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 아스트로 A50 게이밍 헤드셋을 리뷰한 적이 있다. 당시 제품을 테스트하면서 무선 헤드셋의 편리함과 뛰어난 착용감, 저음에 강한 음질 등 굉장히 만족했던 기억이 난다.

실제로 리뷰를 끝낸 뒤 구매를 결심하기도 했지만, 30만 원이 넘어가는 다소 비싼 가격에 발목을 붙잡혔다. 직접 써봤으니 좋은 건 참 잘 알겠는데, 당시 사용하고 있는 헤드셋을 버리고 바꾸기엔 너무 큰 부담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장바구니까지 갔던 제품은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해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와중 아스트로의 한국 파트너인 제닉스에서 새로운 신제품을 선보였으니, 오늘 리뷰의 주인공이기도 한 '아스트로 A20'이다. 리뷰에 앞서 제품을 약 2주 동안 마르고 닳도록 사용해봤으며, 그동안 느꼈던 점에 대해 가감 없이 써보려 한다.

아스트로 A50과 동일하게 무선 기능을 지원하며, PS4 / XBOX 등의 콘솔 기기와 완벽하게 호환되는 아스트로 A20을 지금부터 살펴보자.

제품 제원
◈제품명 - 아스트로 A20 PS4/Xbox One Wireless
◈유닛크기 및 형태 - 40mm 네오디뮴 드라이버, 밀폐형
◈임피던스 및 음압 - 32Ω, 100dB
◈주파수 - 20Hz ~ 20KHz
◈무선기능 - 5.8GHz 무선, 한번 충전으로 최대 15시간 사용 가능
◈무게 - 320g
◈제품 가격 - 169,000원

▲ 좌 - PC/ XBOX 지원, 우 - PC/ PS4 지원 제품



■ 이 제품, 어떤가요? 미리 알고 가는 '아스트로 A20' 추천 / 비추천 사유

◎ '아스트로 A20' 이런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 게임 뿐만 아니라 음악, 영화 감상을 원하는 유저
▷ VR기기와 대응되는 헤드셋
▷ PC와 콘솔 기기를 모두 가지고 있으며, 음성 채팅을 사용하는 유저

◎ '아스트로 A20' 이런 분들에게 추천해 드리지 않습니다.

▷ 5G WIFI 사용 시, 간혹 신호 갑섭에 의한 끊김 현상이 발생
▷ 탈착이 불가능한 이어 패드/ 헤어 패드
▷ 세세한 높낮이 조절이 가능하나, 일반적인 헤드셋과 비교 시 다소 짧은 길이 조절

◎ 제품에 대해 알아두면 좋은 정보

아스트로 A50에서 문제로 지목되던 신호 간섭 현상이 아스트로 A20에서도 확인되었다. 아스트로는 5GHz를 송수신 채널로 사용하는데, 만일 주변에 5G WIFI가 있다면 신호 간섭 때문에 약 1~3초 동안 끊김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공유기가 서로 다른 채널을 사용하게 설정함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 소리 : 저음과 고음을 가리지 않는 다재다능함

게이밍 헤드셋은 보통 중저음이 강조되는 오디오 튜닝이 이뤄진다. 게임에도 다양한 음역의 소리가 사용되지만, 적의 발소리나 총소리, 숨소리 등 사운드 플레이에서 중요한 소리 대부분이 중저음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아스트로 A20 역시 게임에 최적화된 '아스트로 오디오 튜닝'이 적용되었다. 아스트로 오디오 튜닝은 개발 단계부터 수많은 게이머와 디자이너의 협력하에 이뤄졌으며, 주파수 및 볼륨 레벨부터 선명도와 세부 묘사력까지. 게임 플레이에 최적화된 소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개발되었다.

하지만, 듣는 이의 취향에 따라 튜닝의 만족도가 다를 수 있는 법. 아스트로는 개인의 취향 차이를 고려하여 전용 소프트웨어에서 마이크 레벨 조정을 포함한 모든 입력 및 출력을 조정할 수도 있도록 하였다. 개인 설정된 튜닝은 모드를 만들어 저장할 수 있으므로 게임용과 음악 및 영화 감상용으로 모드를 나눠서 사용할 수도 있다.

