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를 보지도 않고 우긴다?



응 봤어. 까려면 보고 까야지, 보지도 않고 까는건 내 신념에 어긋나고 나는 내 신념에 어긋나는 짓은 안한다.


2. 봤으면 싸구려 연출 페미니즘 메시지가 어디어디에 있었는지 지적해라.

캡마의 페미니즘 메시지가 드러나는 씬 : 과거 회상 장면. 거기서 남자 교관이 그런다. "여자는 파일럿이 될 수 없어". 과거 회상장면이라 씬이 스팟 몇번과 함께 휙휙 바뀌다가 갑자기 뜬금포로 다이렉트 차별발언하지? 그리고 어릴때 자동차 경주에서 드리프트 돌다가 사고가 난 쥔공에게 아버지가 '여자는 이런데 오는거 아니야!'라고 버럭하는 장면도 있지? 이게 왜 싸구려 연출일까?

영화에서 감독이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할때는 적당한 영화적 장치들을 세심하게 배치해서 자연스러운 연출을 통해관객이 분위기에 녹아들 수 있게 해야 된다. 그게 고급스런 연출이다.

다른 영화의 예를 들어보자.

(1)히든피겨스란 영화가 있다. 수학을 잘해서 NASA의 로켓 항로를 계산하는 일을 맡게된 흑인 여성 3명이 겪는 차별을 보여주는 영화다.

이 영화속에 세 주인공이 일하게 되는 NASA의 어느 한 건물에는 흑인 전용 화장실이 없었다. 그래서 화장실을 가려면 건물 밖으로 나가 야외에 지어진 흑인 전용 화장실로 가야 했다. 어느날 주인공은 하필이면 자리를 비우면 안될정도로 중요한 상황에서 배탈이 나서 화장실로 향하게 된다. 건물밖으로 나가게 되는데 하필이면 그때 장대비가 쏟아지게 된다. 배는 아프고, 화장실까지 가는데만 잰걸음으로 20분을 족히 걸어야 하는데, 밖에서는 장대비까지 내린다. 주인공이 걸어서 20분을 걸리는 흑인 전용 화장실을 장대비를 맞으면서 가는데 감독은 왜인지 밝고 명량한 브금을 깔아준다. 이 주인공의 비참한 모습에 명량한 브금이라는 연출을 통해서 관객은 주인공에게 깊은 감정이입을 할 수 있게 한다. 그리고 바로 뒤에 이어지는 "There is no bathroom" Speech Scene과 상사가 '백인여성 전용'이 적힌 화장실 표지판을 때려부수는 씬은 그렇게 쥔공에게 깊이 몰입한 관객들에게 엄청난 카타르시스를 선사함과 동시에 영화의 큰 반전의 시작을 보여주는 거다.


(2)더 포스트란 영화가 있다. 1970년대 남편이 자살하면서 갑자기 워싱턴 포스트 경영주 자리를 떠맡게 된 실존인물 캐서린 그레이엄이 하루아침에 '미국 최초의 여성 발행인' 타이틀과 미국 여성들의 롤모델이 되버린 이야기를 담고 있다. 

1970년대의 미국에서 여성의 지위가 어땟는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씬은 많다. 저녘식사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남자들은 남자들끼리 담배 태우면서 사업과 정치 이야기를 하고, 여자들은 여자들끼리 모여서 패션 얘기와 수다를 떠는 장면을 보여주며 당시 미국의 젠더상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작중 쥔공이 신문사의 주식거래를 개시하는 날 주식거래소를 방문하는 씬이 있다. 회의실로 향하는 계단을 여성들이 꽉 채우고 있고(모두들 선망의 눈빛으로 쥔공을 바라본다), 회의실로 들어가면 그 안에는 남성들만 꽉차있다. 아마도 회의실 밖에 있던 여자들은 전부 비서였겠지? 남성들사이에서는 일터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아주 공고하게 조직화되어 있고 구조화되어 있기 때문에 회의에서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쥔공의 발언권은 아주 자연스럽고, 철저하게 무시되는 장면을 아주 정직하고 담담하게 보여준다. 쥔공이 가는 곳이 일터라면, 그곳에는 항상 남자들만 바글거리고, 전부 시꺼먼 정장을 입고 있다. 거기서 쥔공은 항상 혼자 밝은 옷을 입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이렇게 섬세하다. 

(3) '매드맥스 : 분노의 도로'도 페미니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영화다. 매드맥스 세계관에서 여성을 출산의 도구로 사용하고, 출산능력이 없어진 여성들을 산파와 모유 생산용 인간으로 굴리는 임모탄 조의 왕국이 가임여성을 데리고 탈출한 퓨리오사 때문에 무너지기 시작하는 것은 의미있지. 
주인공 맥스는 워보이들에게 잡혀서 얼굴에 '철가면'을 씌이고, 피주머니로 쓰이지? 퓨리오사와 함께 탈출한 가임여성은 '정조대'를 차고있다. 이건 감독이 남자든 여자든 똑같이 사회에서 인간도구화가 되는것을 비유한거임. 감독은 이렇게 영화에서 딱히 여성권리 쟁취의 정당함을 직접적으로 주장하거나, 여성을 억압하는 남성중심의 사회를 비판적으로 묘사하지 않는 데도, 페미니즘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는거임.

