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함' 이란 키워드는 여러 대화에서 사용되곤 하는 말이다. 당장 창밖을 내다보아도, 길거리를 다니는 차들의 종류가 다양하다. 설날에 선물해줄 조카의 크레파스 색깔도 무려 64색으로 다양하다. 단일화와 통일성보다는 다양함과 개성을 추구하는 현 세태 상 이는 당연한 일일 지도 모른다. 그중에서도 가장 다양한 무언가를 꼽아 보라면 기자는 사람이라 말하고 싶다. 60억, 나아가 70억이 되어가는 이 시대의 사람들은 얼마나 다양한 삶을 살고 있겠는가.

'빠른별'이라는 닉네임으로 우리 곁에 존재했던 정민성 역시 수많은 인생의 길 중, 조금은 통상적이지 않은 길을 걸어온 사내임이 틀림없다. 20살이 채 되기 전 프로의 세계에 발을 디뎠고, 정상급의 선수가 되어 전 세계의 열광을 받아냈다. 하지만 그게 끝은 아니었다. 한 번 정상을 밟은 그는 고된 하강의 길을 걸어왔고, 끝내 선수 생활을 마무리 짓게 되었다.

어쩌면 예정된 수순이었을 지도 모른다. 모든 것은 상승한 후 하강하는 법. 고작 2년이라는 시간 안에 단물과 쓴 물을 모두 맛보고 온 그다. 처음 인터뷰를 계획했을 때부터 많은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대해야 할까?', '어떤 기분으로 나올까?' 갖가지 심정이 교차하는 와중에서도 인터뷰를 위해 나온 그를 보며 기자가 안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의 표정을 보았기 때문일 거다.


웃고 있었다. 그간의 일들을 생각해보면 그가 얼마나 많은 고통을 받아왔을지, 짐작하고 있던 차였다. 그런 와중에 만난 정민성은 조금은 수줍어 보이게 웃고 있었다. 대화를 시작했다. 평상시보다 훨씬 길어진 인터뷰. 대화하는 동안 점점 더 마음이 편해졌다. 처음 예상했던, 고통에 찌들어 그간의 아픔을 하소연하는 그런 자리가 아니었다. 지나간 과거를 흘려보내고, 설레는 마음으로 인생의 2막을 시작하는 찰나. 정민성은 그 위치에 서 있었다.

이제 막 22살이 된 청년. 정민성과의 인터뷰는 그렇게 막을 내렸다. 옮겨적은 내용을 편집하면서도 가끔 타이핑을 멈추고 모니터를 지켜본 이유는 이제 또 다른 삶을 걸어갈 그의 행보가 궁금해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지금부터 이어지는 내용은, 그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LoL과 첫 만남, 프로 생활 이전의 '빠른별'


Q. 안녕하세요, 우선 인벤 가족분들께 간단한 자기 소개 부탁드릴께요.

안녕하세요, 인벤 여러분. 전 CJ 엔투스 소속의 '빠른별' 정민성 입니다. 인벤은 정말 많이 봐왔고 제 프로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입니다. 국내에서 롤 인벤이 커뮤니티 사이트 중 가장 큰 곳이기에 계속 접해왔어요. 특히 뉴스와 챔피언 공략 등 좋은 기사들이 많아서 정보를 많이 얻어왔습니다.


Q. 최근에는 어떻게 지냈나요?

큰일 없이 잘 지내고 있어요. 다만 이상하게 은퇴한 뒤 대출 전화가 엄청나게 많이 와요. 모르는 번호는 대출 전화라고 생각하고 안 받아요. 정말 하루에 몇십 번씩 대출 전화가 와요. '하루에 2천만 원~' 이런 멘트 나오면 제가 22살이라고 말해줘요. 그럼 알아서 끊더라고요. 김미영 팀장 두고 봅시다(웃음).


