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의 부품을 일일이 구매해서 조립까지 끝마쳐본 사람은 생각보다 적다. 만일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면 쉽게 생각하고 접하지 않길 바란다. 보기에는 쉬워 보이는데 막상 해보면 어렵고 짜증 나는 작업이 바로 컴퓨터 조립이다. 케이스에 따라 내부를 다르게 구성해야 하며, 부품 위치에 따라 선정리도 달라지니 업체 관계자처럼 깔끔하게 정리하기 위해선 상당한 내공이 필요하다.
특히 컴퓨터 조립은 케이스의 크기가 작아질수록 난해함이 제곱으로 상승한다. 빅타워에서는 뭘 어떻게 해도 공간이 남아도니 선정리 그까짓 거 대충 엮어서 구석에 묶어두면 그만이지만, 미들타워에서는 메인보드를 장착하기 전에 미리 선을 빼둬야 하거나 쿨러를 먼저 달았더니 하드가 빠지지 않는 등 수많은 함정이 도사리고 있다.
미들타워도 이러하니 이보다 더 작은 미니 케이스는 일반인의 범주를 벗어난 고난이도를 자랑한다. 특히 미니PC의 경우 과자봉지보다도 작은 공간에다 부품을 다 넣고 발열까지 고민해야 한다. 그런데 이처럼 고려할 부부닝 많은 미니 PC를 10년 넘게 제작해 온 업체가 있으니 세계적인 컴퓨터 제조사 조텍이다.
좁은 공간에서 효율적인 구성을 만드는데 노하우를 갖춘 조텍에서 처음으로 데스크탑이 출시되었다. 새로운 로고와 함께 등장한 'MEK1'이 오늘의 주인공이다. MEK1는 일반적인 미들케이스가 아닌 슬림 케이스로 제작된 완제품 데스크탑으로써, 시중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디자인이 매력적인 제품이다.
둔해 보이는 케이스가 아니라 세련된 슬림 케이스라니, 조텍의 첫 번째 데스크탑 MEK1을 살펴보자.
■ 어라? 얇네? 근데 알차네? MEK1은 조텍에서 출시한 첫 번째 데스크탑으로써, 유려한 디자인과 더불어 일반적인 조립PC로는 구현하기 힘든 슬림 케이스 고성능을 표방하고 있다. 제품의 세부적인 성능을 하나씩 살펴보자면, 프로세서는 인텔의 i7-7700가 사용되었고 그래픽카드는 엔비디아의 GTX 1070Ti 8GB가 탑재되었다.
인텔 7세대가 사용된 점은 아쉬운 부분이긴 하나, 탑재된 그래픽카드가 GTX1080과 비슷한 성능으로 출시된 GTX 1070Ti라서 고사양의 게임을 즐기기엔 무리가 없다. 여기에 DDR4 8GB가 2개 장착되어 다중 작업과 빠른 연산이 필요한 대규모 멀티게임에도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저장장치는 HDD와 SSD 두 개가 장착되어 있는데, 각각 1TB와 240GB로써 넉넉한 저장 공간이 제공된다. 특히 SSD는 NVMe 스토리가 장착되어 있어 더 빠른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전원공급장치를 살펴보자. MEK1은 80Plus 브론즈등급의 450W 전원공급장치가 사용되었다. 7세대 최상위 라인업 제품인 i7-7700과 GTX 1070Ti를 탑재하고도 450W? 이란 의문을 가질 수 있는데, 실제 두 제품의 전력소모량은 65W, 180W로써 기타 전력소모량을 고려하더라도 450W라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게다가 80Plus 브론즈등급 인증을 받은 전원공급장치가 사용된 점도 안정성에 대한 부담을 덜어준다.
■ 슬림케이스 채택, 이유 있는 자신감 "어라, 얇네?" MEK1를 보고 생각난 첫 마디였다. 그런데 지나가는 직원들 대부분이 비슷한 말을 했다. 데스크탑을 보고 얇다고 생각하다니, 정말 오랜만이었다. 지금은 흐릿한 기억이지만 한때는 슬림 케이스가 미들케이스보다 인기가 있던 시절이 있었다.
MEK1가 채택한 슬림 케이스는 2000년 중반부터 후반까지 큰 성공을 거뒀던 케이스다. 하지만 확장이 힘들다는 점과 발열 해소에 제한이 있는 등 단점이 드러나면서 미들타워에 밀리게 되었다. 이후에도 가끔 신제품이 출시되고 있지만 수요가 예전만큼은 못한 상황이다.
때문에 첫 데스크탑으로 슬림 케이스를 채택한 조텍의 선택은 다소 의외였다. 10년 동안 미니 PC를 개발해 오며 축적된 노하우로, 좁은 공간을 활용하는 능력에는 자신이 있다는 뜻일까?
