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14-01-14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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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우리가 애니팡2에 분노하는 이유

오의덕(Vito@inven.co.kr)
국민 모바일게임으로 불리던 애니팡2가 드디어 출시됐다. 하지만 개발사인 선데이토즈가 맞닥뜨린 것은 팬들의 열렬한 환호성이 아니라 도대체 양심은 어디로 팔았냐는 비난이었다.

사실 2012년에 출시된 전작 애니팡도 ‘베끼기’ 의혹에 시달렸었다. 하지만 표절의 대상 ‘비주얼드 블리츠’의 매치 3 퍼즐 방식이 워낙 고전이었고 그것을 채택한 수많은 게임이 이미 시장에 나왔던 터라 논란의 불길은 크게 확산되지 못했다.

특히 60초 시간제한 내에 최대한 많은 점수를 내는 방식에 대해서도 표절이 아니냐는 말들이 많았지만, 애니팡이 카카오톡 게임으로 개발되면서 다양한 소셜 기능을 추가하고 귀에 착 달라붙는 사운드와 친근한 캐릭터 등 현지화에 힘쓴 노력이 부각되면서 어느 샌가부터 모두 애니팡의 성공신화에만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다.

애니팡은 동시접속자 수 100만 명을 기록한 최초의 모바일 게임이라는 타이틀 앞에서 우리 게임시장이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롤 모델로 인정받았을 뿐, 유사한 게임 형태에 대한 정당한 비판이나 표절 의혹은 쉽사리 고개를 들 수 없었던 것이다.

그사이 선데이토즈도 엄청난 성장을 거듭했다. 애니팡을 출시한 그해에 매출 238억 원을 기록했고 다음 해인 2013년 11월에는 인수합병을 통해 코스닥에 상장도 했다. 조그마한 모바일게임 회사가 이제는 이름만 말해도 업계에서는 다 알아주는 중견게임사가 된 것이다.

회사의 규모가 커진 만큼 매출에 대한 압박 또한 함께 무거워졌을 터. 치열한 경쟁 속에 기존 애니팡 시리즈의 매출도 서서히 감소하는 상황에서 애니팡의 차기작 ‘애니팡2’에 대한 부담은 적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애니팡2에 회사의 사운을 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보통 개발자들은 회사가 성장해서 직원이 늘고 제반시설이 갖춰지면 이전에는 하고 싶어도 돈이 없어 못 했던 ‘드림 프로젝트’에 도전하기 마련이다. 좀 더 창의적이고 신선한 게임을 내놓아 이미 레드오션이 된 모바일 게임시장에서 다른 경쟁자들 보다 앞서 치고 나간다는 전략이 상식이다.

[▲ 애니팡2 공식 홍보 영상]


그러나 선데이토즈가 택한 길은 달랐다. 전작 애니팡으로부터 얻은 교훈은 오직 CTRL+C, V의 횟수가 많아질수록 매출이 증가한다는 법칙뿐이었을까.

애니팡2는 유명한 외산 모바일게임 ‘캔디크러시사가’의 게임플레이를 거의 그대로 가져왔다는 평가가 대부분이다. 사실 기자가 직접 플레이해본 소감도 별반 다르지 않다.

캔디크러시사가는 전작 애니팡과 비슷한 시기인 2012년 4월에 출시된 게임으로 전 세계적인 흥행에 힘입어 개발사인 킹(King)이 한국 게이머들을 겨냥해 작년 9월에 카카오 플랫폼으로 출시하기도 했다.

국내 정식출시 전에도 많은 국내 게이머들이 스마트폰과 페이스북을 통해 캔디크러시사가를 즐겨왔으며, 카카오톡 출시 이후에는 더욱 유저가 늘어 남녀노소 불문하고 지하철에서 캔디크러시사가를 플레이하는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같은 플랫폼으로 겉모습만 살짝 바꾼 경쟁게임을 뒤늦게, 그것도 국민게임이라는 호칭을 붙여 출시한 것은 상도의를 넘어 혹자의 말처럼 개발자의 양심까지 판 게 아니냐는 비난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게임 진행방식이나 형태, 아이디어는 저작권이 없어서 문제가 없다고 말하는 선데이토즈의 입장을 들어보면 본인들도 애니팡2 출시 후 불거진 지금의 거친 반응을 예상하지 못한 것은 아니었으리라. 여기저기서 표절 의혹이 나고 수많은 게이머들의 비난을 받아도 수익만 내면 된다라는 그들의 성공논리가 이미 기획 초기 단계에서부터 굳어졌을 것이라고 본다.

▲ 캔디 크러시 사가 스크린샷


기자가 가장 우려하는 점은 애니팡2가 전작을 뛰어넘는 성공을 거두는 것이다. 다시 또 동접 수백만 명을 돌파하고 역시 국민게임이라는 호칭이 붙으며 애니팡2가 승승장구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게임사를 경영하는 임원진, 투자자들은 골치 아프게 새로운 콘텐츠를 연구하지 말고 기존 성공작을 그대로 베끼라고 더욱 독촉할 것이고, 현업 개발자들은 그동안 쌓아왔던 경력과 기술을 송두리째 포기하고 마치 공장에서 찍어내는 복제품을 계속 만들어내라는 처지에 내몰릴 게 분명하다.

나이 어린 게이머들 중 게임개발자의 꿈을 갖고 있는 이들은 기획, 아트, 프로그래밍 공부를 착실히 하는 대신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려서부터 카피력(力)만 증진시킬 방법을 찾아 부단히 노력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 과정이야 어떻든 창의력과 도전정신이 결여된 게임업계의 결말은 비극으로 향할 수밖에 없다.

지금도 표절의 경계선에서 아슬하게 줄타기하는 게임들이 시장에 넘쳐나는 판국에, 선데이토즈는 남들도 그런데 왜 우리에게만 가차없는 잣대를 들이대느냐며 반박할지도 모르겠다.

나는 이렇게 답하겠다. 모바일 게임 시장을 활짝 열어젖힌 '애니팡'이라는 이름이 있기에 남들보다 더욱 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수 밖에 없다는 점, ‘모바일 신화’라는 타이틀을 달고 전 국민의 기대를 모았던 애니팡2 조차 낯뜨겁고 부끄러운 성공방정식을 선택했다는 점, 그로부터 상상할 수 있는 대한민국 게임업계의 미래가 어두워졌다는 점이 게이머를 넘어 전 게임업계가 애니팡2의 출시에 분노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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