Q. 정말 궁금한 점이 많습니다. 우선 어떻게 LoL을 시작하셨는지 궁금하네요.

학창시절 많은 게임을 즐겼어요. 많은 게임을 즐기다 보니 어느 순간부터 한국 게임들이 재미가 없더라고요. 무엇보다 현금 결제가 필요한 게임들은 할 수가 없었어요. 아무래도 학생이다 보니 돈이 없더라도 즐길 수 있는 게임을 찾았죠. 그런 상황에서 우연히 LoL이 북미에서 유명하다는 소문을 들어서 시작했습니다.

▲ '빠른별'의 첫 번째 주력 챔피언, 애니비아

처음에 트위치, 애니, 블리츠크랭크 딱 3개를 한 번씩 해봤어요. 도저히 무슨 게임인지 모르겠더라고요. 그래서 한동안 안 하다가 1년 후에 다시 시작했습니다. 워크래프트3의 유즈맵 '카오스'에서 브로켄 백작 같은 영웅을 좋아해서 상대의 움직임을 제한할 수 있는 벽을 만들어내는 챔피언을 찾았어요. 그때 애니비아가 눈에 들어와서 처음부터 애니비아만 했어요.

물론 너무 어려워서 처음에는 1킬 10데스 씩 했어요. 비록 많이 죽고 팀원들에게 욕먹었지만 그래도 너무 마음에 드는 챔피언이어서 애니비아만 파게 되더라고요. 게임을 잘 모를 당시 우연히 '웅' 건웅형을 만났는데 금방 친해졌어요. 성격이 잘 맞아서 그때부터 계속 친하게 지냈어요. 워낙 친해져서 장난으로 서로 트롤이라고 자주 놀렸어요(웃음).

어떻게 어떻게 만렙이 되었고, 그 당시에는 이제 애니비아가 많이 익숙해진 상태였죠. 그래서 랭크 게임에서 승승장구했어요, 많은 분이 저의 아이콘을 럭스와 다이애나로 생각하시는데, 가장 많이 하고 애정 있는 챔피언은 애니비아이고, 사실 대회에서 가장 많이 꺼내 들었던 챔피언은 카서스에요.


Q. 북미 시절 랭크 게임을 하면서 여러가지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들었어요.

사실 제가 북미 시절에 엄청나게 '트롤'했었어요. 그 계기를 만들어준 게 바로 조지 '핫샷' 조갈리디스 였죠. 랭크 게임을 하다 우연히 핫샷을 만나서 엄청나게 기대했어요. 당시 최고의 LoL 유저로 알려졌었으니까요. 그런데 갑자기 하이머딩거를 픽하면서 트롤하더라고요. 저한테 미드도 안 주고 같이 미드를 오더니, 나중에는 15분에 바론 먹자고 했어요. 어떻게 15분에 바론을 먹긴 했는데 경기는 졌죠. 그 뒤로 핫샷만 보면 저도 트롤했었죠.

▲ 방아쇠를 당긴 '핫사장'

그런데 이게 습관이 되니까 계속 트롤하게 되더라고요. 그러다가 '라일락' 전호진을 만났어요. 전호진 선수도 친하게 지냈는데 제가 너무 트롤을 하니까 캡처해서 신고하겠다고 장난치더라고요. 심지어 건웅 형에게 저 혼내주기 위해 찾아온다고 우리 집 주소까지 물어봤다고 들었어요(웃음). 가장 트롤을 심하게 할 때는 67데스도 해봤어요.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 중 하나가 어떤 한국인을 만났을 때에요. 랭크 게임 중에 상대방에 한국 사람이 있었어요. 아이디는 기억나지 않지만 정말 치열하게 싸웠어요. 서로 30데스씩 했으니까요. 그러다가 결국 제가 데스를 1 더 하면서 게임이 끝났고, 그분이 저에게 "좋은 승부였다"고 말하더니 떠나더라고요.

