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수준의 순발력과 동체 시력이 필요한 여타 FPS 게임과 달리, 월드오브탱크는 전장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략적 판단이 중요시된다는 평이 있습니다. 갓 게임을 시작한 초보 전차장들도 게임 내의 전략적 요소에 순식간에 월드오브탱크 매력에 빠져들게 되지요.


2차 세계 대전에서 사용했던 전차를 운용하는 매력 때문일까요? 다른 게임과 비교해 월드오브탱크는 성인 남성의 비율은 상당히 높은 편입니다. 특히, 골드 구매에 큰 제약을 받지 않는 중장년 유저층이 두터워서 월드오브탱크의 주축은 성인들이라 보아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월드오브탱크에서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장년 유저들은 개인플레이에서 벗어나, 클랜을 형성하는 등 조직적인 체계를 갖추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이런 많은 성인 클랜 중에서 중장년의 유대감으로 똘똘 뭉친 클랜이 있습니다. 30세 이상의 유저만으로 구성된 PAPA 클랜이 그 주인공입니다.


30세 이상 유저들의 휴식처이자 놀이터인 PAPA 클랜은 '아빠 어디가'란 클랜 명으로, 어느 누가 들어도 따뜻하고 자상한 아버지의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합니다.


▲ '아빠 어디가'란 문장으로 보는 이들에게 부성애를 느끼게 하는 PAPA 클랜




◆ 어른 전차장들이 뭉쳤다! 중장년의 놀이터 PAPA 클랜 인터뷰



Q.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Kaznet : 안녕하세요! 아빠 어디가 PAPA클랜 사령관 Kaznet 입니다. 실력은 많이 부족하지만, 클랜 내 모든 잡일은 처리하고 있습니다. (웃음)

개벼룩 : 반가워요! PAPA 클랜 부사령관 개벼룩입니다. 클랜 내에서 사령관님 대리업무를 수행하고 있고, 주로 클랜전 관련 외교나 다른 잡무를 사령관님께 전달 및 보고하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거창하게 자기소개를 진행했는데, 사실은 하는 일 없이 빈둥거리는 식충이 부사령관입니다.

833FA브라보 : 안녕하세요. 모병관 833FA브라보 입니다. 조금 과묵한 편이라, 인터뷰 내용이 짧더라도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Q. PAPA 클랜 소개에 따르면 30살 이상, 승률 47%라는 독특한 클랜 가입 조건이 있더라고요? 다른 클랜에서도 성인 제한은 두는 경우가 많지만, 30대 이상으로 잡는 경우는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Kaznet : 한 아이의 아빠로서 PAPA 클랜 명이 너무 가슴에 와 닿아 가입했다가 사령관까지 오르게 된 터라, 저런 독특한 클랜 가입 조건이 등장한 이유는 알지 못합니다. 하지만 30살 이상이라는 조건 덕택에 클랜 연령층이 높아, 다른 클랜에 비해 클랜 내 분쟁이 적거나 일어나더라도 좋게 해결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한번 가입한 클랜원들은 다른 클랜으로 이주하는 경우도 거의 드물어서 해당 가입 조건을 변경하지 않고 꾸준히 유지하고 있습니다. 사실 가입조건에 승률은 없었으나, 봇 유저 가입 문제도 있었고, 클랜 평균 승률을 관리하고 싶은 욕심도 생겨서 추가하게 되었네요.

개벼룩 : 저 또한 클랜 창립 멤버는 아니고요. 클랜원 모집글도 제가 작성하지 않아서 나이 제한이 존재하는 이유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짐작이 가는 부분이 있다면, 같은 세대와의 거침없는 대화일 것 같아요. 게임을 하다 보면 게임 자체도 중요하지만, 사는 이야기 등의 이런저런 수다를 떨게 되거든요. 대화가 통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격조건으로 삼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833FA브라보 : 클랜 창립 멤버가 결정한 사항인데, 한 조건을 낮추거나 올린다고 해서 클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지는 않기에 계속 유지하는 듯 합니다. 클랜 내부에서도 지금 자격 조건에 만족하고 있고요.


