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물인 경우는 아닌 경우도 있으나 로맨스나 로코 드라마의 주인공들은 남녀 할 것 없이 긍정적이고, 밝고, 착하고, 힘들어도 꿋꿋한 성격이다. 특히 KBS 주말드라마의 경우는 남녀 주인공들의 성격은 판박이처럼 비슷하다.

저런 주인공들을 보면 힘든 일이 있어도 늘 웃고 씩씩하게 이겨내면서 결국 좋은 기회를 잡아 성공하게 되는 그런 이야기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를 보고 '해피엔딩'이라고 한다.

여기까지가 드라마고 현실을 보자. 현실에 저런 드라마 주인공 같은 인간이 있으면 어떻까? 회사 생활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같이 일하면서 가장 못해먹겠는 경우가 저런 대책없이 밝고 긍정적인 인간들이다.

회사의 회의는 드라마처럼 밝고 긍정적으로 검토되지 않는다. 어떤 일을 하고자 함에 있어서 법적, 제도적, 기술적 문제는 없는지, 기한내 가능한 일인지, 예상되는 리스크나 문제점은 뭐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이런 것들이 회의의 주된 내용이다. 그런데 이런데서 '그런 걱정은 할 필요없어요. 우리는 잘 될거니깐요' 같은 소리 하면 정말 요새말로 갑분싸다.

회사에서 가장 도움이 되는 유형의 인재는 긍정적이고 밝은 사람이 아니고, 오히려 신중하다 못해 부정적이기까지 한 타입이다. 드라마라면 악역에나 어울릴 법한 유형이 실제 회사에서는 가장 유능하고 도움이 되는 인재형인 것이다. 하긴 드라마에서도 이런 타입들이 악역이긴 해도 유능하게 나오는데 그게 그래서다.

예전에 한참 유행하던 자기계발서 같은데에 '긍정적 인간이 되라' 같은 소리도 있었는데 최악의 개소리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물론 '자신에게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서 후회하지 말고 앞으로 나가라'는 뜻으로 말한거라면 맞지만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긍정적'이 되는 인간은 절대로 못써먹을 인간이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최악의 상황'이 발생할 경우를 항시 가정하고 이에 대해서 대비를 하는 부정적 인간이 현실에서는 가장 좋은 인재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