▲ 67데스의 증거 스크린 샷


그래도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릴 볼즈'와 만났을 때에요. 경기 시작도 전에 계속 "나는 쓰레기야, 이 점수에 있을 가치가 없어. 난 져야 해" 그러면서 티모를 픽하더니 계속 죽어줬어요. 그 친구를 보고 '와, 저렇게 트롤할 수 도 있구나. 나는 이제 안 해야지'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친구를 시즌2 롤드컵 결승에서 만나게 될지 누가 알았겠어요. 결국, 저에게 랭크 점수 20~30점을 주고 자기는 롤드컵 우승 상금을 가져가더군요(웃음).

▲ 전 TPA 소속의 정글러, '릴볼즈'


프로게이머가 된 '빠른별'


▲ LoL 1세대 프로게이머로 활동한 정민성

Q. 1세대 LoL 프로게이머로 많은 활약을 했어요. LoL 프로게이머로 생활해본 소감은 어떤가요?

솔직히 프로게이머에 인생을 걸 정도가 아니면 썩 훌륭한 직업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프로게이머에 대한 환상을 가지고 있는 어린 친구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정말 힘든 직업이에요. 물론 세상 어디에도 쉬운 직업은 없고, 프로게이머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겉만을 보시는 분들은 '게임을 하면서 돈 받는데 뭐가 나쁘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 그렇지 않아요. 게임으로 성공할 생각은 없고 '딱히 할 게 없어서 프로게이머 해볼까' 하는 생각으로 시작하면 안 되는 직업이에요. 특히 LoL은 저처럼 팀을 잘 만나야 하는 것 같아요(웃음).

저는 프로 생활 당시 이기적이고 짜증을 많이 냈어요. 그래도 좋은 팀원들과 감독님을 만나서 버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무엇보다 감독님 덕분에 프로 생활을 할 수 있었어요. 사실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에 대해 집에서 반대가 심했어요. 하지만 감독님이 집까지 찾아와서 저를 꼭 우승시키겠다고 말하면서 부모님을 설득하셨어요. 부모님도 좋은 경험시키신 것 같다고 생각하더라고요.

▲ 시즌2 LoL 월드챔피언십 당시 아주부 프로스트 멤버 (현 CJ 프로스트)

Q. 소속이었던 CJ 엔투스 프로스트 팀 생활에 대해서 궁금해요. 조금 이야기 해주실 수 있나요?

우리 팀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헬리오스' 동진이는 상대를 먼저 배려하면서 져주는 성격이에요. '클템' 현우 형도 마찬가지예요. 인간성이 정말 좋아요. 제가 많이 이기적이고 짜증 내도 다 받아주는 스타일이에요. 탑 선수들은 말은 안 하지만 팀을 챙기는 느낌이에요. 미드는 자기 잘난 맛에 살고(웃음), 원딜러, 건웅 형도 보이는 곳보다는 뒤에서 많이 챙겨줬어요.

건웅 형을 그렇게 안 볼 수도 있지만, 완전 '엄마'같은 형이에요. 하나부터 열까지 잘 챙겨줘요. 서포터 '매드라이프' 민기 형은 착한데 좀 멍때리는 성격이에요. 민기형은 개그코드가 4차원이지만 게임 분석을 정말 잘해요. 그래도 특히 현우 형과 건웅 형이 가장 힘들었을 거에요. 그 둘이 너무 잘 받아주다 보니 제가 유난히 둘에게 많이 투정부렸으니까요.

민기 형은 팀이 만들어지기 전에 팀 OP 분들하고 친하게 지냈어요. 그래서 저희랑 놀다가 그쪽에 붙었다고 자주 놀려요. 사실 너무 착하고 조용한 형이라 놀릴 거리가 없어서, 당시 최고로 불리는 팀 OP 선수들이 칭찬해주니까 우리랑 안 논다고 자주 놀렸어요. 장난으로 박쥐라고 놀렸죠. 아직도 종종 그 이야기를 꺼내면서 놀릴 때가 많아요(웃음).

