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홍대 정문에 설치되었던 일베 조형물이 커다란 논란을 불러 일으킨 후 반대하는 사람들에 의해 파괴된 사건이 있었다. 미학 교양서적을 읽다가 문득 그 사건이 떠올라, 비록 수박 겉핡기이지만 미적 태도의 측면에서 잠시 살펴보고자 한다.



미적 태도란 어떤 대상이 '미적인 것'일 수 있도록 하는 태도를 말한다. 즉 어떤 대상을 미적인 것, 미적 대상으로 체험하는 주관의 태도를 말하는데, 인간이 어떤 특수한 태도나 지각, 즉 심적 거리 혹은 무관심적 주목 내지 미적 지각을 취할때 그 대상을 미적 대상으로 바라보게 된다.

미적 태도는 기본적으로 실용적이지 않은 비실용적인 태도이며, 미적 태도를 취하는 사람은 그 대상 자체에 내재되어 있는 가치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어떤 그림의 경우 그 그림을 그린 화가의 정보나 그림의 가격이 아닌, 그림 속의 색이나 선의 처리, 주제 등이 전면에 부각된다. 또한 그 주제를 윤리적 잣대나 현실적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의 형상화라고 하는 예술적 잣대로 평가하는 것이다.

작품의 주제에 너무 가까워진 나머지 대상을 미적인 것으로 바라보는데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에드워드 벌로우에 의해 심적 거리라 명명된 이 개념은, 어떤 대상을 우리의 개인적인 욕구나 목적으로부터 벗어나게 함으로써 만들어진다. 예를 들어 눈이 내리는 날, 하늘에서 눈이 내려와 세상을 하얗게 덮는 풍경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도 있는 반면, 출근길을 나서야 하는 직장인이나 눈을 치워야 하는 군인 등은 눈이 내리는 풍경을 미적 대상으로 보기 힘들 것이다.

이렇듯 심적 거리가 너무 가까워지거나, 너무 멀어질 경우 대상을 미적인 것으로 감상하는 데에 실패하게 되기에, '적절한 심적 거리'는 미적 태도를 가지는데 필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겠다.

'적절한 심적 거리'는 정확하게 그 지점을 지정할 수는 없긴 하지만, 그 대상인 예술 작품이 상상적 창조물이라는 점을 잊을 정도로 우리의 개인적인 문제들을 개입시키거나 혹은 작품 속의 상황을 현실 상황으로 착각하지 않을 정도의 거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단지 허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잊을 정도의 몰입과 도취 또한 필요하다.



이 같은 측면에서 일베를 상징하는 손가락 모양의 조형물의 경우. 많은 사람들은 그것에 대해 적절한 심적 거리를 취하는데 실패했다. 그것은 조형물에 격렬한 반대 반응을 보인 사람들이 적절한 심적 거리와 미적 태도를 취하지 않았다고 할 수도 있고, 혹은 작품 자체가 사람들이 적절한 심적 거리를 갖추지 못하게 만들었다고도 할 수 있다.

일베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 세상에서도 사회 문제가 불거지는 시기에 일베 손가락 조형물은 사람들에게 민감한 주제였음은 분명하다. 그러나 옹호냐 반대냐 라는 이분법적 태도나 반달적 태도를 버리고 작품은 작품으로 바라보는 미적 태도와 관용을 가지길 바라는건 어려운 일이었을까.

나는 사람들이 너무 과도하게 반응했었다고 생각한다. 미술대학으로 이름난 홍대였기에 더욱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