니티에까지 금새 퍼지게 되었다.






"이젠 대놓고 마주 파는 사람도 있네요 ㅋㅋ"


"아 입구에 있는 그 미친 할배 보셨어요? 
산다해도 주작 로그로 조리돌림 당할게 뻔한데 누가살까요"


"저거 오늘 사는사람 있으면 제가 가마솥 깝니다."


"ㅋㅋㅋ"







그럼에도 노인은 꿋꿋히 마주를 팔 뿐이었다.







"마주팔아요.... 마주팔아요..."








-






사람들은 아무도 노인의 마주를 사지 않을거라 생각했다.

물론 딜이야 오르긴 하겠지만, 

주작질을 하면서 까지 올리고 싶진 않을거란 인식 때문이었다. 

하지만 노인의 로그엔 마력 주입 시전기록이 전투마다 남아 있었고,

이는 누군가는 노인의 마주버프를 사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사람들의 비난과 비웃음은 커져 갔다.





'징하다 진짜. 욕처먹으면서 아직도 저러네'

'아 사는 사람은 사는거고 파는건 지맘인데 뭔 상관임?'

'마주 관련 글 보기 피로하네요... 관심 그만 줬으면...'





반면 마음 한편으론 관심따윈 주지 않는다. 말을 하면서도, 

사람들은 그 초췌한 마주 노인에게 누구보다 관심을 쏟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노인의 마주를 받은 사람들이 적어도 보라~주황 정도의

그럭저럭 괜찮은 로그를 찍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모두가 그럴듯한 로그를 찍기 어려운 초반 레이드에서 

편법을 써서 치고 나간다는 부러움과 질투심이 섞인 반응들도 많았다.

비웃음은 한 순간이지만, 결국 남는건 기록이니까 말이다.




그리고...

나스리아 성채 첫 주 성적표가 나온 뒤, 

공기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쐐기를 박은 것은 노인에게 마주를 구입한 한 와린이의 자랑글이었다.



그는 '로그 낮으면 레이드 못가요. 첫 주 잘찍는게 중요함'

같은 고인물의 너스레에 지레 겁먹고

돈을 쓰더라도 첫 주 로그를 잘 찍겠다는 생각 하나로

멋 모르고 마주를 구입한 왕초보였다.

아는 것이 없었기에 순진한 맘으로 버프를 살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 쌩판 초보 와린이의 

첫 주 성적표는 주황, 분홍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물론 레이드 첫 주에 신화도 열리기 전이라, 사람들 템들이 다 고만고만하기도 했고

비법의 딜 사이클이 쉽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말이다.



와린이가 한 일이라곤 쿨을 놀리지 않게 제때제때 써주고,

몹들이 몰려 올 때 신나게 신폭을 쳤을 뿐이었다.

물론 마주파는 노인 역시 와린이의 쿨기에 맞춰

적절한 타이밍, 광딸 타이밍에 기가막히게 마력 주입을 넣어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애초에 로그가 그런게 아니겠는가?

레이드가 열린 첫 주,  모든 이들의 수준이 동일 할 때

어떤 장비로도 대체할 수 없는 외부버프의 입지는 압도적이었다.





그럼에도 와린이가 로그를 핑크빛으로 물들인 것을 

납득 할 수 없었던 사람들은 의문을 느끼고

마주 파는 노인의 전투 로그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리고 화들짝 놀라고 말았다.




노인은 오라 감지 애드온이라도 쓰는지

다양한 클래스, 각양각색의 전문화의 쿨기에 맞춰 

1초의 오차없이 풀쿨기를 받을 수 있도록

정확히 마주를 꼽아주었던 것이다. 

마치 장인의 솜씨가 느껴지는 듯한 적시적소의 타이밍이었다.



심지어 마주뿐만이 아니었다. 

체력이 불안할 경우 보호막, 어둠의 치유로 생존을 보조하였고,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하는 강제 패턴도 신뢰의 도약으로 땡겨 딜로스를 줄여주었다. 

말 그대로 구매자의 전용 서포터가 된 것이다.



다른 전투 로그를 까면 깔 수록 사람들은 혀를 내 둘렀다.

노인은 손님의 성향에 따라 맞춤형 전략을 구사하고 있었다.

그가 조금 '치는' 딜러를 서포팅 할땐

손님들은 황금같은 딜딸 타이밍에 바닥을 피하지 않았다.

동시간 마주 노인이 열심히 어치를 넣어줬기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온전히 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준 것으로,

이는 네임드의 패턴과 공략을 다 고려해야만 할 수 있는 플레이었다.

노인에 대한 경외심은 점점 커져만갔다.






"어르신, 매번 신세지네요."






노인네의 비범함을 알아챈건 한 두명이 아니였고,

이러한 노인의 장인정신이 입소문으로 알음알음 퍼질때 즘

마주노인의 평가는 급속도로 바뀌기 시작했고

얼마 되지 않아 마주파는 노인에겐 귓속말이 쇄도하게 되었다.