▲ MiG 시절, 모두 순수한 얼굴을 하고 있네요

'로코도코' 윤섭이도 정말 좋아요. 장난기도 많지만 진지한 면도 많은 친구예요. 무엇보다 사람들이 자신을 편하게 대하게 만들어줘서 좋아요. 계속 반말로 부르다가 나이도 정리할 겸 형이라고 부르려고 했더니 '어색해서 싫다'고 하면서 계속 친구로 지내자 하더라고요. 한번 친구는 영원한 친구라고 하면서요(웃음). 그래서 더 쉽게 가까워지고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레퍼드' 한규 형은 누구라도 쉽게 친해질 수 있는 형이었어요. 어색하지도 않고 친근해서 금방 친하게 지냈어요. 말 그대로 '형'이라는 느낌을 가장 완벽히 나타내주는 형이었죠. 재미있는 게 연습할 때 밥도 안 먹고 '데스노트'에 나오는 L처럼 앉아서 연습해요. 어울리지 않아요?(웃음)

정말 팀원들이 너무 좋았기에 프로생활을 할 수 있었어요. 아마 이 팀원이 아니었으면 좋은 성적도 내지 못하고 프로 생활도 하지 못했을 거에요. 사실 같은 팀에 여러 명의 미드 라이너들이 있으면 경쟁하고 눈치 보기 마련인데 저희는 그렇지 않았어요. 모두 정보를 공유하면서 '경쟁'보다는 '협동'의 느낌이 강했어요. 사실 '갱맘' 창석이는 처음 봤을 때 건달이 게임을 하려고 온 줄 알았어요. 그 친구 머리 색이 좀 강렬하잖아요(웃음). 그런데 지내보니 실력도 좋고 정말 착한 동생이더라고요. 덕분에 마지막에 엄청나게 친해졌어요.


Q. CJ 엔투스 블레이즈와는 많이 친하지 않나요?

다들 블레이즈 팀 분위기가 무서울 거라고 하던데, 완전 가족같이 좋은 분위기의 팀이에요. 어떻게 보면 프로스트보다 더 가족 같아요. 그렇기에 오랫동안 상위권에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엠비션' 찬용이 형처럼 기복 없이 오랫동안 상위권 실력을 유지하는 선수는 없다고 봐요. 그게 다 팀내 좋은 분위기와 스스로 엄청나게 노력하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찬용이 형은 무엇보다 자기 시간관리를 정말 잘해요. 보면 연습 안 하고 드라마보고 있는데도 남들보다 뒤에서 더 많이 연습하고, 정말 스스로 관리를 잘하는 형이에요. 그래도 찬용이형은 조금 무서워요(웃음).

▲ 이유는 모르겠지만 아직도 무섭다는 '엠비션' 강찬용

'플레임' 호종이 형도 알게 모르게 정말 사람을 잘 챙겨줘요. 당시에는 몰랐지만 뒤돌아 생각해보면 정말 배려심 깊은 형이었구나 생각이 들어요. 호종이 형도 정말 누구보다 연습을 많이 하고 연구하는 형이에요. 그렇기에 좋은 성적을 내는 거죠. '캡틴잭' 형우는 정말 잘하는 친구예요. 숙소에서 연습하는 것 보면 국내 원딜 중 원톱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잘해요. 그런데 자신이 빛나기보다는 탑이나 미드에게 양보해주는 성향이 강해서 묻히는 감이 있어요. 형우가 욕심만 있으면 세계 최고의 원딜로 빛날 텐데, 너무 배려심이 많은 것도 문제인 것 같아요.

'러스트보이' 장식이랑도 정말 친한데, 그 친구는 말이 너무 없어요. 무슨 생각을 하는지 같은 팀원들도 잘 몰라요(웃음). 하지만 하나 확실한 건 엄청난 노력파에요. 보이지 않게 정말 많이 연습하고 노력하더라고요.


