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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화산심장부정도야 오리지널 때도 막공으로도 4~5시간정도면 깼던 기억이 있는지라 별 문제가 없을거라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별 문제 없었습니다.
와린이 공대장이 공책에 뭘 열심히 써서 달달 외우고 하긴 했다지만,
어차피 리딩은 탱이 하고 어려운 택틱이 있는것도 아닌지라.
탱커 3명이 다 오리지널 출신이라 공장은 잔뜩 얼어서 어버버버해도 알아서 진행하고 무난했었죠.


<디씨놈들 특 : 모아놓으면 지들끼리 싸움>

하지만 역시 디씨놈들을 40명이나 한군데에 모아놓으면 사고가 없을수가 없고
빨래질 사건이 터지기도 하고 3페이즈 검은날개둥지를 앞두고 공대장이 공대의 코어인 길드원보다는 채널의 사람에 신경쓰는 모습 같은걸 보여주자 길드원들이 공대를 대거 이탈하는 일이 생겼죠.

저도 그렇게 공대를 나오게 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찾지만 저는 메인탱커를 하기를 원했고
새 공격대 인던이 나오기 직전에 메인탱커 자리가 비어있는 공격대는 없었죠.
어쩔 수 없이 부탱이라도, 아니면 딜전으로 전향이라도 해야하나... 하고있었는데

마침 탱커를 구인하는 반고정 공격대를 찾게 되고, 조심스럽게 메인탱커 자리가 있는지를 여쭈었는데
그 공대의 메인탱커를 하시던분께서 흔쾌히 본인은 부탱을 봐도 상관없다 하셔서 새로이 공격대 취직에 성공했습니다.

그렇게 검둥이 열린 첫 주
화산심장부가 워낙 쉬웠기 때문에 검둥도 만만하지 않을까 싶었고
오리때 벨라에서 워낙 고생했기에 오랜만에 벨라를 마주했을때 걱정이 앞섰지만
의외로 굉장히 쉽게 벨라스트라자까지 쓰러트리자 자신감이 잔뜩 붙었지만
화염아귀에서 수없이 머리통이 터져나가며 좌절감을 느끼고
천신만고끝에 화염아귀를 잡았지만 에본로크에서 또 머리통이 터져서 그렇게 검둥 첫 날을 보냈습니다.
다행히도 그 주 마지막날인 수요일에 재도전, 네파리안까지 쓰러트리는데 성공했죠.

네파리안을 잡고 나서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화심은 너무 쉬웠기에 라그까지 잡아도 무덤덤했는데
검둥은 수없이 죽어가며 클리어했기 때문인지 너무 즐거웠습니다.

공대 분위기도 굉장히 훈훈해서 좋았고...
첫 크로마구스에서 격노어깨가 나와서 먹었는데 귓말을 10개나 받았어요.
메인탱님 더 단단해지셨네 축하드려요 하면서..
맨날 서로 치고박고 니가 잘났네 내가 잘났네 하며 싸우는 디씨공대 다니다가 왔더니 어머나 세상에 싶더라구요.
아이디 밑에 떡하니 DCINSIDE 박고있는데도 디씨에 대한 편견 하나도 없이 대해주시는데 참 좋았어요.
그래서 이 공대원들이랑 낙스까지 클리어하고 싶다 라는 작은 소망을 갖고 게임을 더 열심히 했던거 같네요.

그때즈음부터 로그라는게 뭔지도 알게 되고, 매 주 레이드 끝나고 내 로그 뜯어보면서 내가 더 개선할수 있는게 뭔지도 연구하기도 하고
클래식 목표중 하나였던 썬더퓨리도 만들게 되고 정말 열정을 가지고 재미있게 게임했네요.