▲ 일반, 프로, 스튜디오 등 총 3가지의 기본 모드가 제공된다

▲ 스트리밍, 야간, 집, 토너먼트 등 총 4가지의 마이크 설정도 제공된다

실제로 들어본 아스트로 A20의 소리는 기존의 게이밍 헤드셋과는 많은 차이가 있었다. 자세한 설명에 앞서 소리는 주관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참고만 하길 바란다.

기자는 평소 헤비메탈 계통의 음악을 즐겨듣는 편이다. 강렬한 일렉 기타와 파워풀한 드럼의 노도 같은 소리에 맞춰 날카로운 보컬의 목소리가 넘실거리는 그런 음악 말이다. 저음부터 고음까지 다양한 음역의 악기 소리가 들리니 일반적인 게이밍 헤드셋의 경우, 소리가 뭉쳐있다는 느낌과 특정 부분(고음)에서는 지지직대는 것처럼 들릴 때가 있었다.

처음 아스트로 A20으로 음악을 감상 할 때 앞서 말한 부분을 주의 깊게 들어봤으며, 결론적으로 딱히 음역을 가리지 않고 소리가 선명하게 표현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각각의 음역이 따로 논다는 느낌보단 조화를 이룬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으며, 특히 고음도 깔끔하게 들리는 것이 장점이라 생각된다.


게이밍에서는 어떠할까. 사운드 플레이가 중요한 FPS 게임(배틀그라운드, 레인보우 식스)에서 사용해본 결과, 공간감과 거리감이 왼쪽인지 오른쪽인지, 위인지 아래인지 충분히 인지할 수 있을만큼 자연스럽게 들려왔다.

거리감은 배틀그라운드에서 총성음이 내 주변인지 아니면 산 너머인지 체감이 올만큼 자연스러웠으며, 공간감은 레인보우 식스에서 발자국 소리가 내 뒤에서 나는건지 아니면 위층에서 나는건지 유추할 수 있을정도로 표현이 매끄러웠다.



■ 착용감 : 머리 크기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직각형 헤어밴드

▲ 직각형에 가까운 헤어 밴드 구조

착용감을 설명하기에 앞서 제품의 디자인에 대해 짚고 넘어갈 부분이 있다. 아스트로 A20의 디자인은 특이하게도 헤어 밴드의 형태가 직각형에 가깝다. 보통은 아치형의 헤어 밴드 디자인이 사용된다. 아치형 헤어 밴드는 사람의 두상을 감쌀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써, 최근에는 딱딱한 플라스틱이 아닌 유연한 고무밴드를 사용하여 사용자의 두상에 딱 맞는 착용감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아스트로 A20은 왜 아치형이 아닌 직각형에 가까운 헤어 밴드 디자인을 사용한 걸까. 직접 사용해본 아스트로 A20의 직각형 헤어 밴드는 머리가 큰 사람도 부담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좌우의 압박이 덜한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직각형은 아치형보다 구조상 좌우의 폭이 더 넓으며, 같은 넓이로 벌리더라도 귀에서 눌리는 압박감이 덜하다.

또한, 인조 가죽이 아닌 부드러운 천과 푹신한 쿠션이 패딩 처리된 이어 패드와 물에 젖지 않는 고무 재질의 말랑말랑한 헤어 패드까지. 장시간 착용 시 압박감을 줄여주며, 안경을 쓰고 있어도 큰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다.

▲ 좌우의 폭은 넓지만, 상하 길이 조절은 다소 짧은 편이다

하드코어 게이머를 위한 편안한 착용 구조를 가진 아스트로 A20. 하지만, 머리가 작은 편인 기자는 전체적으로 만족스러웠던 소리와는 달리 착용감은 그리 좋지 않았다. 소리와 마찬가지로 착용감 역시 개인적인 성향이 강하니 참고만 하길 바란다.