Q. 활동 당시 여자친구가 있다고 들었어요. 어떻게 만난 건가요?

만난 지 2년은 안 된 3살 연상 친구예요. 힘들었을 때 가장 많이 힘이 된 것 같아요. 영어도 잘하고 저한테 많은 것을 알려주는 착한 친구예요. 현재 한국에서 세 손가락에 꼽히는 대학을 다니고 있어요. 제가 운이 좋았죠(웃음). 어디서 이런 친구 또 만나겠어요. 사실 저를 만나기 전까지는 LoL이라는 게임을 모르는 애였는데, 저 때문에 관심을 가지더라고요. 하지만 게임을 하지는 않아요. 제가 프로 생활하는데 많이 응원해주고 도움을 줬어요.

제가 있었던 CJ 엔투스는 연애 금지 팀이에요. 그런데 '우승'을 하면 연애가 가능해요. 그래서 저도 연애할 수 있었고요. '플레임' 호종이형도 IEM 우승으로 연애할 수 있는데, 이상하게 연애를 안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여자친구의 친구를 소개해주려고 했더니 "나는 나를 설레게 하는 여자가 좋아"라고 하면서 거절하더라고요(웃음).

▲ 누가 '플레임' 이호종을 설레게 할까요?

Q. 프로게이머로 활동하면서 많은 일이 있었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너무 많은 일이 있어서 하나만 고르기는 힘들 것 같아요. 우선 롤드컵에 갔을 때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어요. 최고의 대우를 받았어요. 최고의 호텔, 최고의 음식, 최고의 분위기를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어요. 특히 8천 원짜리 오렌지 주스가 있었는데 너무 맛있어서 '막눈' 하운이형과 하루에 6~7잔씩 마셨어요. 공짜여서 그런 것도 있지만, 너무 맛있었어요. 이 모든 걸 지원해 주는 라이엇은 정말 세계 최고의 회사 같아요.

▲ 많은 즐거움이 있었던 롤드컵

또 트런들 사건을 잊을 수 없어요. 저번에 '훈' 남훈 형과 이야기해봤는 데 그 형도 애니를 밴하려다가 애니비아를 밴했더라고요. 남훈형 외에도 요즘 자주 그런 실수를 하는 프로들이 보여서 괜찮지만, 당시에는 정말 당황스러웠어요. 계속 '리신'을 검색했는데 '리 신'이었더라고요. 결국 트런들이 픽 되면서 완전히 당황했는데 건웅 형은 좋아하더라고요. 그 형이 트런들을 좋아하거든요(웃음). 문제는 현우 형은 전혀 선호하지 않는 챔피언이었기에, 저 때문에 진 것 같아서 매우 가슴 아프고 미안했죠.

지니까 당시에는 억울하고 '막눈' 하운이형이 얄미웠어요. 그런데 어느 날 하운이형이 팀에 합류하더라고요. 같은 팀에서 생활해보니 정말 노력하는 형이었어요. 당시 살짝 얄미웠던 감정이 오히려 존경심으로 바뀌었어요. 정말 대단하고 좋아하는 형이에요.


은퇴, 그 이후의 '빠른별'


Q. 이제 '빠른별' 선수가 아닌 청년 '정민성'이 됐어요. 솔직히 갑작스럽기도 하면서 아쉬워요.

사실 은퇴는 오래전부터 생각했어요. 성적이 나오지 않아서 계속 은퇴를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절 잡아주셨죠. 저보고 분명 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격려해주면서 잡아주셨는데 오히려 제가 그만큼 성적을 내지 못해서 정말 죄송해요. 여러 번 말 할 때마다 절 잡으셨는데 '이번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더니 이해해 주셨어요.

사실 미드 라이너는 아무리 상대방이 잘해도 '상대는 잘하는 프로게이머. 하지만 난 더 잘한다' 라는 마인드로 경기에 임해야 되요. 몇 번 이야기는 안 해봤지만 '페이커' 이상혁이 그런 느낌이에요. 항상 자신감 넘치면서 자만하지 않는, 최고의 마인드죠. 그런 면에서 이상혁은 천재라고 느껴져요. 거기에 LoL은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잖아요. 5명 모두 그 정도 수준이 돼야 서로 손발을 맞출 수 있어요. 그런 좋은 팀에서 좋은 마인드를 가지고 있기에 세계 최고가 된 것 같아요.