"(귓속말) 거 노인네, 다음 마주좀 팔수 잇소??"


"예약이... 다 찾읍니다..."


"쩝..."







노인의 실력 때문일까?

서비스를 구입한 사람들은 그의 깔끔한 솜씨에 호평이 가득 담긴 후기들을 남겼고

어느새부터 노인의 마력 주입 용역은 자체 브랜드화 되어

날짜를 맞추지 않으면 예약조차 힘들 정도로 주문이 폭주하게 되었다.





"와 씻~팔 ㅋㅋ 와생 처음으로 100점 찍었따!!!"





처음 찍는 100점 로그의 짜릿함. 

이 상쾌한 경험을 한번 겪은 사람들은 마주 없이는 살수 없는 몸이 되버리고 말았고

예쁘게 색칠된 로그들을 공개창, 사이트에 자랑하기 시작했다.



애초에 로그 주작 자체가 한와에만 있는 특출난 문화가 아니었고

이미 해외, 중국인들도 활발한 마력주입 로그를 올리고 있었기에

더 이상 눈치를 볼 이유도 없었다.

애초에 로그는 주작 판이었기에....






이후 일은 말 할 필요가 없었다


리미터가 해제 되자 사람들은 외부 버프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순전한 실력이 반영되지 않은 딸딸이용 로그' 라는 비난은 쏙 들어가 버렸다.


그도 그럴듯이 현재 명전에 도전하는 공대 수만 봐도

수많은 과거의 와우저들이 갓장팩 냄새가 솔솔 나는 어둠땅에 맞춰 돌아온다는 것이

어느 정도 유추되는 지금 시점에서

한 때 날고 기었던 고인물 복귀자들이

자신들의 로그 색깔을 얼마나 이쁘게 칠하고 싶겠는가?


로그는 오직 도구일 뿐이라 말들 하지만

실제로 로그가 와우의 일부분이 되어버린건 부정할 수 없었다.

드군 확장팩 말기 부터 차곡 차곡 쌓여온 로그에 대한 인식과 중요도는

수 년간 숙성되었고, 그게 어둠땅에서 폭발한 느낌이었다.





반대 의견도 강성했다.

진정한 로그가 아니다, 남에게 걸어준 마주는 로그에서 빼야한다.

이거 현거래 악용 아니냐 등등.


하지만 누구나 마주 버프를 활용하는 현 시점에서

소수가 되버린 반대쪽 의견들은 불 붙은 마주전쟁을 막을 수는 없었고, 

논리 역시 찬성 측에 있었다. 


본질적으로 로그는 말 그대로 전투기록을 순위대로 줄세우는 도구이기 때문이다. 

거기서 파생된 올스타는 어디까지나 재미로 보는 보너스일뿐

줄 세우는게 꼴보기 싫어서 로그 기능 자체를 막아달라라는 

요청은 애초 씨알도 안멕힐 얘기였다.


게다가 그 논리는

외부버프를 주렁주렁 달고 타임어택 자체가 컨텐츠화된

와우 클래식 로그로 쉽게 반박될 수 있었다. 




더 이상 체면치레하거나 눈치 볼 때가 아니였다.

쓸 수 있으면 써야 되고, 그 노력 또한 실력이라는 풍조는 점점 퍼져나갔고

사람 사는 곳이 그렇듯, 마주 사용에 대한 인식이 너그러워지자

돈냄새를 맡은 쌀먹들도 출몰해 대놓고 버프 장사를 시작했다.







"넴드당 30만에 마주파실분!!!"

"아니 4넴만 50만골에 삽니다!!!! 마주 2~3개도 삽니다!"

"나스리아 성채 마주 풀코스 (8넴드. 칼타이밍, 노인수석제자) 200만골 모십니다"








개개인의 욕심. 그리고 로그의 본질적인 부분이 논의 되면서

사람들은 사백만 오백만, 구백구십구만골에 창렬가에 착귀템 사는 것 보단

마주 수 십번 받는게 최종 결과에 있어 더 싸게 먹힌다는,

로그가 '박제' 되는것에 초점을 둔 의견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애초에 템 하나에 몇 백만골씩 지르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결국 디피 올려서 로그 잘 찍으려고 그런거 아니겠는가?


결국 마주 논쟁도 현실의 씁쓸함만 느끼게 할 뿐이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만족을 위해 재화를 쓰는건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일이었기에...









"마주 팔아요...  20만골에 팔아요...."







이미 사람들의 관심은 노인으로 부터 멀어진지 오래였고,

어느새부턴가 성채 입구에 자리 잡던 마주 노인은 자취를 감추었다.




누군가 말하길 브루토 사우르스를 타고

유유자적히 몽환의 숲을 걷고 있는 노인을 봤다는 제보가

그의 마지막 모습이었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