케이스 설계를 살펴보면 평범하지 않다. 가운데를 기준으로 좌우로 영역이 나눠있으며, 각각의 공간에 CPU와 VAG가 장착되어 있다. 즉, 컴퓨터의 부품 중 발열 원탑을 다투는 두 부품을 분리해 더욱 효율적으로 열을 해소하는 것이다. 일반적인 케이스가 한 공간에 부품을 넣어두고 공기의 흐름을 통해 열을 해소하는데, 이 방식보다 더 조용하고 쾌적한 시스템 구성이 가능하다.
■ MEK1 제품 테스트 케이스의 구조를 살펴봤다면 이제 실전으로 돌입할 차례다. 테스트는 인기있는 PC 게임 3종을 각각 한시간씩 플레이해보며, 쾌적한 플레이가 가능한지를 중점으로 살펴보았다. 여기서 쾌적한 플레이의 기준은 다음과 같다.
Ⅰ. 게임 플레이 중 프레임 드랍이 발생하는가 Ⅱ. 본체의 발열은 어느 정도 되는가 Ⅲ. 팬의 소음이 게임 플레이에 거슬릴 정도인가
테스트 중 게임 프레임은 스팀에서 자체 제공하는 프레임 표시 옵션으로 측정하였으며, 본체의 발열은 시스템 온도를 측정해주는 'CPUID HWMonitor' 프로그램을 사용하였다. 시스템 온도는 테스트 환경에 따라 소폭 차이가 발생할 수 있으니 참고만 해두자.
레인보우식스 시즈
철권7
배틀그라운드
레인보우식스 시즈부터 배틀그라운드까지. 약 3시간가량 진행한 테스트가 모두 종료되었다. 테스트 결과를 간단하게 말하자면, 첫 번째로 게임 플레이 중에 프레임 드랍은 발생하지 않았다. GTX1070Ti가 장착되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부분은 프레임보다는 시스템 온도와 팬 소음이라 생각된다. CPUID HWMonitor을 통해 살펴본 게임별 시스템의 온도는 배틀그라운드에서 CPU 80도, 레인보우식스 시즈에서 VGA 83도까지 올라가는 것이 확인되었다. 위의 온도로 항시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부품에 부하가 걸리는 특정 상황에서 최대로 올라갔을 때 온도라는 것을 명심하자. 사실 공랭식 시스템이면 저 정도 온도까지는 허용범위 내에 속한다.
진짜로 위험한 상황은 팬이 맹렬하게 돌아가는데도 온도가 80~90도를 유지하는 상황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MEK1은 적당한 팬 소음을 유지했다. 본체가 바로 옆에 있는데도 팬 소음이 거슬리지 않았다. 뭐랄까, 헐떡거리는 게 아니라 되게 여유롭게 조깅하는 것 같았다.
■ 조텍에서 만든 첫번째 데스크탑
첫 번째. 단순하게 생각하면 숫자 1이지만, 어릴 때 처음 먹다가 체한 음식은 커서도 못 먹는다거나 사람의 첫인상이 이후의 인간관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처럼 첫 번째는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조텍에서 처음 출시된 데스크탑 MEK1은 대중적인 미들타워 혹은 빅타워에서 벗어나 현재는 비주류로 알려진 슬림 케이스로 게이밍 데스크탑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 한 때 유행했던 슬림 케이스가 사라진 이유는 멋스러운 디자인과 공간효율과 달리 만족스러운 성능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월이 흘러 게이밍 미니PC까지 등장한 만큼, 과거와 달리 슬림 케이스로도 게이밍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일 수도 있다.
실제로 직접 사용한 MEK1은 얇고 호리호리한 외형과 달리 고성능의 조용한 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었다. CPU가 약간 아쉽긴 했지만, 그래픽카드의 파워로 충분히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이다. 케이스의 아름다움과 공간 효율성은 성능에 더 큰 힘을 실어준다. 같은 성능이라면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것보다 작은 걸 더 선호할 테니 말이다.
현재 컴퓨터 부품의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으면서 오히려 브랜드의 완제품 데스크탑이 상황에 따라선 조립PC보다 저렴해질 수 있다. 실제로 기사 작성일 기준 조립PC를 MEK1와 비슷한 성능으로 짜보니 180~190만 원 안팎으로 구성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MEK1의 경우 윈도우10이 기본 포함되어 있으며, 자체 제작된 슬림 케이스와 조텍만의 소프트웨어, 2년 무상 A/S가 있으니 가성비에서 조립PC보다 경제적으로 보일 정도다.
미려한 슬림 케이스 안에 무시하지 못할 성능을 갖춘 조텍의 첫 번째 데스크탑 MEK1. 디자인까지 만족할 수 있는 브랜드 PC를 찾고 있다면 조텍의 MEK1을 주목해 보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