▲ 은퇴 직전까지 정말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어느 순간부터 그런 생각이 사라지고 자신감이 많이 없어졌어요. 사실 좋은 성적을 내고 있을 당시에도 이런 생각이 들지 않아 은퇴하고 싶었는데 너무 늦어진 감이 있네요. 믿어주신 감독님과 팀원들에게 미안한 마음뿐이에요.

어떤 해외 팬분이 제 개인 동영상을 모아서 특별 영상을 만들어 주셨더라고요. 그리고 저에게 '널 위해 만들었다'고 메시지를 보내주시더라고요. 완전 감동이었어요. 해외에서도 아직 잊지 않고 절 생각해주는 팬들이 있다는 점에 정말 행복해요. 이제 미련은 없는 것 같아요. 제가 프로게이머 활동을 하지 않았으면 어떻게 세계적으로 팬이 있었겠어요.


Q. 은퇴 이후 앞으로 계획이 궁금해요

우선 푹 자고 싶어요. 원래 잠이 많은데 프로 생활하는 동안 잠을 많이 못 자서 실컷 자고 싶어요. 군대도 가야 하는데, 좀 늦게 갈 계획이에요. 공부하면서 자격증을 따면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갈 생각이에요. 얼마 전에 고등학교 친구가 4년 만에 연락이 왔는데 2년간 미국에서 공부한 뒤 한국에서 번역일을 하고 있더라고요. 저도 이제 영어 공부도 열심히 하고 이런저런 자격증 공부도 열심히 해야겠죠?

▲ 푹 쉬고 하고 싶은 모든 일을 하나씩 해볼꺼에요!

또, 여행도 많이 가고 그동안 연락 자주 못했던 친구들과 연락하면서 지낼 생각이에요. 앞으로 하고 싶었던 모든 일을 하나하나 해볼 생각이에요. 우선 그나마 쉽게 딸 수 있는 운전면허부터 따야겠네요. 숙소가 월드컵 경기장 쪽이었는데 바로 옆에 운전면허 시험장이 있었어요. 감독님께서 시간 날 때 자격증 시험 봐두라고 하셨는데 연습하느라 그럴 겨를이 없었네요. 이번에는 정말 자격증 따 둬야죠(웃음).


Q. 이번 레이디스 리그 해설을 하게 됐어요. 이제는 선수가 아닌 해설자네요.

사실 해설 경력도 없고 질 낮은 해설을 하면서 시청자분들의 귀를 테러할까 봐 거절했었어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해설도 좋은 경험이 될 거 같고 관계자분들도 잘 이야기 해주셔서 도전해보기로 했어요. 저 때문에 팬분들이 음소거하고 방송 보는 일이 없도록 열심히 준비해야죠(웃음).

하지만 해설 쪽으로 나갈 생각은 없어요. 해설자는 말을 논리적으로 하면서 듣는 사람이 쉽게 이해하도록 말을 잘해야 되는데 저는 한규 형, 현우 형, 노페선수처럼 말을 잘하는 타입이 아니에요. 그래서 앞으로 쭉 해설하기는 힘들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경험을 언제 또 해보겠어요.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해 보겠습니다.


마지막 인사


마지막일지, 혹은 마지막이 아닐지는 사실 저도 모르겠어요. 선수 생활 중 좋은 추억도 있었고, 반대로 쓰디쓴 기억도 있지만, 웬만하면 좋은 기억만 가지고 가려고 합니다. 짧으면서도 길었던 시간 동안, 항상 관심 가지고 지켜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인벤의 유저분들도 행복한 설 되셨으면 좋겠어요. 지금까지 감사했습니다!

▲ 이제는 '빠른별' 선수가 아닌 '정민성'으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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