▲ 나이 30세 이상이라는 흔치 않은 클랜 가입 자격 조건




Q. 이렇게 성인들이 모인 클랜에서 가장 연세가 높은 클랜원이 있다면,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Kaznet : 50대 사신형님이랑 허비형님 두 분 계십니다. 허비형님은 전투를 19000번이나 치르신 경험많은 전차장이시지만, 아직 10티어는 IS-7 밖에 없으세요. 문어발의 폐해이죠. 형님들은 오프라인 모임을 좋아하시고 호탕하신 성격이셔서, 동생들에게 술도 잘 사주시곤 합니다. (웃음)

개벼룩 : 토끼띠 형님들. 클랜 동생들을 향한 따뜻한 사랑. 정말 감사합니다.

833FA브라보 : 무수히 많은 전차를 보유한 허비 큰형님이 동생들에게 게임 내외적으로 신경 많이 써주셔서 정신적 지주가 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관절 수술 때문에 게임 접속하지 않으시는 사신형님 빨리 쾌차하셨으면 합니다. 굉장히 보고 싶습니다.




Q. 월드오브탱크는 다른 FPS 게임과 비교하면 30~40대 이상 유저층이 두터운데, 이러한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Kaznet : 일단 FPS 게임은 해보지 않았지만, 월드오브탱크의 연령층이 높은 이유는 알 것 같아요. 게임 진행속도가 느린 편이다 보니 다른 게임에 비해 어지럽지 않은 편이고요, 피가 튀거나 사람을 해치는 게임이 아니기에 가족들이 봐도 무방한 게임이기 때문입니다. (웃음)

개벼룩 : 저도 사령관님과 마찬가지로 다른 온라인 FPS 게임은 접해보지 않았지만, 동체시력과 순발력이 중요한 다른 게임에 비해 상대적으로 센스와 감각 그리고 이해도가 더 중요한 것이 성인 유저층이 두터워지는데 한몫한 것 같습니다.

833FA브라보 : 마약과 같은 중독 때문이지 않을까요? 동생 권유로 북미 서버에서 처음 플레이해봤는데, 초보 시절에 잠시 헤맸을 뿐 이후로는 잘 적응하여, 전차 중독에서 빠져나오질 못하고 있습니다.




Q. 다양한 연령층이 즐기는 게임이다 보니, 이런저런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많은 것 같습니다. 게임을 진행하면서 겪는 고충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Kanet : 모든 게임이 마찬가지겠지만, 게임 내의 욕설과 비방이 월드오브탱크를 플레이하는데 가장 큰 지장을 주는 것 같습니다. 특히 저티어 구간이 유독 심한 것 같은데, 월드오브탱크를 플레이하고자 막 가입한 신규 유저가 게임에 적응하는 데 불편함을 주는 것 같아요.

개벼룩 : 게임 실력을 빌미로 정도가 심한 욕설을 하는 유저들이 있습니다. 다양한 연령층이 존재하는 게임 내에서 무작정 욕설을 내뱉는 행동은 올바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833FA브라보 : 딱히 문제가 발생한 적 없어서 모르겠네요. 저는 자체 필터로 정화하거든요.




Q. 클랜 모토가 '타인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삼가자'로 알고 있는데, 공방이나 클랜전에서 만나는 무례한 유저들에게 어떻게 대처하시나요?

Kaznet :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채팅창을 수시로 확인하는 편입니다. 예의가 없는 유저가 있다면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합니다. 아주 가끔... 음주게임을 하는 날에는 짧은 대꾸를 하는 편이죠.

개벼룩 : 저는 95% 이상 그냥 무시합니다. 나머지 정도가 심한 5%는 조용히 신고버튼 눌러요. 워게이밍에서 잘 처리해주길 바라는 거죠.




Q. 격식 차리지 않는 반말 등의 표현을 비매너로 볼 수도 있지만, 최근에는 하나의 온라인 문화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이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Kaznet : 저는 월드오브탱크를 플레이하면서, 지난해 처음으로 다른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곳에서는 보통 반말로 대화를 이어나가는 것 같더라고요. 그곳만의 문화이기에 제가 상관할 바가 아니지만, 월드오브탱크 내에서는 오프라인에서 사람 대할 때처럼 존칭으로 대화를 이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개벼룩 : 상대를 빈정 상하게 하는 말은 자제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어느 정도 선을 지킨 반말체는 마냥 나쁘게 볼 필요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무작위 전투에서 만난 팀원에게는 '(전차명)형. 형이 1번 라인 좀 막아줘요' 라고 하거든요. 물론, 우리 클랜에서는 반말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오프라인에서 알고 지내는 사이가 아닌 이상 반말로 대화를 진행하는 것은 거의 찾아보기 힘듭니다. 클랜 내부 규정이 있거나 누가 강제로 시켜서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고 지킬 건 지키는 분위기이기 때문이죠. 그렇다고 클랜 대화창 분위기가 딱딱한 건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세요. (웃음)