(4) '서프러제트'의 장면들. 초반에 쥔공이 호기심에 서프러제트 모임을 구경하다가 행동대원으로 몰려서 경찰에 억울하게 잡혀가는 장면이 있다. 경찰이 쥔공에게 "니는 이런 일을 할 사람이 아니다, 그리고 니가 이런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한다. 이때는 쥔공은 이 말을 듣고도 큰 심경의 변화가 없는 것으로 비춰진다. 하지만 중반부에 쥔공을 변화시키는 남편의 대화씬이 등장한다. 쥔공이 남편을 간절한 눈빛으로 보면서 '우리가 딸을 낳으면, 우리 딸은 어떻게 살게 될까?'하고 물어본다. 남편은 그런거 왜 물어봄?하는 태도로 "당신처럼 살겠지"라고 심드렁하게 대꾸한다. 그 순간에 쥔공은 엄청난 절망과 충격을 받게 되는데, 그게 스크린을 넘어 관객한테 절절하게 전달된다. 그때가 되서야 비로소 쥔공은 깨닫는 거다. 내가 행동하지 않으면 세상은 절대로 안 바뀔거라고.

(5) 노스컨츄리의 장면들. 미국 최초로 여성 피고가 승소한 직장내 성희롱 소송 실화를 다룬 영화지. 
가정폭력범 남편으로부터 애들을 데리고 친정으로 간 쥔공은, 고향친구(여자)의 소개로 남자들이 득시글 거리는 광산에 취업하게 된다. 취직하고 보니까 거기서 일하는 여자들은 남자들만의 전유물인 광산에서 남자들 일거리를 뻇고 제대로 일하지도 않는다며 여자동료들을 괄시하는 남자들에게 온갖 성희롱과 괴롭힘을 받고 있었던 거다. 그게 당연시되고 있었고. 쥔공이 회사와 싸우기 시작하면서부터는 자기와 함께 싸워줄줄 알았던 동료 여자들까지도 쥔공을 따돌리더라. 쥔공을 도와줬다가 일자리를 잃을 까봐, 또 쥔공이 설치는 바람에 우리에게 피해가 올까봐, 묵묵히 견디고 무시하면 되지 왜 싸우냐고 쥔공을 괴롭힌다. 사측의 변호사가 여자인 점도 비슷한 맥락이다. 회사직원들이 모인곳에서 쥔공을 연설을 하고 싶어하지만, 남자직원들의 야유와 방해로 제대로 연설을 할 수가 없는 장면이 있다. 여기서 작중 내내 쥔공인 딸의 광산취업을 못마땅하게 여기고 쿠사리주던 아버지가 역정을 내며 남자직우들을 꾸짖고 딸래미의 발언권을 지켜준다. 이 장면은 어떻게 보면, 페미니즘과 가족주의 간의 조율점을 보여줬다는 해석을 하게 되더라. 이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아.



마지막으로 다시 캡마로 돌아가서 캡마의 페미니즘이 왜 싸구려 연출인가하면,

(1) 간접적인 연출없이 다이렉트한 대사 : 교관이 애비가 '여자는 이런데 오는게 아냐!'라고 윽박지르는 장면, 남자 교관이 '여자는 파일럿이 될 수 없어!'라고 다이렉트로 지르는 장면만 있고, 캡마가 살아오면서 받은 차별과 멸시의 진득한 묘사도 없고, 직접적인 메시지를 받쳐줄 바닥에 깔리는 간접적인 연출이 하나도 없다.  

(2) 캡마의 '바로서기'의 서사 부족 : 캡마가 쓰러질때마다 빨딱빨딱 일어서는 장면을 보여주는데, 어떻게 쓰러지는지, 쓰러져서 무슨 고뇌를 했는지, 그 고뇌와 고통들이 관객들에게 전해졌는지, 어떻게 일어서게 되는지 이런거 하나도 없음. 무슨 말이냐면, "그냥 나는 원래부터 쓰러지면 다시 일어나게 되있는 놈으로 태어났으니까, 쓰러지면 일어나는 거다"라는 느낌이다. 마지막에 슈프림 인텔리전스에게 강제로 연결되서 굴복을 강요당할 때 일어서는 장면이 딱 이 느낌이었다니까.
과거에 자빠링하는 장면들 쉭쉭쉭 보여주고, 일어서는 장면 쉭쉭쉭 보여주고 그렇게 '나는 원래 쓰러지면 일어서는 놈임'하면서 각성하는데 그걸로 설명을 때우면 납득이 가냐?

어느 한 영화 리뷰어는 그러더라. 쓰러지면 다시 일어서는 오뚜기 캐릭터가 MCU에 하나 더 있는데, 캡틴 아메리카라고. 퍼스트 어벤저에서 "I can do this all day"가 캡틴 아메리카에게 강렬한 캐릭터를 부여했는데, 캡마는 그런거 없다고. 

별 병신같은 새끼때문에 갑자기 빡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