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렐리아는 애증의 챔피언이다.

이렐리아의 가장 큰 카운터는 '파일럿의 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챔피언을 조종하는 사람의 숙련도에 따라 아군의 엄청난 미움을 사기도 하고, 행복을 주기도 한다. 그 말은 즉, 챔피언의 스킬 구성이나 능력 자체 외에 환경이나 전제 조건(아군&적군 조합, 전장, 소환사 주문 보유 여부 등)을 필요로 해 '하이리스크 하이 리턴'인 경우가 많다는 말이기도 하다.

솔로 랭크 기준으로도 우리팀 이렐리아는 앞만 보고 달려 들어가 즉사하는 반면, 상대팀 이렐리아는 점멸 선봉진격검(R)을 전광석화처럼 깔고, 칼날 쇄도(Q)를 통해 우리팀을 무차별 도륙 내며, 쌍검협무(E)의 적중률이 상당해 보이는 이유다.

그리고 바로 어제 2021 LCK 스프링 스플릿 8일 차 2경기 3세트, DRX '킹겐' 황성훈은 이렐리아로 승리의 마침표를 찍으며 POG에 선정됐다. 경기 내내 준수한 활약을 펼치기도 했지만, 종료 직전 보여준 두 번의 장면이 꽤나 인상적이었다.



이렐리아의 숙련도 핵심 중 하나는 쌍검협무(E)를 얼마나 잘 맞추느냐에 있다고 봐도 된다. 해당 영상을 살펴보면, DRX가 바론 버프를 활용해 바텀 억제기 타워를 압박하는 급박한 과정에서 '킹겐' 황성훈은 첫 E스킬을 잘 보이지 않도록 타워에 숨겨 미스 포츈을 잡고 경기를 승리하는 데 기여했다.



두 번째 영상에서도 미스 포츈을 잡은 뒤 계속 압박하는 과정에서 신드라에게 쌍검협무(E)를 정확히 적중 시켜 존야의 모래시계를 원치 않는 타이밍에 사용하게 했다. 확언할 순 없지만 해당 스킬이 적중되지 않았다면 리브 샌드박스 입장에서도 막아볼 만한 상황이었는데, 이렐리아가 상황을 종료시켰다.

논타겟 스킬을 보유한 모든 챔피언이 마찬가지지만, 이렐리아의 경우 쌍검협무(E) 적중률이 곧 챔피언의 생명과 같다. 이렐리아가 보여주는 화려함은 만개하는 아름다운 꽃의 극치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제대로 피지도 못하고 시들어 버리기도 하는 '모 아니면 도'의 운명을 타고난 챔피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