그렇게 즐거웠던 검둥이 지나 5페이즈 안퀴라즈를 맞이했습니다.
오리지널때는 안퀴부터 레이드가 급격하게 어려웠다는 기억이 있는데다
검둥 첫주에 워낙 고생을 많이 해서 안퀴에서는 공대원들이 너무 힘들지 않기를 바랬기에
안퀴 열리기전에 사람 모아서 프리섭에서 한번 박아보기도 하고, 본섭에서 몇바퀴씩 돌아보면서 패턴보기도 하고 준비를 엄청 많이 했어요.

근데 일종의 보너스 네임드인 비시디우스를 제외하면 생각보다 너무 쉽게 클리어가 되더라구요.
어라, 쑨이 이렇게 패턴이 별거 없었나? 오리때는 매스게임 연습 엄청 했는데, 그러고도 잘 안됐었는데.
현대화된 애드온과 상향평준화 된 플레이어, 그리고 대중화 된 외부버프의 힘은 강력했습니다.

높은 난이도로 어려움을 안겨주고 그만큼 큰 달성감을 안겨주며 그만큼 가치있는 아이템을 주지 않을까 싶었던 안퀴는
생각보다 너무 싱겁게 쓰러졌고 그만큼 달성감은 적었으며 아이템 또한 검둥에 비해 드라마틱하게 좋은것도 아니었죠.
하지만 안퀴라즈는 이제 막 열렸고 다음 페이즈인 낙스라마스가 열리려면 아직도 까마득한 상황
안퀴를 도는 한달, 두달이 지나갈 수록 단조로운 안퀴라즈에 질려간 사람들이 점점 이탈하고 신규유입은 굉장히 적어서 클래식 전체의 인구풀도 작아진다고 느껴지는 상황이 계속됐죠.
떠나는 이들을 보며 안타깝기도 했지만 이 공격대로 낙스를 클리어하고싶다 라는 마음은 그대로였기에 저도 제 나름대로 아는사람들 동원하여 공격대 인원 채우는데 보태기도 하며 이 악물고 열심히 버텼습니다.

그렇게 버티다보니 시간은 흘러 낙스라마스 발표가 뜨고 그제서야 저는 맘이 편해지더라구요.
목표가 눈 앞으로 왔으니까요.

클래식 최종 공격대 던전 낙스라마스
2페이즈 이후로 오랜만에 동부 역병지대에 사람이 잔뜩 모여있는 모습을 보며
15년전에 이루지 못했던 낙스라마스 클리어를 위해 다시한번 도전을 시작했습니다.

1주차 8킬
2주차 11킬
3주차 13킬

그리고 4주차 마지막날인 수요일.
낙스라마스 열린지 한달만에 기어이 마지막 네임드인 켈투자드까지 쓰러트릴 수 있었습니다.
딱 잡으면서 끝났다!! 라고 육성으로 외침ㅋㅋㅋ

열심히 달려온 1년 반.
켈투자드를 쓰러트리고 그 자리에 앉아 경매를 하는 공대원들을 지켜보는데 웃음이 나더군요.
아, 정말 즐거웠다. 예전에 낙스 클리어 못한게 참 아쉬웠었는데. 이걸 결국 다시 잡네.
라고 혼자 실실거렸네요.

외치는 소리듣고 온 아내가 실실웃는 저를 보면서 오구오구 그르케 좋았어요 합디다 ㅋㅋㅋㅋ


원래는 딱 켈투 킬과 동시에 겜삭제 할랬는데 킬을 리셋전날에 해버려서
그냥 나가면 공대원들 사람하나 새로 구하는데 문제될듯 해서 딱 한주 더 해서 켈투 한번 더 눕히고 끝냈네요.

아이디 밑에 디씨달고 있으면서도 의외로 일반인들 앞에서 사고한번 안치면서
클래식 처음부터 끝까지 동고동락한 길드원들과
편견없이 따뜻하게 함께 해주신 공격대원들 덕분에 와우 클래식을 정말 행복하게 했습니다.

이 이후로 불타는 성전이 나올지 리치왕의 분노까지 나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제 와우 클래식 여행은 여기서 끝나네요.
참으로 즐거운 1년 반이었습니다.

남으신 분들도 계속 재미나게 게임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