833FA브라보 :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지만, 세대의 차이라 생각하고 게임에 집중하는 편입니다. 그것 또한 그들만의 문화 중 하나겠지요.


▲ 처음 보는 상대방과 반말로 대화를 이어가거나
'형'으로 부르는 등의 모습은 온라인 상에서 쉽게 볼 수 있게 되었다.




Q. 때로는 정도가 지나친 욕설과 도발에 스트레스를 받는 일도 있을텐데요,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대응하시는지?

Kaznet :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존재하기 때문에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고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 처음 보는 사람이 무작정 반말하고 기분 나쁘게 말한다고 해서 자신 기분까지 덩달아 나빠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개벼룩 : 상대방 닉네임과 전차만 아는 상태 다짜고짜 반말을 들으면, 계속 게임을 즐겁게 플레이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래도 어쩌겠어요? 열 받을 일까지는 없다고 봅니다. 자신만의 신념을 굳건히 지키며 상대를 하지 말아야겠죠.

833FA브라보 : 도발과 욕설을 타인에게 하는 이유를 도저히 모르겠습니다. 자존심이나 이해관계가 얽힌 일도 아니고 재미로 즐기는 게임에서 말이죠. 상대에게 답답한 마음이 생긴다면 차고로 돌아가는 것이 다른 유저에 대한 배려일 것입니다.




Q. 무작위 전투에서 눈살을 찌푸리는 행동을 하는 유저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 같은데요?

Kaznet : 월드오브탱크에는 게임을 잘하는 사람도 있고, 못하는 사람도 있고, 그리고 초보인 사람도 있습니다. '게임은 졌을 때에도, 게임으로 스트레스 받지 말자!'라고 생각하고, 팀 킬이나 비방, 욕설을 자제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개벼룩 : 하고 싶은 말이 많습니다만, 요약해서 말씀드리면요. 타인 시력으로 놀리는 사람들은, 실력이 부족한 유저가 게임을 접고 잘하는 사람들과의 경쟁에서도 상위권 유지할 자신이 있기 때문에 상대방을 비하하고 놀리시나요? 누군가의 승률이 50%가 넘는다는 것은 다른 누군가의 승률이 50%가 안되기 때문입니다. 아직 게임에 대해 적응하지 못한 유저분들이 있다면, 앞에서 끌어주는 선배 전차장의 모습을 보여주셨으면 합니다.

833FA브라보 : 저는 스트레스 받지 말자는 주의기 때문에, 그냥 무시하고 전투 종료 후 바로 다른 전차로 게임을 즐길 겁니다.




Q. 내용이 너무 어두웠던 것 같네요. 화제를 전환해서 PAPA 클랜의 내부 분위기는 어떤지 궁금한데요?

Kaznet : 저희는 친목 클랜으로 실력이 뛰어난 편은 아니지만, 최근에는 조금씩 게임 실력이 향상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웃음) 자격 조건에 미달하지만 특별채용으로 PAPA 클랜에 들어온 18살의 어린 클랜원도 있고 아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는 분들도 몇 분 계시고요! 천천히 실력을 향상시켜 클랜전이나 무작위 전투에서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개벼룩 : 최근 봇 유저와 클랜 내 스파이 사건 때문에 가입조건에 승률이 붙었을 뿐이지, PAPA 클랜은 클랜원의 게임 실력으로 어떠한 불이익이나 혜택을 주지 않습니다. 아무리 제 몫을 다하고 활약을 해도 지는 판은 집니다. 그저 월드오브탱크를 즐겁게 즐기면 되지요.

