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 :
2014-02-0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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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진 리빌딩 ②] 마지막 88라인 정글러, '노페' 정노철 은퇴 "앞으로 더 열심히 살겠다"

허용욱(Noctt@inven.co.kr)

나진 실드 '노페' 정노철 은퇴

또 한 명의 선수가 은퇴했다. 수많은 LoL팬들을 울고 웃게 만든 주인공, 국내 LoL 리그 역사를 써내려간 멤버가 선수 생활을 마쳤다. 자신의 가장 빛나는 나이를 게임에 대한 열정으로 보내면서 팬들을 즐겁게 만들어 준 '노페' 정노철은 더 이상 선수로 볼 수 없게 됐다.

MVP 시절부터 나진 실드까지, 많은 팬의 사랑을 받았던 '노페' 정노철은 단단한 기본기로 팀을 지탱하는 역할을 했다. 홀로 모든 경기를 '캐리'하는 모습보다는 팀을 하나로 묶으면서 뒤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다른 팀원들을 도와주는 정노철이었다.

정노철은 인벤과 연락하는 중에도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다. 이미 모든 것을 정리하고 '노페' 선수가 아닌 청년 정노철로 다음 인생을 준비한 모습이었다. 걱정했던 기자를 배려하는 듯이 "괜찮아요"라고 하면서 오히려 기자를 배려해주고 질문들에 성실하게 답해주었다.


Good Bye, '노페'

Q. 갑작스러운 소식이었습니다. 은퇴를 결정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2013~2014 윈터시즌은 그동안의 제 자신을 돌아보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찾아가는 중요한 시기였던 것 같아요. 사실 은퇴에는 정말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16강, 8강, 4강을 거쳐오면서 성장하고 문제없이 실력 발휘하는 팀원들을 보고 있으니 제 스스로 너무나도 부족해 보이고 미안해지더라고요.

나진 실드가 다음 시즌부터는 저보다 능력 있고 좋은 정글러와 함께 결승무대, 우승까지 거침없이 달려가는 상상을 하게 됐어요. 그게 전부에요.

▲ MVP Blue 시절의 정노철

Q. 88라인의 마지막 정글러였습니다. 이 '88라인'에 대해 한마디 부탁합니다.

'88라인'이란 말이 정말 정감있게 들려요. MVP Blue팀을 시작으로, 정말 큰 꿈을 안고 쟁쟁한 선수들과 경쟁하며 실력을 겨룰 때만 해도 제가 그리 많은 나이는 아니었거든요. 시간이 흐르고 어느새 주위를 둘러보니 '노장'이란 소릴 들을 정도로 어린 동생들과 마주 앉아있는 제 자신을 보게 됐어요.

'프로게이머'란 직업에 나이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증명하고 보여주고 싶었는데 아쉽게 됐네요. 그래도 실드팀에 '제파' 이재민 선수가 같은 '88라인' 원거리 딜러로 좋은 피지컬과 함께 최근 엄청난 기세를 보여주고 있어요. 제가 증명하지 못했던 부분, 재민이에게 희망을 걸어보고 싶어요. 이재민 화이팅!


Q. 최근 많은 동료 프로게이머들이 은퇴했습니다. 이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심적인 문제가 가장 크다고 생각해요. 소위 말하는 '1세대'들은 환경이 굉장히 열악하고 힘들었지만 경쟁 없이 프로게이머가 됐잖아요. 정말 엄청난 경쟁을 뚫고 노력하며 올라온 지금의 선수들에게 부담을 많이 느낄 거에요. 저 역시 그랬으니까요.

그런 부담을 떨쳐내고 팬분들께 인정받기 위해 남들보다 2배, 3배 이상으로 노력해야 되는데 마음처럼 쉽지 않은 게 사실이에요. 그러다 보면 오기가 생기고, 그러다가 많은 분 앞에서 좌절됐을 때를 감당하기엔 너무 어린 친구들인 것 같아요.

여담이지만, 메타의 변화가 잦은 만큼 그에 대한 적응력이 중요하다 보니 조금이라도 뒤처졌을 시 따라가는 데 노력과 재능,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거든요. 이런 점을 이해해주고 조금은 응원하며 지켜보시는 분들이 더 많아지셨으면 좋겠어요. 굉장히 힘이 되거든요.

▲ 2013~2014 LoL 챔피언스리그 윈터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인 정노철

Q. 지난 시즌 4강까지 진출했습니다. 많이 아쉬웠을 것 같아요.

저 스스로도 정말 기대를 많이 하고 준비도 열심히 한 시즌이었어요. 어떻게 보면 '마지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항상 품어왔기에 아쉬움이 더 배가 되었던 것 같아요.

물론 저한테는 너무 안타깝고 아쉬운 시즌이었지만, 팀 동생들한테는 더 높은 곳으로 비상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아요. 항상 1승이라도 승리가 고팠던 친구들이거든요.


Q. 프로게이머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이번 시즌, 팀원들과 함께 헤쳐나간 8강, 4강, 3,4위전의 모든 순간이 아직도 생생해요. 부족한 절 믿고 따라준 팀원들을 생각할수록 미안하고 고마워요.

제닉스 스톰과의 8강 경기에서 대역전극은 제가 앞으로 살면서 힘들고 쓰러질 때마다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좋은 밑바탕이 될 것 같아요.


Q. 이제는 '노페' 선수가 아닌 정노철이네요. 간단히 소감 들을 수 있을까요?

우선 시원섭섭하네요. 그래도 2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 동안 어렸을 적부터 항상 소망해왔던 프로게이머로 정말 즐겁고 신명 나게 지내온 것 같아요.

비록 큰 타이틀 하나 거머쥐지 못했지만, 지금의 제 주위에 있는 너무나도 소중한 사람들을 거머쥐었다는 사실에 행복합니다.

MVP팀부터 시작해서 나진팀까지, 정말 고마운 사람들이 많아 앞으로는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에요.

▲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들을 만난 것이 최고의 선물

Q. 앞으로 계획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다시 볼 수 있겠죠?

어느새 그저 좋아하고 동경하던 일이 제 일이 되었네요. 또, 뜨겁고 정들어버린 e스포츠 현장에서 떠나고 싶지 않아요.

그렇기에 제가 이곳에서 잘할 수 있는 일을 최대한 찾아보는 중이에요. 박정석 감독님과 이석진 대표님도 끝까지 신경 써주시고 도와주셔서 좋은 소식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Q. '노페' 선수로서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 부탁합니다.

'노페'란 아이디로 기억해주시는 모든 팬께 정말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제는 '정노철'이란 이름보다 '노페'란 단어가 저에게 더욱 와 닿는 시점까지 와버렸네요. 그 와중에 이런 소식으로 찾아뵙게 되어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모든 팬이 보내주신 사랑에 보답하는 일이 다음 시즌에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라는 점을 알기에 너무나도 죄송합니다. 하지만 나이도 나이인 만큼 더 이상 그저 즐기는 모습이 아닌, 이제는 정말 멋있는 모습으로 최고의 자리에서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조금만 더 응원해주시고 지켜봐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노페' 정노철의 통산 전적

142전 63승 79패 / 272 킬 464 데스 1271 어시스트 / KDA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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