먼저, 헤드셋을 썼을 때 머리를 앞뒤로 흔들어도 쉽게 흘러내리지는 않지만, 이어 패드의 압박감이 일반적인 헤드셋에 비해 헐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게다가 직각형 헤어 밴드는 머리를 부드럽게 감싸는 느낌보단 짓누르는 듯한 압박감을 선사해줬다. 처음에는 굉장히 편안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정수리가 뜨겁게 달아오르며 아팠다. 기자의 두상은 정수리 부분이 뾰족한 편인데 직각형의 헤어 패드가 정수리에 닿아 생기는 불편함이었다.

더욱 객관적인 착용감을 알기 위해 10명 이상의 다양한 머리 크기를 가진 사람들에게 제품을 씌워봤다. 그 결과, 머리가 큰 사람들은 별다른 이견 없이 편하다고 평했지만, 머리가 작은 사람들 사이에선 호불호가 갈렸다. 기자처럼 정수리가 불편하다는 사람도 있었고 이어 패드가 너무 크다고 느낀 사람도 있었다.

단, 머리 크기를 막론하고 헤드셋이 무겁다고 말한 사람이 적었던 것은 다소 의외였다. 블루투스 헤드셋은 안에 배터리까지 들어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헤드셋에 비해 더 무겁다. 때문에 블루투스 헤드셋을 테스트하다 보면 무겁다고 느낀 사람이 꽤 많았는데, 아스트로 A20은 오히려 가볍다는 평이 많았다. 무겁다고 한 사람들은 평소 헤드셋보단 이어폰을 더 자주 애용하는 사람들이었다.








■ 편의성 : 송신기 하나로 PC와 콘솔을 자유롭게 넘나들자

아스트로 제품이 PC게이머 뿐만 아니라 콘솔 게이머에게도 인기 있는 이유는 송신기에 있다. 다른 무선 헤드셋과 달리 송신기에 광출력 단자와 USB를 각각 PC와 콘솔 기기에 연결해두면, 무선 동글을 이리저리 옮길 필요 없이 스위치 온·오프 한 번으로 간편하게 플랫폼 전환이 가능하다.

단, 배터리의 잔량을 LED로 표시해주거나 도킹 방식의 충전 기능을 지원하던 아스트로 A50의 송신기(베이스 스테이션)와 달리 아스트로 A20의 송신기는 송수신 이외의 기능을 지원하진 않는다.

▲ USB 포트와 광출력 단자, 플랫폼 교체 스위치를 지원하는 송신기

제품의 우측에는 전원 버튼과 사운드 이퀄라이저 버튼이 있으며, 제품 하단의 스크롤로 볼륨을 조절할 수 있다. 전원 버튼을 약 2초간 누르고 있으면 빨간색 LED가 점등되며, 충전 중에는 노란색 LED가 점등되어 제품의 상태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 또한, 미사용 시 자동 꺼짐 기능도 지원한다.

볼륨 조절 스크롤은 제품의 뒤쪽 모서리에 위치해 있다. 각진 곳에 있어 착용 중에도 위치를 헤맬 필요 없이 간단하게 음량을 조절할 수 있어 편리하다. 제품의 좌측에는 6.0mm 단방향 마이크가 달려있다. 마이크의 길이가 구부렸을 때 입 앞까지 올만큼 넉넉한 편이며, 마이크를 올리고 내리는 동작으로 간편한 음소거가 가능하다.

▲ 전원을 키면 붉은색 LED가 점등된다

▲ 각 버튼별 세부 설정



■ 총평 : 선명한 소리로 음악과 영화 감상도 가능한 게이밍 헤드셋

누구나 편안한 착용감을 느꼈던 아스트로 A50과 비교해 볼 때, 같은 제조사에서 만들었음에도 사람에 따라 착용감의 편차가 발생하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다만, 아스트로 A20은 무선의 편리함과 음악 및 영화 감상용으로 사용해도 될 만큼 풍부한 소리를 동시에 느낄 수 있었던 게이밍 헤드셋이다.

제품 본연의 목적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른 부분도 만족시킨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제품이며, 착용감에 따라 평이 달라질 수 있으니 만약 이 제품을 구매하고자 한다면 가급적 오프라인 매장에 들러 자신이 원하는 착용감인지 꼭 직접 체험해보길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