클랜전에서 활약으로는 무엇보다도 사령관님의 고생이 크죠. 사령관님 외에도 PAPA 클랜의 독특한 변태 유저분도 내부 분위기를 구성하는데 한 몫하고 있고요. 이 분은 10,000판만에 10티어 전차를 처음 뽑고, 탑건보다는 정찰병 그리고 정찰임무가 두 배 가까이 많습니다. 곧 추방할 예정입니다.(웃음) 이전에 말씀드렸던 18세인 클랜원은...곧 아빠로 만들어드릴 예정입니다. 클랜 내에 누군가가 현직 경찰이라는 소문이 있습니다. 소문이 돌자마자 몇몇 클랜원은 계정을 삭제하고 잠수를 탔더라는 소문도 있습니다. 이렇게 클랜 전체적인 분위기는 '친하게 지내고, 함께 게임을 즐기자'로 볼 수 있습니다.

833FA브라보 : 클랜전 전투 면에서는 작전이 중요하고, 각 개인의 실력도 중요하여 미흡한 모습을 자주 보여드리지만, 점점 더 좋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클랜원들 레이팅도 조금씩 오르는 추세입니다.


▲ 현직 경찰 유저가 탑승하는 전차는 이런 모습일까?




Q. 지난 시즌 클랜전에서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었다며 PAPA 클랜에 대한 평가가 다시 이루어지려는 조짐도 보였는데요?

Kaznet : 지난 클랜전은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웃음) 저희는 연습도 하지 않고, 주력 맴버도 정해진 것이 없어서 항상 선착순 위주로 클랜전을 진행하거든요. 생각보다 많은 클랜원들이 꾸준히 접속해주셔서 전투 일정을 잘 소화했던 것 같아요. 임무나 골드 등에는 신경을 거의 쓰지 않았고 최대한 많은 전투를 치르도록 클랜전을 진행했습니다. 영토 중앙의 안전지역에 본부를 배치하여 끊임없이 전투를 치르는 것에만 집중했던 것 같습니다.


개벼룩 : 저는 딱히 클랜전에 대해 말할 이야기가 없습니다. PAPA 클랜은 100% 사령관님 오더대로 움직입니다. 그 덕분에 이겨도 사령관 탓! 지더라도 사령관 탓입니다. 좋은 평가를 받았다고 하니 기분이 좋네요.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833FA브라보 : 운이 많이 좋았던 것 같아요.




Q. 대부분 클랜원들이 직장인이거나,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이실 텐데, 클랜전을 이끌어 나가기 어렵진 않으셨나요?

Kaznet : 캠페인을 진행할 때는 조금 힘들고 어려웠습니다. 사령관인 저는 전투를 빠질 수가 없어서 와이프한테 혼이 많이 났거든요. 하지만 다른 분들은 클랜전 진행 시간이 보통 와이프들 드라마 볼 시간이라서 접속률이 좋았던 것 같아요.(웃음) 많이 접속해주셔서 괜찮았습니다.

개벼룩 : 클랜전을 위한 클랜이 아니다 보니 전차구성을 맞추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습니다. 현재 진행 중인 클랜전에서도 열 맞춰 들어오는 진격의 병오 전략이나, 클립과 기동성을 이용한 AMX 13 90 올인 전략에 당하면 가끔 멘탈이 무너지기도 하죠.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합니다. 선택할 수 있는 전차가 다양하다는 것은 분명히 장점일 테니깐요.

833FA브라보 : 저녁에는 접속률이 아주 좋습니다. 대부분의 클랜원들이 일 할 시간인 낮 시간대에는 클랜원들의 접속이 좀 뜸하지만요. 전 클랜전을 진행할 때 방문을 걸어잠그고 하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었네요.(웃음)


▲ 혼나면서 게임하는 아빠 전차장




Q. 마지막으로 인벤 독자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Kaznet : 욕설과 비방을 조금만 자제해서 신규 유저분들이 질리지 않도록 만들어주세요. 한국 월드오브탱크 유저가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인벤 독자분들을 대상으로 한 말이 아니라 월드오브탱크를 즐기는 모든 분들에게 드리는 말씀입니다. (웃음) 항상 가정에 좋은 일만 가득하길 바랍니다.

개벼룩 :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요. 새해에는 제발 떡볶이라고 놀리지 말아 주세요.

833FA브라보 : 올 한해 건강하시고요. 즐거운 월드오브탱크를 만들어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